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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 Sep 28. 2023

나는 매년 책을 쓰기로 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단단하게 연결하는 작업 

1. 나의 과거와 현재, 다가올 미래를 연결해야만 한다.

주말에 홍천의 리조트로 여행을 갔다. 운전하는 내내 흥이 올라 아이들과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한 시간쯤 지나자 아이들이 잠이 든다. 운전대를 잡은 손과 마음에 내비게이션소리 외 고요함이 찾아왔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빠져나간 내 머릿속 <나는 매년 책을 쓰기로 했다>의 책제목이 맴돈다.


이내  눈물이 쏟아진다. 청승맞게, 홍천으로 가는 신나는 여행길에서 서글프게 울었다. 운명처럼 내게 찾아온 책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이야기를 갖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너무나 평범하고 보통의 이야기라 생각되어 글을 쓰거나 책을 낼 생각을 하지 못한다. 나는 그와는 반대다. 너무나 평범하지 않아서, 내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에 공감이나 될까 싶어 글쓰기가 두려웠다. 멍청이, 머저리 취급당할까 겁났다.


아이가 네 명이나 있는 여자, 딸만 네 명인 여자

마흔이 되던 해, 아들을 낳아야 하는 문제로, 다섯째를 낳는 문제로 남편과 엄청난 갈등에 휩싸였던 여자.

나의 욕구와 주장보다 타인의 욕구에 더 민감했던 여자.


사회적으로는 승승장구하는데 개인적으로는 바보천치, 빙구에 가까운 사람.

마흔이 되던 그 해는, 이 지리 지루한 싸움에 지쳐 그저 빨리 폐경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낳아놓은 아이가 넷이나 되어 도망갈 수도, 죽을 수도 없고, '이 지겨운 투쟁이 언제쯤 끝나나. 당신이 죽거나 내가 죽어야 끝이 나겠지. 더 이상 싸울 힘도 없으니, 그냥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다 같이 사라져 버리는 거지!'


2. 글을 쓰고 싶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글을 쓰고 싶었고, 책을 쓰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었다.

하지만 나의 이야기를 들춰낼 용기가 없었다. 남편과 이혼하거나, 남편이 죽거나 내가 죽은 사후에나 내 이야기가 출판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나를 발가벗길 용기가  없었다. 왜냐면, 울고불고 숨도 안 쉬어지는 엉망진창인 내면을 가지고도 난 웃으면서, 똑똑한 척 사회생활을 해 나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부모님을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고, 직장에서의 나의 지위를 손상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 시선들을 감당하기가 두려웠다.

<나는 매년 책을 쓰기로 했다>

3. <나는 매년 책을 쓰기로 했다> 변은혜 지음/책마음 출판

이 책은 다른 책 쓰기 책과는 다르게 글을 써야 하는 동기와 책을 써야만 하는 목적을 제시한다. 

읽기 전에 목차만 보고도 직감했다. 

이 책을 완독하고 나면, 책을 쓰기로 다짐할 나 자신이 그려졌다. 외면해 왔지만, 나의 모든 감각과 소망은 읽고 쓰고 치유하고 그 이야기가 타인에게 위로가 되길 바라는 꿈을 향해 매일매일 나아가고 있었다.


눈물이 났던 이유...

삶 가운데 찾아온 엄청난 문제에 칼과 창을 들고 덤벼내지 못하고 회피하거나 결국 절충하고 말았던 과거의 나 자신이 너무 불쌍하고 가여웠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안쓰럽고 불쌍한 과거의 나 자신을 담고 살고 있었나 부다. 이젠 괜찮아졌다고 생각했던 나의 과거를 다시 들춰내야 한다. 

다시 한번 안아줘야 한다. 거기부터 내 글쓰기가 시작될 것이다.


4. 무병을 앓던 사람이 신내림을 받는 순간, 복잡한 심경 같다고 할까? 


5. 동기가 된 책 

북클럽과 출판사를 운영하고, 책을 쓰고, 책 쓰기를 코칭하는 변은혜 작가가 쓴 이 책은, 나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춰내길 두려워하는 사람. 나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스스로를 좁은 테두리 안에 넣어두는 사람. 읽기만 하고 자기 생각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의 손을 살며시 맞잡아준다. 머뭇거리는 이를 이끌고, "저기로 가면 돼. 할 수 있어. 해보자"라고 용기를 준다. 그녀가 경험해 본 길에 진심을 더해 집필했기에 가능한 설득이리라.


6. 나는, 매년 책 쓰기는 어려울 것 같고, [나는 내년 또는 후년, 책을 쓰기로 했다] 이 글을 마무리한다. 

이보다 더 완벽한 결말이 있을까? 용기 내어 나의 과거와 현재를 잇고, 빛나는 미래를 그리는 작업을 할 것이다.


p.s 저는 남편과 잘 살고 있습니다. 나 자신을 이겨내는 치열한 과정을 겪었거든요.(여전히 겪어내고 있고요~) 단단해졌고 더 단단해질 거니까! 고통과 슬픔을 이겨내는 과정들이 저의 스토리가 되지 않을까요? 평범하지 않은 저의 이야기이지만 멍청이 같이 길을 헤매는 저 같은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요? 그런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글을 쓰고 싶어요.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남깁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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