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무엇이 그리 고팠을까?
내가 정말 그것을 원했는지는 가져보면 알게 된다.
- 쿠팡 플레이 드라마 <안나> 에피소드 6화 42:37 中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그녀.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남들보다 가진 재능이 뛰어난 그녀의 이름은 '이유미'. 학업이면 학업, 발레면 발레 그리고 미술 분야까지. 그녀가 속한 곳이면 언제나 상위권은 그녀의 몫이었다. 유미에게 실패란 없었다. 그녀가 하고 싶었던 것은 모두 해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인 듯 보였다.
하지만, 사람 인생이란 것이 어찌 계획대로 될 수 있겠는가. 그녀에게도 대학교 불합격이라는 시련이 찾아왔다. 여기서부터 그녀는 유미의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선택한다. 그녀는 거짓으로 명문대 학생의 삶을 살게 된다.
명문대의 삶과 유학생의 삶을 넘나들며 타인의 삶을 사는 것에 익숙해진 유미는 어느 한 갤러리에서 근무하게 된다. 현재 본인의 상황과 너무나도 상반되는 부잣집 딸 현주의 삶을 가까이하며 그녀의 삶을 통째로 훔치기로 결심한다. 그리하여 가지게 된 이름 '안나'. 하지만 이것 마저도 현주의 영어 이름을 훔쳐온 것일 뿐. 어디에도 유미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안나가 된 유미의 욕망은 멈출 줄 몰랐다. 안나의 배경 덕분에 교수라는 신분과 유명 기업 CEO 남편도 얻은 그녀는 피라미드 최상위권에 올라서게 된다. 유미는 드디어 모든 것을 다 가졌다. 그녀는 무엇이 그리도 고팠을까?
끝자락에 다다르면 결국 파멸될 것이라는 것을 유미는 알고 있었을까?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 자크 라캉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유아기가 지나치게 길기 때문에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이는 본능적으로 부모에게 기쁨과 만족을 제공해야만 생존에 유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면 부모가 기쁨과 만족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처음으로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내뱉을 때. 첫걸음마를 내딛을 때. 이 순간 부모는 지금까지 느꼈던 행복감과는 다른 차원의 행복을 느끼는 것 같다.
하지만 아이가 아동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부모의 태도는 급격히 돌변한다. 우리 아이가 평균 이상에 속하길 희망한다. 여기서부터 아이는 부모를 만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청소년기로 진입하게 되면 부담감은 더욱 가중된다. 하지만, 그들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부모의 욕망을 만족시켜야만 한다.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접어드는 시점이 다가오면 부모와 거리를 두려고 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본인의 욕망이 무엇인지 찾아가야 하는 단계이지만 부모는 그것을 '사춘기'라는 틀 안에 집어넣고 올바르지 않은 행동으로 가둬버린다. 아이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상태로 성인기를 맞이한다.
아마 우리도 처음에는 부모의 욕망을 만족시키려 부단히 노력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욕망이란 것이 끝이 있겠는가. 하나를 가지면 둘을 원하고 둘을 가지면 셋을 원하는 것이 욕망인 것을. 언젠가는 욕망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날이 오기 마련이다.
나는 타자의 욕망을 실망시키기로 결심했다. 이번 <안나>를 시청하면서 더더욱 크게 느꼈다. 유미도 끝에는 느꼈을 것이다. 내가 그토록 욕망하던 것이 결국엔 타자의 욕망이었음을. 나만의 욕망이 무엇인지에 더욱 집중하며 살아가야겠다.
여러분의 욕망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