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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명순 Jun 08. 2024

어설픈 사기꾼

    요즘은 AI에게 점점 직업이 잠식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변에서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소위 사기로 돈을 벌려는 사람이 부쩍 눈에 띄인다.   주변에서 사기당했다는 호소를 들어보면, 어리숙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이스피싱 뿐만 아니라, 손쉽게는 외로운 동네 노인들의 쌈짓돈을 노리고 비싼 건강식품을 팔아먹는 약장수, 재테크를 해주겠다고 같은 교회 교인들의 돈을 받아 잠적하는 재테크 사기꾼, 좋은 땅이 저렴하게 나왔다면서 유혹하는 기획 부동산, 심지어는 SNS 예를 들면 인스터그램이나 페이스북 같은 곳에서 러브 스캠을 시도하는 스캐머 등등.  눈감으면 코베어가는 세상이다.   그중에 가장 안타까운 것은 생판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어설프게 잘 아는 지인으로부터 사기 당하는 경우일 것이다.


    최근 나를 가장 아끼는 선배 언니로부터 취업 제안을 받았다.   예전부터 잘 알고 있는 지인인데, 한때는 한국의 메이저급 신문사 기자였고, 20여년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LA에 살고 있는 70대 지인이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고자 다음달에 나오려는데 한국에서 자신의 일을 맡아서 운영할 매니저를 구하니, 날더러 지인의 사업을 도와주라고 제안했다.   카톡으로 미국에 있는 선배의 지인과 통화를 했다.   한국에서 디즈니랜드 사업을 전개하려고 한국측 정부 인사들과 접촉을 했고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다음달에 한국에 올 것이니 같이 사업을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이미 춘천 레고랜드는 망해가는 수순에 접어들었는데 무슨 복안으로 사업을 전개하려는가 구체적으로 물었더니, 갑자기 강원랜드를 들먹거렸다.   디즈니랜드와 강원랜드는 전혀 내용이 다른 사업이 아니냐 했더니, 강원랜드를 설계한 사람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흐메드 자파리’라는 사람인데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말을 둘러댔다.   척보니 어설픈 사기꾼인데, 왜 선배 언니를 매개로 해서 사기를 치려고 수작을 부리는지 화가 엄청나서 보이스톡에다 바른 소리를 하려다 선배 언니 입장을 생각해서 참고 통화를 끝냈다.  그 사람으로부터 1시간후 갑자기 유효 여권이 있는냐고 물어보는 카톡이 왔다.  다음날 아침에도 (A 여권 그리고 비행기표 정리 해다오 한국에서는 벌써 라이센스 있는 간병인을 구해놓고서 급해 도와주길) 내용의 카톡이 와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내게도 잘못 보냈는지, 아니면 일부러 나를 간병사로 간주하고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불쾌했다.    선배 언니는 미국 지인에게 나에 대해서 실력있는 번역사이자 모친을 오랫동안 모셔왔고, 요양사 자격을 가졌다는 등등의 소개를 했겠지만, 어설픈 사기꾼에게는 내가 사기치기 딱좋은 먹잇감으로 생각되었을 것이다.   너무 불쾌해서 회신도 하지않았는데, 또다시 (빛좋은 고을의 이실장님, 며칠 후에 한국으로 나갈 것 같은데 모든 스케쥴을 미리 정리해두시기 바랍니다) 내용의 카톡이 또 와있었다.    가만히 보니, 어설픈 사기꾼은 미국에 가고싶어서 안달이 난 여자 또는 나이 먹어서 일자리를 조급하게 찾는 여자를 대상으로 사기를 치려고 생각한 것 같다.  선배가 내게 전화를 했다.  왜 회신이 없으냐, 그 사람은 유명한 신문사 기자였고, 실력자이다.  예전서부터 선배의 일을 많이 도왔주었다면서 회신해주기를 주문했다.  내가 회신이 없으니 선배 언니를 독촉한 것 같았다.    사실 프리랜서 번역사로 오랫동안 일해왔던 내 직업은 이미 AI가 잠식해버렸고, 취업시장에서는 나이 때문에 젊은 사람들에게 밀리고 있다.   지금은 100세 시대이니 이대로 웅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 나도 열심히 노력은 하고있다.   선배는 그런 내가 안타까워서 한국에서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지인에게 나를 소개한 것이렸다.   그러나 선배는 80세가 가까운 노인이니 이미 판단력에 변화가 생겼고, 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감각이 둔해졌다.   그리고 믿었던 지인이니 끝까지 믿고싶었던 언니는 큰 실망감을 안고 싶지않아서 자꾸만 내가 하는 말을 부인하려했지만, 미국 지인은 어설픈 사기꾼임에 틀림없다.


