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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찬우 Aug 19. 2021

매일 평균 3.5시간 모노드라마를 찍습니다

며칠 전에 개학을 했다.

고등학교에는 무기력해지는 약이라도 풀어둔 건지, 갓 입학했을 무렵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수업에 잘 참여하던 아이들이 여름방학이 지나고 나자 너무 길게 뽑아서 서 있을 힘을 잃은 가래떡 마냥 책상 위에 풀썩 쓰러져 있었다.


운이 좋게도(?) 고1, 고2, 고3을 모두 가르치고 있다. 그런 내가 관찰해본 결과 고3으로 갈수록, 수업 참여도가 떨어지는 반일수록 늘어져 있는 아이들이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잠들어가는 학교. 종소리 그리고 가르침에 대한 교사의 직업적 의무감, 즉 시스템이 겨우겨우 학교를 지탱해주고 있는 것 같다. 다들 시스템을 따라 톱니를 굴리니 이가 빠져 있어도 어찌어찌 시계가 돌아간다. 그런데 모두 영혼 없이 반자동으로 톱니를 돌리고 있다. 시스템에 갇혀서 오히려 일에서 소외된 느낌이 든다.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을 하고 싶다. 쌍방향 수업을 하고 싶다. 그러나 현실엔 연극 무대에 올라 무대와 분리된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을 향해 모노드라마를 찍는 내가 있을 뿐이다.  매 수업 전에 커피를 들이켜고 들어가 쇼맨십을 있는 힘껏 발휘하는데 그게 참 힘에 부친다.


그렇지만 뭐 어쩌겠는가. 내가 바꿔나가야지.

반성이 있어야 나아질 수 있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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