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루시아 May 22. 2022

35/40- 성당 바닥에 앉아-산티아고 순례길

걷기의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2022.5.22.

1. 오 페드로우조 O Pedrouzo  ~ 산티아고 Santiago de Compostela (21km)

2. 알베르게: HOSTAL COSTA AZUL(사설 호스탈)


새벽 5시 40분

알베르게를 나섰다.

어둡고 긴 숲길을 걸으며

숨이 가빴다.


숲은 우거지고

숲이 우거진 만큼

어둠은 깊었다.


긴 어둠을

긴 숲을

작은 불빛과 함께

걸었다.


어둠 속을 걸으며

무사히 걸어온 시간에 감사하고

발이 견디어준 시간에 감사하고

순례길에 감사했다.

순례길이 날 품어준 것에 대해

긴 시간 내 다리를 받아준 것에 대해

함께 길동무를 해준 것에 감사했다.


발이 너무 아팠지만

마지막 날까지 왕물집이 생겼지만


길만큼은

휴식이 되기도

위로가 되기도

깨달음을 주기도

아름다움을 주기도 했으니

순례길과 과정에 감사할 뿐이다.


15km를 지나 산티아고로 들어서니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끌리듯 대성당향했다.


몇 개의 골목을 돌아 드디어 나온 대성당과 광장....

사람들 표정만으로도 목적지임을 알았다.

순례자들의 환한 표정이 광장을 밝혔다.


넓게 트인 광장!

세상 사람들이 길을 걸어와 서로

위로와 기쁨을 나누는 공간

환희의 공간이었다.


성당에 들어오니 미사 한 시간 전임에도 자리가 없다.

성당 바닥에 앉았다.

주님의 집이 우리의 집 아닌가?

내 다리 하나 쉬지 못한다면 신의 집이 무슨 소용인가?

대리석 바닥에 불덩이 같은 발바닥을 댔다.

시원하기가 계곡물 같았다.


감사한 일이다.

호화로운 주님의 집에서 다리를 펴고

신발을 벗으니 말이다.


절로 기도가 된다.

가족을 위해 기도했다.

멀리 있을수록 사랑을 확인하는 가족!

함께 길을 나선 사람들을 위해서도 기도했다.

순례길 30일을 함께 한 사람들에게도 고마움의 기도를 했다.

함께 걸었던 수많은 순례자들에게도 감사기도를 다.

그들의 "훌라! 부엔 카미노"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니 말이다.

그들 또한 행복한 순례길이었기를...


오늘 순례길은 끝났지만 내 인생의 순례길은 아직도 그 끝을 모르니

산티아고 순례길을 고통을 참으며 한 발 한 발 걸었듯

남겨진 인생길도 인내하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는가?

길은 늘 열려있고 견디는 몫은 나의 것이고

그 몫을 감당할 의지만 있으면

길은 언제나 순례자의 발걸음을 감당하고 받아줌을 오늘 깨닫지 않았는가..


열린 긴 인생도

순례길처럼

하루하루 힘차게 나아가길... 스스로 다짐해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34/40-마지막 하루를 남겨둔-산티아고 순례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