    생판 모르는 남에게는 사기치기 어렵고, 어설프게 잘 아는 지인이 사기를 친다는 것을 이미 오래전부터 터득해온 바이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 나는 영등포 먼지막이라는 동네에서 살았다.   이곳은 동네 수공업을 하는 30평짜리 공장들이 많았다.   당시에는 엄마도 몸을 움직일 정도는 되어서 티셔츠를 만드는 공장에 가서 티셔츠 실밥을 따고 있었다. 당시 엄마의 벌이는 한달에 십만원 정도였지만, 몸이 불편한 엄마를 고용해준 사장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나도 시간이 나는대로 공장에 가서 엄마 대신 일을 해주기도 했다.   그 사장이 내가 중국에 여행간다하니 그 당시 50만원을 후원해주었다.   나보다 1살 더 많은 그 사장이 형제보다 더 가깝게 느껴졌다.   당시는 중국과의 교류가 터져서 많은 중국 교포들이 한국으로 들어왔고,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도 중국에 진출하여 갑자기 부자가 된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이 사장의 형님은 당시 중국으로 중고차를 수출하여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   이 사장은 자신의 형님이 공무원을 그만두고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것을 보니,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OEM으로 티셔츠를 제조하여 브랜드 회사에 납품하면서 올리는 수입 500만원은 아주 시시하게 느껴졌다.  마침내 공장을 집어치우더니 중국으로 간다고 말했다.   한국의 은행에서 발행한 1억짜리 수표를 중국으로 가지고 가면 중국 현지에서 0 하나를 덧붙여서 10억으로 만들어주는 합작 파트너가 있다고 했다.   당시 한국의 은행에서 발행한 보증수표를 중국 현지 은행에서는 그만큼의 금액을 저당하여 합작회사에 중국 인민폐를 대출해주었다.   그러나 당시 중국이 아무리 인터넷에 뒤진 은행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1억짜리 수표에 0 하나 추가한 위조 수표를 10억으로 인정하여 대출해준다는 얘기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않았고, 중국의 은행 시스템이 그 정도로 어리숙하지않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요지부동이었다.   지금은 500만원의 수입이지만, 영원히 이 정도 수입에 머물지만은 않을 것이고, 의류 제조는 앞으로는 인도나 방글라데쉬로 진출할 길도 있을 것이라고 아무리 설득해도 말을 듣지않고 어느날 홀연히 중국으로 떠나더니 겨우 열흘만에 돌아왔다.   한달만에 본 사장의 몰골은 체중이 마치 10kg은 빠진 것 같았다. 


    중국에서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줄 알았지만, 산서성 태원에 소재한 중국 현지은행에 내민 한국 수표를 현지 은행원이 0 하나를 덧붙인 위조 수표임을 알아채고 시간을 끄는중에 이 사장은 그나마 눈치를 얼른 채고 은행문 앞에서 택시를 집어타고 달아났다.   당시 15만원에 해당되는 인민폐를 택시 기사에게 주고 북경까지 왔다가 북경에서부터 또다시 여러 번 버스를 갈아타고 결국 광동성 광주에서 한국으로 입국했다한다.   마치 탈북민이 생사를 넘나든 상황과 마찬가지로 혹시라도 공안에 걸릴까봐 가슴을 쪼리면서 그나마 은행문앞에서부터 사흘이 걸러서 광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돌아왔다.   당시 중국은 컴퓨터 시스템이 발달되지않아서 그렇지 지금같으면 어림도 없을터이고 붙잡히면 사형 내지는 종신형을 받은 사안이었다.  

이후 이 사장은 정상적인 사업을 벌이지못하고 사기꾼들과 어울려다녔다.   신용불량이 되어 감옥살이도 했다는 소문도 있다.   어느날 이 사장이 갑자기 친구와 같이 우리 사무실을 찾아왔다.   반가왔다.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고 갑자기 100만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할 수 없이 수중에 있던 30만원을 주었다.  금방 갚겠다고 말했지만, 보아하니 금방 갚을 형편도 아닐 것 같고 나 역시 돌려받을 생각도 없었다.    이후 나는 도봉구로 이사를 왔고, 이 사장의 행방을 알아보려했으나, 이미 살던 곳에서는 이사를 갔고 지금까지 행방을 알지는 못한다.  


그래서 내린 결론 : 내가 노력한만큼의 소득이 진짜 소득이다.   갑자기 1이 10이 될 수 없으니 욕심 내려놓고 소박하게 스트레스없이 사는 것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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