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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la Yoon Dec 27. 2021

Moonlight Library에서 만난 사람들

과학계의 행복학자를 만나다 -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황농문 교수

몰입 전문가로 이미 정평이 난  황농문 교수님의 저서 『슬로싱킹』을 읽었다. 

마치 옛 성현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교수님은 ‘교육의 진정한 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를 해 보니 교수님은 ‘과학계의 행복학자’였다.

교수님께서는 “한 번뿐인 삶의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삶을 살라”라고 말씀하셨다. 교수님과의 삶과 철학이 담긴 미니 인터뷰 속에서 우리는 「내 일을 사랑하는 방법」,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사는 방법」에 대한 팁을 얻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또 우리 마음 안에는 어느새 용기와 도전이라는 단어가 자리할 것이다.




Q1. 교수님 소개 부탁드린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황농문 교수

       A. 2003년 2월에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로 부임하여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고 있다. 뉴턴과 아인슈타인 등 천재들의 사고방식을 분석하여 두뇌를 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몰입적 사고’라는 문제 해결 방안을 정립했다, ‘몰입적 사고’로 산업계 생산공정의 불량 해결사로도 활발히 활동한다. 이러한 사고기법을 창조적 기업경영에 활용하고, 학습과 창의성 교육에 접목하는 등 ‘몰입적 사고’ 전도사로도 활동한다.


Q2. “행복의 비밀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데 있다.”라고 말씀하셨다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A. <피터팬>의 작가 제임스 배리가 한 이야기인데 제가 몰입을 통해서 얻은 깨달음과 유사하여 자주 인용한다.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일’이고 일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쏟게 되는 것도 ‘일’이다. 현실적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다 보면 누릴 수 있는 행복의 양이 그다지 많지 않다. 때로는 삶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이 하는 일 혹은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하면서 행복을 추구하면 행복의 양이 많아지고 일에 대한 성과도 좋아진다. 뇌과학에 따르면 행복한 감정은 뇌에서의 긍정적 화학물질의 분비와 관계가 있다. 몰입하면 긍정적 화학물질이 분비된다.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몰입하면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어 그 일을 좋아하게 되고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는 몰입하기 쉽지만, 자신이 하는 일 혹은 해야 할 일에 대해서는 몰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내가 하는 방법은 ‘의도적 몰입’이다. 의도적인 몰입의 효과는 많은 사례를 통해 검증되었다.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도 의도적인 노력으로 몰입도를 올리면 할만한 일이 되고, 재미있는 일이 된다. 

더 나아가 좋아하는 일이 된다. 



행복의 비밀은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것   『사진 출처 : Pixabay』


Q3.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삶이 아니라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잘못 보냈음을 후회하는 것이다.”라고 하셨다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삶이란 무엇인가우리는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할까?


       A. 제가 후회 없는 삶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중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명문고에 가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서 공부해야 했는데 나는 최선은커녕 대부분 시간을 헛되이 보내면서 실패한 하루하루를 반복했다. 이런 날이 반복되자 후회의 쓰라림이 증폭되었고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후회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실패한 하루 뒤에는 그다음 날이 있고, 실패한 일 년 뒤에는 그다음 해가 있지만, 실패한 인생 뒤에는 그다음 인생이 없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순간 인생의 말년에 잘못 살았다고 후회한다면 위로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어떻게 살아야 인생의 마지막 날에 후회가 없을까?’라는 물음은 제 삶의 화두(話頭)가 되었다. 

그동안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한 것은 ‘후회’의 의미를 잘 몰랐기 때문이다. ‘후회’라는 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 혹은 ‘어떤 직업을 갖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며 살아가느냐?’의 문제임을 깨달았다. 즉 결과보다는 과정의 문제인 것이다. 내가 어떤 직업을 갖든 어떤 일을 하든 내가 가진 능력을 모두 불태운다면 죽을 때 후회할 일이 없다. 

지금 살아있음이 이 세상을 경험할 유일한 기회다. 그러니 한 번뿐인 삶의 기회를 소중히 여기고 능력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는 삶을 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 번 태어난 삶의 기회를 소중하게 여길 것 『사진 출처 : Pixabay』


Q4. “가장 탁월한 아이디어는 잠과 꿈속에 있다.”라고 하셨다탁월한 아이디어 얻는 팁 부탁드린다.


