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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Sep 23. 2015

마감 파워란 게 있다

똥줄 탄 어느 마감날의 주절주절

연휴가 있는 달에는 온갖 마감 일자가 앞으로 당겨져 정신 차릴 새도 없이 흘러간다. 이번 9월도 역시나, 민족 대 명절인 추석이 있어 (그것도 월말에) 모든 취재도  서둘러해야 했고, 마감도 폭풍처럼 몰아쳐서 끝내야 했다. 


특히나 인쇄물의 경우에 명절에 인쇄소에 일 넘겼다가는 정말 개판으로 인쇄되기 십상이어서(유 경험ㅜ 꺼이꺼이ㅠ) 모든 변수를 고려하고 또 고려해 일정을 조율하고 앞당겨야 하고, 자연스레 나는 만화 속 파나소닉이 된냥, 모든 것을 빨리 빨리(하지만 정확하게) 처리해야 한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도 2.5배쯤 빨라지고, 섭외를 확인하고 취재를 다녀오고 리스트를 지워가며 일하는 과정은 약 2.3배쯤, 교정을 보는 집중도는 약 다섯 배쯤 올라가는 것 같고. 


마감을 빠듯하게 두고 일을 하는 편은 아닌데, 재밌는 건 마감날짜가 다가오면 뭔가 일이 더 잘 되는 기분이다. 아마도 '데드라인'이라는 '마감'이라는 글자가 가져다 주는 묘한 긴장감 때문이란 거겠지. 심지어 잠도 안 온다. 평소엔 그렇게 졸려서 미치겠던 것이, 내려앉는 눈꺼풀을 어찌할 바 모르겠던 그 힘겨운 사투 따위는  온데간데없다. 아주 약간의 여유가 있다면 '아 몰랑몰랑~~ 나도 몰라아~'하던 것도 째깍째깍, 틱탁,  마감을 향해 달리는 시계 초침 소리가 들리면 모를 수가 없게 된다.  





그러니까 주어진 기간 내에 해내야만 하는 일이라는 건 사람을 확실히 스트레스 받게도 하지만 달리게도 하는 것 같다. 간혹 어머 내가 이런 걸 썼어? 하고 생각할 때도 있다(ㅋㅋㅋ.... +_+!). 의외의 결과물에 깜놀하는 나를 보고 스스로 기특하다며 머리를  쓰담쓰담하기도 한다. (갑자기 좀 부끄럽지만...) 왜! 천재 작곡가 로시니(Gioacchino Rossini, 1792-1868)도 <도둑까치> 서곡을  최종 리허설 하던 날 극장 계단에서 완성했다고 하지 않던가. 


예전에 과학동아 어디에서 봤는데 '시간 내에 해내야만 하는 일'이 스트레스를 주지만, 오히려 '에피네프린'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증가해 우리 뇌에 평소보다 많은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벼락치기도 할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 그만큼 집중이 확 된다는 거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마감으로 하얗게 불태우고 나면 온갖 영양분이 확 소비돼서 식욕이든 그 다른 무슨 욕구이든 엄청나게 당기기도 하는 거 같고.)


매번 마감에 후우후우 하면서 가쁜 숨을 내쉬며 살아가지만, 늘 느끼는 건 마감을 너무 스트레스 받아할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 마감 파워라는 게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또 한편으론 어떤 일을 하든 스스로 마감일 정해두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비단 글을 쓰는 일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삶에 적당한 텐션이 없다면 너무 늘어지게 될 테니까. 또, 의외의 성과에 깜놀하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또 하나 덧붙임은, 뭔가를 끝냈다(한 달을 잘 마무리 했다~)는 성취감이 없다면 매일 쳇바퀴 도는 듯 같은 생활의 반복이라고 하는 회사원이나 그 외의 우리들이 이처럼 루틴한 삶을 어떻게 계속 꾸려갈 수 있겠는가(목숨이 붙어있어서-라는 그런 말은 하지 마오). 


어찌됐든 9월의 마감일들, 조금 이르지만 나는 끝났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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