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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한 시옷 Feb 18. 2024

15. '돕는 인간'이라는 직업이 있다면서요?

새학기맞이 연수에서 알게 된 '퍼실리테이터'

올해 이동한 학교에서 새학기맞이 연수가 있었다.

'새학기맞이'라는 이름 그대로 새로 온 교직원을 소개하고, 업무 분장을 발표하고, 수업과 평가에 관한 연수를 들으며 한 해를 계획한다.

'마음 열기'라는 이름으로 아이스 브레이킹도 빠지지 않는데, 해마다 참 귀찮고 지루하다. 이런 시간 없어도 마음 활짝 열 수 있거늘 대체 어디까지, 언제까지 열라는 건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만을 꾹꾹 다지지만, 어느새 웃으며 옆자리 선생님과 웃으며 소통하고 있는 나 자신 어김없이 조우다.

희한한 일이다.

교장, 교감 선생님이 마이크를 잡고 강조하는 학교의 비전-소통, 존중, 배려, 성실, 자율 등등-은 다 잔소리 같은데, 마음 열기 시간에 동료 선생님들의 입을 빌려 떠오른 단어들은 서로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관리자 선생님들은 '많은 부탁하지 않겠다, 두 가지(혹은 세 가지)만 강조하겠다'는 말로 시작해서 결국 '모든 미덕이 다 중요하니  노력해 주세요'로 끝내는 반면, 평교사들은   '신의 백 가지 고민을 내가 잘 알고 있다'는 끄덕임 서로 보여주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세상의 모든 귀찮고 번거로운 일들-가령, 운동 이라던가, 독서, 집밥 등등-이 결국 나 자신에게 이롭듯이 마음 열기 시간도 그러했다.

몇 가지 간단한 도구와 놀이를 통해 첫 만남이 매끄럽게 흘러갔다. 진행하시는 강사님의 말투도 어찌나 부드럽고 상냥하신지, 몸과 마음의 모든 애로사항을 잘 보듬어 주실 것 같았다.




'퍼실리테이터'라는 직업이 있다고 한다.

마음 열기 시간에 만난 강사님들이 바로 퍼실리테이터다.

우리말로 조력자, 촉진자라 일컬을 수 있는데 조직 구성원들의 의사결정이나 협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용어를 소개해 주신 국어과 연수 강사님은 요즘 '북 퍼실리테이터'가 있고 양성과정도 있다는 정보를 덤으로 알려주셨다. 정보의 바다를 검색해 보니 용어 자체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그 역할은 리더가 가져야 할 하나의 자질로서 익히 요구되던 것이다.

나는 일단 초록창이 알려준 <최고의 질문을 하는 사람, 북 퍼실리테이터>라는 책을 주문했다. 을 읽고 질문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끔 돕는 일이 육아와 수업, 책방일을 관통하는 나의  보람이라는 점에서 내가 읽지 않으면 안 될 책인 것 같았다.

그리고  '퍼실리테이'낯선 용어를 대체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이 없을지 고민해 본다. 촉진자나 조력자와 같은 단어로 그 의미를 다 포괄할 수 없어 새로운 단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다. 겨우 생각해 낸 단어는 '돕는 인간'. 촉진자보다도 의미의 경계가 모호해서 만족스럽지 지만, 덕분에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확인했다.

엄마로서, 교사로서, 작가이거나 강연자로서 누군가의 삶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 그런 점에서 돕는 인간  '퍼실리테이터'는 어쩌면 내 인생 직업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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