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능 상황에서의 나는 무엇을 즐길 수 있을까
Tonny Bennett은 1950년대부터 활동한 재즈 음악계의 전설이다. 대표 곡 'I Left My Heart in Sanfrancisco'외에도 수많은 명곡들을 발표하였으며 90세가 넘은 나이에도 활발히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95세의 그가 무대에 서서 7곡 이상을 부르는 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젊었을 때와 다름없는 노래 실력과 무대에 선지 약 7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설레는 듯한 그의 얼굴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더불어 치매를 겪고 있어 무대를 서기 직전까지도 무슨 노래를 공연해야 하는지 제대로 인지 못하고 있었던 상태라고 하니 정말 신체에 있는 세포 하나하나가 노래 부르는 행위를 기억한다고 밖에 설명이 안 되는 것 같다.
혹자는 Tonny Bennett가 80년 넘게 노래를 불렀으니 치매에 걸려서도 그 행위를 기억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80년 넘게 지속했다는 것은 단순히 끈기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일을 할 때 자부심과 행복감을 동시에 느껴야 그렇게 오랜 시간 한 가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영상을 본 후 Tonny Bennett이 한없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가 한 분야에서 역사에 남을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치매에 걸려서도 본인의 업을 잊지 않고 그 어느 때보다 더 즐기며 그 일을 수행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러움은 자연스레 '내가 치매에 걸리고도 가족과 주변의 중요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기억하고 싶은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라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아마 기억에 남는 장소, 음식, 취미 등이 좋은 후보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되도록이면 Tonny Bennett과 같이 내 직업이 그 대상이 되면 좋을 것 같다. 어차피 생계를 위해 한평생 해야 할 일인데 내 무의식 속에 깊게 자리 잡을 수 있는 직업이면 완벽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치매에 걸려서까지 기억하는 직업이면 내가 그 일을 하면서도 한평생 행복했을 것이 분명하니 그보다 더 나은 인생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한평생을 바칠 수 있을 것 같은 직업을 찾지는 못했다. 이러한 직업을 앞으로 찾을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특정한 종목 및 악기가 좋아 예체능의 길을 밟은 사람들조차 은퇴할 쯤이 되면 본인의 직업이 싫어진다고 하는데 나 같은 일반 회사원은 어떻겠는가. 하지만 그러한 업을 찾기 위해 고민하거나, 내가 하게 된 일을 좋아하고자 하는 과정 자체가 인생의 즐거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애당초 인생에 정답은 없으며 행복을 찾기 위해 새로운 것을 계속 시도하고 배우는 것이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고 보니 평생직장의 의미가 희미해지는 요즘 시대에 나 혼자만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다만, 이러한 트렌드는 옳고 그름이 아닌 개인의 가치관 문제이니 만큼 나 스스로만 변화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믿는다. 아직 무엇이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래에 'ooo'를 한평생 즐겼던 사람, 아니 최소한 인생을 즐겼던 사람이라고 불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