     A. 몰입도가 낮을 때는 아무리 생각해도 별다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몰입 상태가 되면 평소에 얻기 힘든 기적과 같은 아이디어가 높은 빈도로 떠오른다. 제가 알게 된 아이디어가 나오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리 뇌는 기억을 저장하기도 하지만 인출도 한다.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것은 내가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와 관련된 장기기억이 의식으로 인출되는 것이다. ‘생각을 잘한다’는 것은 곧 ‘뇌가 장기기억을 잘 인출하는 상태’라는 뜻이다. 

우리 뇌는 깨어있는 각성상태보다 잠이 든 상태에서 장기기억의 인출을 더 잘한다. 그 이유는 수면 중에는 기억의 인출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이 많이 분비되고, 전두엽이 비활성화하면서 의식 깊은 곳에 있는 장기기억이 쉽게 인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탁월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는 잠을 활용해야 한다. 잠이 든 상태에서도 주어진 문제를 생각하는 상태가 되면 수면 중에도 창의성을 활용할 수 있다. 즉 ‘숙면 일여’의 몰입 상태를 만들면 된다. ‘숙면 일여’ 상태를 만들기 위해서는 며칠 동안 1초도 쉬지 않고 그 문제에 관한 생각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쏟아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Q5.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시대라지만 창의성을 가진 탁월한 인재의 가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오히려 한없이 올라갈 것이다.”라고 하셨다창의성을 키우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

     

      A. 역사를 통하여 창의성을 키우는 대표적인 방법을 찾아볼 수 있는데, 나는 그게 바로 소크라테스와 공자의 교육법이라고 생각한다. 소크라테스와 공자는 제자들에게 지식이나 지혜를 직접 전달하지 않고 질문을 던져 스스로 생각하고 터득하도록 유도했다. 상대가 대답을 잘못 해도 지적하는 대신 추가적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닫게 했다. 많은 사람이 창의성 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창의성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른다. 제가 생각하는 창의성 교육이란 한 마디로 ‘두뇌를 발달시키는 교육’이라는 것이다. 종래의 주입식 교육에서는 지식의 습득을 교육의 첫 번째 목표로 설정했다고 한다면 창의성 교육에서는 두뇌를 발달시키는 것을 교육의 첫 번째 목표로 설정하고 지식의 습득을 두 번째 목표로 설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지의 문제가 나오더라도 문제 푸는 법을 배우는 방식으로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걸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공부 방식을 추천한다. 동시에 주어진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푸는 공부 방식보다는 한 문제라도 오래 생각해서 해결하는 공부 방식을 추천한다. 그러면 그 문제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두뇌가 발달하게 된다. 이렇게 공부하면 어떠한 문제라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발달한다. 또한, 미지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면서 지식의 깊은 의미가 자동으로 습득된다. 


Q6. 교수님만의 독서법과 인상 깊게 읽은 책 공유 부탁드린다.

독서를 삶의 습관으로 삼을 것 『사진 출처 : Pixabay』

       A. 저는 독서도 선택과 집중을 한다. 신중하게 선택하고 한번 선택한 책은 몇 번이고 읽는다. 그래서 독서를 할 때 다시 읽고 싶은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친다. 그리고 특별히 기억할 만한 내용이 있으면 노트에 따로 정리를 하고 내 생각도 메모한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은 물음표를 쓴다. 이처럼 밑줄을 긋고, 메모도 하고 물음표도 써야 하므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 중에 인상 깊었던 책은 조지프 루드의 『시냅스와 자아』, 앤드루 뉴버그의 『신은 왜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가』, 제프 콜빈의 『재능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제이슨 게위츠의 『탈피오트의 비밀』, 아베 요시오의 『퇴계와 일본 유학』, 최석기의 『조선 선비의 마음공부, 정좌』 등이 있다. 



