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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근 오 분전 Jun 11. 2020

<자본과 이데올로기> -토마 피케티-

'기본소득'과 '교육정의'에 답하다.


<구약>과 <베다>


기록으로 남아있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경전은  <구약>과 <베다>이다. 유대인에 의해 히브리어로 기록된 <구약>은 중동과 유럽으로 전파되며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의 뿌리가 되었으며  아리아인들에 의해 전해져 산스크리트어로 기록된 <베다>는 인도와 중국으로 전파되어  <힌두교>와 <불교>의 근간이 되었다.  <구약>은 서양의 이원론적 세계관, <베다>는 동양의 일원론적 세계관에 영향을 미치며 각각 인류문명 절반씩의 세계관을 형성하였다.  

절대 유일 창조주의 계시를 인간에게 전달해주는 메신저로서의 <구약>의 '선지자'와는 달리  자연과 신과 인간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순환적 세계관을 가진 <베다>는 이들의 연결고리로서 제사와 의례를 담당할 선택받은 사제 집단이 필요한데 이들이 바로 ‘브라만’이다.  이들은 지혜롭고 고귀하며 전통과 율법을 엄격하게 지킨다.  군대와 정치집단인 ‘크샤트리아’도 이들에게 복종했으며 농업과 상업 등 경제활동을 담당하던 ‘바이샤’도 그 아래였다. 이것이 오늘날까지 힌두교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 카스트제도>의 출발이었다.

반면 <베다>의 가르침을 엄격히 고수하는 ‘브라만’과는 달리 세상을 떠돌며 자신들만의 사상을 전파하는 소위 '길 위의 사상가'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슈라마나’라 불렀다. 이들 중 가장 성공하여 자신의 일가를 일으킨 ‘슈라마나’가 바로 <불교>의 창시자인 ‘붓다’이다.  오늘날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바라문과 사문’이 바로 ‘브라만과 슈라마나’이다. 서양도 상황이 비슷한데,  <구약>의 율법을 고집하는 바리새인들과 제사장들의 핍박을 받아가면서도 유대의 민족종교 <유대교>의 폐쇄성을 비판하여  민족과 언어를 초월한 세계 종교 <기독교>를 일으킨  예수와 열 두 제자 그리고  사도 바울이 그들이다.  


<브라만 좌파>와 <상인우파>


‘토마 피케티’의 신작 <자본과 이데올로기>에는 ‘브라만 좌파’와 ‘상인 우파’라는 재미있는 표현이 나온다.  ‘자본가 vs 노동자’라는 서양 근대 이후의 이분법적 계급 구도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힌두의 계급 비유가 다소 낯설다.  

피케티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의 양극체제가 붕괴된 이후 현재의 양상은  학문적 성과와 지적 능력에 기반한 ‘브라만 좌파’와  금융자본과 축적된 경제력에 의지하는 ‘상인 우파’로 비유되는 다중 엘리트 체제가 상보적으로 협동하며 불평등 지배체제를 고착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과 <교육정의>


하지만 '지식 엘리트'와 ' 경제 엘리트'들이 구축한  '지배 이데올로기' 역시 모순과 한계에 의해 균열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 체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이고 민주적인 해법으로서  '피케티'는  조세개혁, 교육개혁, 참여민주주의와 지구적 연대를 강조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기본소득'과 '교육정의'에 대한 대목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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