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d milli&dress - Face & mask 싱글리뷰
"Stay home keep safety"
살기 위해서 집에 편안히 있어라
2020년, 우리에게 창궐한 그것은 원래도 똑같을 표정들에게 똑같은 옷을 입혔다. 현재는 다양한 디자인의 마스크를 쓰며, 하나의 옷이 되어버린 지금이지만 당시에는 하얀색의 일정한 두께, 우리는 옷을 국소부위를 가리 듯 입과 코를 가렸다. 바지와 상의의 다양한 선택은 곧 '스타일'이라는 갈래를 만들어 주었지만 우리에게 마스크는 아직까지 패션이라는 궤에 담지 못하는 생활필수품이 되었다. 마스크는 획일화된 대부분의 삶과도 닮아있다. 우리가 마스크처럼 써야 하는 인생 필수품은 무엇이 있었을까
왜 사랑엔 결혼/남녀가 결혼/왜 부자인 게 성공/벌인 우리 목표/왜 대학에 가고/이윤 뭐 성공/성공은 돈
교육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 정도(正道)이자 태어나 가장 먼저 시도할 수 있는 도전이다. 하지만 이 노래와 내가 하고자 하는 말들은 교육과정을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결코 정도(正道)를 무너트릴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속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그 '정도'의 가치는 어느 정도로 환산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이 지나다니는 길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넓어지고 무뎌진 길 위에서 우리는 독자적인 가치를 찾기가 쉽지 않아 졌다. 그렇다면 그 길 위에서 가장 확정적으로 잡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돈'이다. 돈은 다른 단어로 변환할 수 있다. 가치이자 부, 명예로 변환이 가능한 만능 재화가 되어버린다. 돈을 찾다 보면 따라오는 다른 가치를 부정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적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목표와 과정도 획일화되어버린 기형학적인 생태계가 되었고, 우리는 그것을 포장하며 살고 있다. 곡 중 '시급 벌어먹는 삶은 안 다뤄/ 어떤 책이나 곡 even 교과서에서/ 그래 참 다행이지'는 예술이라는 정도(正道)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화자 본인이 관찰하는 현재의 상황이다. 대다수가 찾는 가치인 '돈'에서 조금 떨어져 생각해낸 관점을 가진 화자 역시, 돈을 부정할 수는 없는 삶이다. '내 거 다이아몬드 체인의 빛은/내 자존심보다 반짝이는 요즘 티 안에 감춰 입네' 돈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을 얻은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어느 정도 한계점에 다다르자, 화자가 가지는 새로운 관점은 회의적으로 변한다. 과연 뛰어가는 이유가 돈이라면, 예술의 이름도 돈으로 바꾸야 하는 것은 아닐지 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할 것처럼 예상된다.
그렇다면 화자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과연 '자신의 목표치'를 어느 정도 채웠기 때문일까?
예술은 모순이다. 지금 말하는 예술 중 음악의 부류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예술 자체의 표현이 모순이 아니라 예술이란 목표를 잡고 스스로 발전시키는 것은 모순이 된다. 예술은 돈이 필요하다. 음악으로 좁혀서 이야기해보자. 더 나은 녹음시설과 더 나은 가치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 더 나은 뮤직비디오를 만들기 위한 더 많은 돈. 더욱 많은 돈으로 플레이어가 말하고자 하는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예술은 결국 돈을 벌 수도 있지만 자신을 더욱 많이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가치들이 투입되어야 한다. 많은 재화와 가치가 정말 예술의 전부는 아니지만 관객들을 설명시킬 수 있는 복합적인 장치가 될 수 있다. 더 많은 지원은 더 많은 예술을 '창출'해낼 수 있는 확률 높은 아이템이다.
화자는 이를 인정한 듯 보인다. 돈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창출해낼 수 있는 더 큰 예술은 자신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있는 듯하다.
멀쩡한 래퍼/가면 쓰고 쇼한/근본적인 이윤/행사 뛰면 성공/우린 명반이 아닌/하루 세 탕이 결국 꿈인 듯이
키드밀리(kid milli)의 디스코그래피는 정규 1집[AI, THE PLAYLIST]의 성공 이후로 나뉜다. 누구나 그렇듯 성공에 가려진 과정을 주목하는 이는 적다. 심지어 그의 성공은 하나의 프로그램을 통한 주목과 그가 입는 패션을 통해서 나타나기도 하였다. 결국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와 ego(자아)의 현재 위치일 것이다. 빠르고 뚝뚝 끊어지는 랩을 구사하던 그는 과거 자신이 '만능 예술가'라고 포장하였지만, 근본적인 금전의 문제로 직접 뮤직비디오를 디렉팅 했던 과거를 생각하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의 물살을 견디지 못했었다.
잘 나가는 사람 하나하나 아부하며/ 넓히는 인맥은 가운데가 비었어도/이제 처음에 내가 생각하던/예술의 의미는/잊은 걸 알아채지도 못한 채 어느덧/얼추 버는 돈 얼추 느는 팔로우
어느새 자신이 그렇게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예술의 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하면서도, 현재 눈앞에 보이는 물질적인 것이 '증명된'이라는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고. 작품 속 화자 역시 그런 순간들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시 돌아와서 작품의 첫 가사와 마지막 가사를 생각해보자. "Stay home keep safety" 2020년부터 우리가 가져야 했던 자세들이다. 키드밀리와 드레스는 과연 시기상 제목을 이렇게 지었을까? 답변은 아니다.
코로나의 등장과 함께 공연업계의 실상은 처참히 무너졌다. 연기와 취소를 반복하며 아티스트들이 자신의 예술을 선보일 기회가 적어졌다. 이 노래의 장르인 흑인음악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반복되었다. 공연 수익이 사라진 실정에 필드에 서 있는 아티스트들은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렇다면 공연이 유기한적으로 사라진 지금은 아티스트가 말할 수 있는 곳은 음악밖에 없어졌다. 일단 거대한 질병의 등장으로 입을 가리고 집에 쉰다면, 아티스트가 빛날 수 있는 곳은 청취자들의 귀뿐 일 것이다. 하지만 물질적인 것에만 쫒던 아티스트들은 현재의 상황에 강제로 옷이 벗겨진 것이다. 자신의 등장과 함께 영향력을 뽐낼 수 있는 미디어가 잠시 철수를 해버렸고, 남은 자신뿐이다.
베일에 가려졌던 나체가 드러난 실상은 오히려 자신이 누려왔던 상황을 비관적인 모습으로 보게 된 것을 알게 된 화자는 그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ego를 찾아보려고 하지만 '일단 살아 남고 보자고' 한다.
이 작품은 질병으로 인하여 물질적인 것에 현혹된 아티스트들이 나체에 선상에 올라간 현재를 말하기도 하며, 직접적으로는 코로나의 창궐로 인하여, 일단 살아보자는 메시지 두 가지를 말한다. 래퍼 키드밀리(kid milli)는 EP[L I F E]부터 회의적이고 비관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래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