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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카포 Nov 27. 2020

워크냐 라이프냐 그것이 문제로다

설거지냐 가족영화 타임이냐 그것도 문제로세

퇴근하고 1 시간 하고도 30분이 지나서 걸려온 회사 타 팀분의 전화.

가벼운 마음으로 받아 든 것 치고는 무거운 마음으로 끊었다.

우리 회사는 PC-off 제를 운영 중이기 때문에 

업무 관련 요청을 주셔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리 급한 일이라고 해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분 좋게 맥주 한 캔 따서 예쁜 컵에 따라서 

오랜만에 또르rrrrrrr띠아를 외치며 신나게 한 그릇 음식을 해내서 

세 번째 그릇을 내던 차에 전화를 받아서 일단 마무리하고 앉아있으니

눈치 빠른 큰 아이가 물어온다.


"엄마, 회사야? 일 해야 돼? 밖에 나가야 해?"

"응, 엄마 퇴근했는지 모르고 다른 분이 부탁을 하셨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 중이야."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아 여기저기 문의해보는데

역시 셧 오프 된 피씨를 다시 켜기가 녹록지 않다.

전화 주신 분께 개인 메일로 요청하시는 내용을 보내달라고 부탁드리고

내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결심한다.

즐거운 가족 식사의 장면으로 돌아가자!

(물론, 저녁 먹고 받은 메일을 열어보고 내 나름의 2차 최선을 다 하긴 했다... 하하...)

우리도 넷이서 먹긴 했는데 그림이 많이 다르네? 일단 어른 비율이 다름 ㅎㅎㅎ

저녁을 먹고, 아이들과 하기로 한 묵상을 하고,

큰 애가 그렇게나 보고 싶다던 "도리를 찾아서"를 유료 결제하고 

모처럼 온 가족이 티브이를 대하고 쪼로록 앉아서 

각자의 스낵 또는 음료를 손에 들고 금요 영화 시청 시간을 갖는다.

이 얼마만의 평화로운 금요일 저녁이냐.


막내 수발 들러 잠시 주방에 들어가게 됐는데 

산더미처럼 쌓인 설거지 더미를 보며 잠시 고민된다.

그다지 많진 않은데 그냥 해치워 버리고 내일 아침을 기분 좋게 맞이할까?

그 짧은 찰나에 엄마의 모습이 눈 앞에 스쳐 지나간다.

지난주에 친정에 갔는데 엄마랑 한 마디도 나눌 수가 없었다.

식사 준비로, 식사 뒤에는 먼저 일어나 설거지하시고,

우리가 식사를 마치니 후식 내오신다며 내내 주방에 서 계셨던 엄마.


아이들이 졸려해 친정 집을 나서는데 아쉬운 마음에

"오늘 엄마랑 대화를 별로 못했네."

"대화는 무슨~ 잘 먹었으면 됐어."

매일 하는 설거지인데 우리 가고 하면 안 돼, 엄마? 아니면 같이 하게라도 해주라..

엄마는 아쉽지 않을지 몰라도(물론 그럴 리 없다에 100원!) 나는 아쉽다.

오랜만에 아이들 데리고 간 친정인데 엄마가 설거지 더미보다는

아이들과 얼굴 대하며 하하호호 사람 냄새 주고받으며 가족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는데.

그 장면이 떠오르니, 결론은 쉽다.


밥알이 눌어붙지 않도록 설거지 더미에 물을 충분히 적셔주고

아이들과 영화 보는 자리로 즐거이, 그리고 기꺼이 돌아간다.

내일의 가벼움 대신 오늘의 행복을 선택했다.


워크냐 라이프냐

집안일이냐 가족 타임이냐

삶에서 매 순간 맞이하는 갈림길이다.

그리고 그 갈림길 앞에서 내가 더 원하는 모습으로 "바로" 선택해서 걸어 들어간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내가 원하는 삶으로 한 걸음 성큼 내디뎠다.

다시 봐도 뭉클한 장면. 큰 애가 놀렸다. 엄마 우냐고 코 빨개졌다고, 나도 참 일관적인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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