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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Jul 26. 2021

결혼이 어려울까, 이혼이 어려울까

사과하지마, 미안하다하지 마.더 잔인해!

25살 여자와 26살 남자는 1년간의 짧은 연애를 하고 결혼을 했다.  초스피드 결혼. 결혼은 어렵지 않았다.

"니 인생을 책임질 기회를 줘."

꽃다발도, 이벤트도 없었던 담백한 프로포즈.

우리는 그렇게 시작했다.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고집이 센 편도 아니었기에 우리의 결혼은 모든 것이 무난하게 추진되었다. 남편의 고향인 태백에서 결혼식을 올리자고 하길래 알겠다고 했다. 결혼식장 총 3개 중 한 곳을 선택했다. 무난한 드레스를 고르고, 식장에서 제공하는 메이크업을 했다. 26살의 어린 신부는 이 모든 게 마냥 신났다. 신혼집은 합정에 있는 남편의 원룸에서 시작했고, 평생 반려자를 확정하는 일부터 예식을 치를 곳을 정하는 일, 거주지 정하기 모든 게 수월했다. 그저 서로 좋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난, 결혼이 참 쉬운 건 줄 알았다.


결혼이 쉬울까, 이혼이 쉬울까.

결혼이 어려울까, 이혼이 어려울까.

(똑같은 질문인가?)


결혼을 어렵게 했으면 이혼 생각을 안 했을까.

이혼 과정은 원래 이렇게 잔인하게 힘든 건가? 지금껏 겪은 그 어떤 일보다 혹독하고, 슬프고, 열 받는다.

슬픔과 분노 사이를 미친 듯이 왔다 갔다 하는 감정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연민. 미칠 노릇이다.


나는 본격적으로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는데, 남편은 아니다.

아.. 차라리 원래대로 방방 뛰면서 나한테 덤비지. 죽일 듯이 깔아뭉게지. 비아냥 비아냥, 비아냥 거리지....

미친놈이, 왜 갑자기 친절해진 거야. 왜 갑자기 미안하다는 거야. 왜... 왜... 왜.... 다 잘못했다는 거야.

'미친놈, 양아치, 못된 놈, 나쁜 사람... 거지 같아. 정말...'

온갖 부정적인 단어를 다 띄어놓고, 흔들리지 말자 다짐했는데

고속도로 덕평 휴게소 근처쯤 다다랗을때 눈물이 터져버렸다. 주룩주룩 두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우니, 앞자리 타고 있던 막내가 같이 운다. 엄마의 눈물에 아이가 더 구슬프게 흐느낀다. 분명 우리는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숲 놀이를 하고, 냇가에서 발을 첨벙이고, 2인용 자전거를 타고 숲 속 길을 달렸었는데.. 분명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중인데... 주책맞은 눈물은 멈출 줄 모른다.


아이는 엄마가 흘리는 눈물의 이유를 직감했다. 티슈를 꺼내서 '엄마 울지 마... '하면서 나를 위로해준다.

엄마는 아이를 아빠가 있는 원래 우리 집으로 데려다주고, 엄마의 원룸으로 돌아가버릴 거니까.


이혼의 과정은 참으로 괴롭기 그지없다. 이 알 수 없는 눈물.

같이 눈을 치켜뜨며 싸울 때는 오히려 낫다. 한쪽은 홀로 설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쪽이 손을 내밀 때

내가 이 가정을 깨는 사람이 되는 것 같은 억울함과, 그의 마음을 도무지 받아줄 수 없는 상처 받은 내 마음이 안쓰럽다. 그의 사과가 양치기 소년의 외침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애절한 편지가 약이 오른다. 나쁜 놈.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는 과정은 분명 쉽지 않다. 우선 마음에 드는 짝꿍을 만나는 것부터 힘든 일이니까.

그러나 이혼은 너무 힘든 과정이다. 나와 너. 나와 너 사이의 우리 아이들. 나의 부모와 너의 부모. 나의 형제와 너의 형제. 나의 직장과 너의 직장. 나의 친구와 너의 친구, 너와 나 사이의 우리의 친구.....

우리는 각자의 삶을 분리해 내기에는 18년 동안 너무 많은 것이 공유되어 있다.

그리고, 재산도 그중 하나이다.


이 복잡한 과정을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혹은 잘 해내고 나서는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그가 손 내밀 때 돌아설 걸 자책하지는 않을까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작년에 한번, 올해 한번, 총 두 번이나 법무법인을 찾아가 십만 원의 상담비를 내고 이혼 법률 상담을 했다.

심리상담도 받았다. 다양한 기법의 다른 종류의 상담.

그들이 묻는다.

'남편이 바람피웠어요?' '아니오' '남편이 도박을 했나요?' '아니요'

그럼, '남편이 폭력을 일삼았나요?' '빚을 많이 졌나요?'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아니오!!!! "

화가 났다. 치명적인 이유라고 들이미는 저런 이유만이 이혼의 사유인가.

그럼 나는 왜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단 말이야. 이 괴로움을 이겨내지 못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인 것인가?

결혼이 어려울까, 이혼이 어려울까

사과하지 마, 미안하다 하지 마. 차라리 소리를 질러. 더 잔인해.

나는 18년 동안 가스 라이팅을 당해왔는데, 나는 주눅 들고 너무 작아져있는데

모든 게 내 잘못 같고, 나 스스로가 못난 사람인가 했는데. 아무리 노력해도 멋진 아내, 좋은 엄마 되기는 너무 힘든데... 갈등을 줄여보려고 노력도 많이 했는데. 결혼생활 18년. 결국 남은 건 '시체'같은 내 모습, 그보다 조금 상태가 좋을 때는 그나마 '좀비'같은 내 모습. 피폐해진  나 자신.

  

결혼이 어려울까 이혼이 어려울까

이혼이 더 어려운 것이라면, 나는 그 길을 가 볼 것이다.

혹은 이 결혼을 유지하게 된다면, 분명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단단해질 것이다.

돌처럼. 아니 강도 높은 다이아몬드처럼. 이를 악 물어본다. 무엇이 됐든 할 수 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면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살기로 결심했으니까!


<에필로그>

6단계 프로젝트를 시행하기 위해 자동차 매장에 들어갔습니다. 자동차 구매 상담을 받았습니다. 일반차를 살까 트렁크 용량이 조금 더 큰 차박 캠핑이 가능한 차를 살까~그는 나를 의식하지 않는데, 나는 그를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운전할 거고요, 명의는 제 이름으로 할 건데요, 아 저희 남편이랑 그건 상의해 봐야 하고요. 남편 차는 000이고요 이건 서브 차예요." 차량 판매하시는 분이 궁금해하지도 않는 이야기를 주절주절하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분명, 곧이라도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을 기세로 버티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아직도 제 마음의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저는 이혼을 원하는 걸까요? 역시나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요? 제가 넘어야 할 산은 사회적 시선이 아니라 바로, 제 삶을 바라보는 저의 시선인 것 같습니다. 넘어야 할 산이 참 많다는 걸 느낍니다. 다시 그 높고 험준하다는 에베레스트 산을 향해 마음을 다잡고 발걸음을 내딛어 봅니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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