 

Q7. “어떤 일을 진정으로 좋아하려면 혹독한 훈련과 숱한 눈물깊은 방황을 거쳐야 한다그 일을 위해 혼신을 다한 경험이 있어야만 진정으로 좋아하게 된다.” 참 인상적인데요연구자를 위한 슬럼프 극복 방법과 내 일을 사랑하는 방법 부탁드린다

     

     A. 저는 이공계열 대학교에 입학해서 1학년 말에 전공을 정해야 했는데 별생각 없이 금속공학과를 선택했다. 그런데 전공 수업을 듣다 보니, 금속공학은 내 적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공이라는 것은 평생을 해야 하는 분야인데 이렇게 재미없는 것을 평생 하며 살아야 함을 생각하니 우울했다. 그런데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활동을 하면서 생각을 많이 하니까 재미있었다. 그렇지만 제 전공 분야는 먹고사는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컸다. 그러다가 혼신을 다해 몰입하면서 너무나 재미있는 분야가 되었다. 오랜 기간 제가 하는 연구에 목숨이 걸린 듯이 1초도 쉬지 않는 몰입을 지속하면 여러 변화가 생긴다. 이처럼 내가 하는 일이 내 목숨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면 비로소 소명의식이 생긴다. 일단 소명의식이 생기면 그때부터는 그 일을 할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하다. 연구하는 주제가 바뀌더라도 그 주제에 혼신을 다해서 몰입하면 동일한 감정이 생긴다는 것을 반복해서 경험했다. 그래서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은 내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자신이 하는 일에 큰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달 정도 자신이 하는 일에 목숨이 걸린 듯이 몰입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러면 자신이 하는 일이 재미있고 의미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숭고한 일로 느껴질 것이다.


슬럼프 일 때 최선은 내 일을 사랑하는 것 『사진 출처 : Pixabay』


Q8. “인생의 오르막길을 오르고 또 올라 정상에 우뚝 선 사람들의 비밀은 서슴없는 도전 그리고 결과보다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는 사람들이다.”라고 하셨다그들이 바로 생각하는 힘을 가진 슬로 싱커들이라고 하셨는데슬로 싱커를 꿈꾸는 과학기술인들에게 응원의 메시지 부탁드린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아라 『사진 출처 : Pixabay』

      A.  동기 부여 전문가인 존 고든 Jon Gordon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은 모두 오르막이다. 인생에서 가치 있는 것, 당신이 소망하고 이루고 싶은 것, 당신이 누리고자 하는 것은 모두 오르막이다. 문제는 사람들 대부분의 꿈은 오르막인데, 습관은 내리막이라는 사실이다.” 

삶의 방정식을 풀려면 혹은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리막길을 가려는 우리의 본능적인 성향에 맞서 오르막길을 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제가 깨달은 인생의 오르막을 가는 법은 ‘오르막을 올라 정상에 도달했을 때 너무 좋았다’라는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뇌는 오르막 과정에서의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기억이 정상에서의 긍정적인 기억으로 대체되어 다시 오르막을 도전할 수 있게 만든다. 쉬운 도전은 문제가 없다. 그런데 도전 과제가 너무 어렵거나 불가능해 보일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에 올인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면 된다. 예를 들어 재료 분야에서 50년 이상 해결되지 않은 난제에 도전할 때 나의 마음가짐은 다음과 같았다.

‘이 문제는 내 평생 노력해도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쩌면 40 퍼센트 정도만 해결하고 내 인생이 끝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다. 내가 해결하지 못한 60 퍼센트는 다른 사람이 해결하면 된다. 분명한 사실은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다. 1초도 쉬지 않고 내 삶을 불태울 것이다.’

이처럼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의미를 두면 아무리 불가능해 보이는 일에도 도전할 수 있다. 이는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여러분의 삶을 응원한다.




"과학기술인의 경력개발 지원 플랫폼인 'K-클럽' 커리어 UP 기자단 활동으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더 많은 기사를 원하시면 https://bit.ly/3wrjxgg에서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 해당 인터뷰 기사는 K-클럽에서도 만나실 수가 있습니다.

황농문 교수님 인터뷰 더 보기
https://k-club.kird.re.kr/prog/careerLibrary/LIBRARY_TEXT/career/sub02_01_03/view.do?libraryNo=166

"K- 클럽 (http://k-club.kird.re.kr)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기술인 경력개발 스토리'를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커리어에 고민이 있다면, K-클럽으로 방문 해 볼까요?




다음번 인터뷰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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