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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카포 Mar 09. 2021

내가 엄마 역할에 집중하는 이유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어린 시절 불안함 가운데 살았다.

‘고아가 되면 어떻게 하지?’


세상 건강하고 운동도 잘하며 성품 좋으신 아버지를 천국으로 보내기까지 세 계절 정도 걸렸다.

교회에서 역할도 맡고 열심히 직분 감당하기 시작한 그 해? 그다음 해? 그쯤 됐었던 거 같다.


처음엔 아빠가 많이 아프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감기 한 번 잘 앓지 않았던 아빠 셨기에 그냥 아프고 금방 낫겠지 했던 것 같다.


11살 여름.

지금도 생각난다.

내가 지독한 식중독에 걸려서 다리에 힘이 없을 정도로 아팠던 때가 있었는데

몸이 좀 낫고 아빠가 등교시간 다 지나서 교실 문 앞까지 바래다줬던 기억.

그게 내가 기억하는 따뜻한 아빠와의 마지막 추억인 것 같다.


11살 겨울, 아빠를 잃고 엄마도 잃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장례식장에 하루 늦게 가서 딱 만 이틀 정도 심장이 터질 것처럼 울고 울음을 그쳤다.

내가 힘들면 엄마가 더 힘들까 봐 하는 배려가 아니었다.

어린아이 직감에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열한 살 겨울, 나는 그렇게 말을 아끼는 애어른이 되었다.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고 그 시간이 쌓여갈수록

자녀에게 부모가 의미 없는 순간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엄하게 혼을 내도 엄마가 두 팔을 펴면 어느새 달려와서 안겨서 엄마 품에서 엉엉 운다.


물론 엄마인 나에게도 마찬가지다.

저녁이 되어 아이들과의 시간을 돌아보면 늘 아쉽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아이를 혼내고 어색한 밤일 찌라도 안아주고 볼을 비비고 뽀뽀하지 못할 만큼 아이가 잘못하는 일은 없다.


일하는 엄마로 내게 주어진 역할이 참 많다.

그중에 단연 최우선 되는 역할은 ‘엄마’의 자리이다.

아빠가 나를 참 많이 예뻐해 주셨는데 천국 가시면서도 아마 더 많은 마음을 주지 못해 아쉽지 않으셨을까?


나는 매일을 오늘이 아이들과의 마지막 날이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며 산다.

그러면 용서 못할 잘못은 없다.

뭘 해도 사랑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오늘도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도 되는 듯 퇴근하고 아이들과 뒹굴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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