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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정 Jul 23. 2023

3화. 키프러스컵 도전기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다음 뉴스펀딩에 게재한 글.


 “실력이 좋으면 운도 따라와.” 주장 조소현은 2015 키프러스컵을 냉철하게 돌아봤다.


 11위. 역대 최악의 성적. 지난해 3위를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더욱 초라하다. 한국여자축구국가대표팀은 조별리그에서 이탈리아, 캐나다, 스코틀랜드에 3연패를 당했다. 벨기에와의 순위 결정전에서는 승부차기 승리를 거두며 12개 팀 중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과 컨디션 난조, 대등함 이상의 경기를 펼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것…… 아쉬움이 많은 대회였다.


 “작년엔 운이 좋았어. 이번 대회가 아무리 아쉬워도 현실을 봐야지. 우린 우물 안 개구리였어” 조소현은 이렇게 말했다. 아시아 대회에서 점차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성장해 온 한국이지만 유럽 팀들과의 경기는 만만치 않았다. 체격이 좋고 몸싸움이 거친 유럽 선수들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3개월이 채 남지 않은 2015 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을 앞두고 맞은 아픈 예방 주사였다.


  3월 4일 한국 1-2 이탈리아

득점자: 지소연(전6, 한국) 보난세아(전4) 구아니(후12, 이상 이탈리아)

 출전선수: 김정미, 송수란(후7 임선주), 심서연, 김도연, 조소현(후41 김혜영), 박은선(후14 여민지), 지소연, 정설빈(후30 이정은), 유영아(후18 박희영), 김혜리, 이소담(후13 권하늘)


 오랜만에 박은선과 지소연이 함께 선발 출전한 경기였다. 지난해 5월 열린 2014 AFC 여자 아시안컵 이후 처음이다. 둘의 콤비플레이는 빛났다. 한국은 전반 4분 만에 이탈리아의 보난세아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2분 뒤 곧장 동점골을 터트렸다. 박은선이 페널티에어리아 중앙 부근에서 힐패스로 지소연에게 공을 연결했고, 지소연은 드리블로 수비수 두 명을 제친 뒤 골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쉬운 경기가 됐다. 한국은 슈팅 숫자에서 12대8로 이탈리아를 앞지르며 많은 기회를 만들었지만 추가골을 넣지 못했다. 지소연의 슈팅이 골대를 맞히는 불운도 있었다. 골은 이탈리아에게서 나왔다. 후반 12분 구아니가 헤딩으로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ㅠㅠ... 너무 못했어여...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팀이었는데......” 경기가 끝난 후 지소연이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다. 이탈리아의 FIFA 랭킹은 14위. 17위인 한국보다 세 계단 높다. 해볼 만한 상대였던 데다, 월드컵에서 한 조에 속한 스페인(FIFA 랭킹 15위)과 유럽 예선에서 진출권을 놓고 다퉜던 팀이기 때문에 간접 비교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은 지소연의 말대로 충분히 이길 수 있을 만큼 대등한, 혹은 그 이상의 경기를 펼쳤지만 패하고 말았다.


 3월 6일 한국 0-1 캐나다

 득점자: 싱클레어(후1, 캐나다)

 출전선수: 김정미, 서현숙(전43 김혜리), 심서연, 임선주, 조소현, 정설빈(후33 박희영), 유영아, 권하늘, 여민지(후18 박은선), 신담영, 이정은(후6 이영주→후24 퇴장)


 공격의 주축인 전가을이 부상으로 두 경기 연속 출전하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소연은 감기에 걸렸다. 이 상태에서 만난 두 번째 상대는 올해 월드컵을 개최하는 캐나다였다. FIFA랭킹 9위의 강호인 캐나다는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수 차례의 A매치 친선전을 치르며 조직력을 다져왔다.


 캐나다와의 역대 전적은 1승 6패. 1승은 2013 중국 4개국 친선대회서 거둔 3-1 승리다. 지금까지 대표팀의 주축 공격진으로 뛰고 있는 전가을, 지소연, 정설빈이 골을 넣었다. 지난 1월 열린 2015 중국 4개국 친선대회에서는 1-2로 패했다.


 한국은 설욕을 다짐했지만 또다시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싱클레어에게 골을 내줬다. 수비에서의 백패스 실수가 빌미였다. 한국과 캐나다는 후반 중반 각각 한 명의 선수가 경고 누적 퇴장을 당할 정도로 거친 경기를 펼쳤고,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 됐다. 그 과정에서 수비수 서현숙과 임선주가 부상을 당했다.


 3월 9일 한국 1-2 스코틀랜드

 득점자: 여민지(전34, 한국) 리틀(전16), 머레이(후43, 이상 스코틀랜드)

 출전선수: 윤영글, 송수란(후31 신담영), 심서연(후44 김혜영), 김도연, 조소현, 정설빈(후32 이정은), 유영아, 권하늘, 박희영(후18 박은선), 김혜리, 이소담(전28 여민지)


 FIFA랭킹 21위의 스코틀랜드는 지난해 2014 키프러스컵 3/4위전에서 1-1 무승부 뒤 승부차기에서 3-1 승리를 거둔 상대다. 역대 키프러스컵 최고 성적인 3위를 거둘 수 있게 한 팀이기에 결장 선수는 많았지만 자신감이 있었다.


 시작은 꼬였다. 전반 16분 수비수 김혜리의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준 것이다. 리틀이 이를 성공시켰다. 절치부심한 한국은 이후 경기를 주도하며 공격을 이어갔고, 전반 34분 여민지의 헤딩골로 추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 막판 가슴 철렁한 순간이 나왔다. 수비수 심서연이 상대와의 경합 도중 발목 부상을 당한 것이다. 심서연이 치료를 위해 그라운드 밖으로 나가있는 상황에서 스코틀랜드의 추가골이 터졌다. 심서연은 앰뷸런스를 타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3연패의 아쉬움에 동료에 대한 걱정까지 더해져 선수들의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다.


 3월 11일 한국 1(5PSO3)1 벨기에

 득점자: 다니엘스(후3, 벨기에) 유영아(후33, 한국)

 출전선수: 김정미, 송수란(후44 신담영), 김도연, 조소현, 지소연, 유영아, 권하늘(후10 박은선→후16 박희영), 여민지(후18 이소담), 이정은(전26 정설빈), 김혜리(후2 이영주), 김혜영


 마지막 순위 결정전만큼은 반드시 이겨야 했다. 감기를 회복한 지소연이 선발 출전했다. 경기는 흐린 날씨 속에 수중전으로 펼쳐졌다. 유럽 팀 가운데서도 신체 조건이 좋은 벨기에 선수들은 강하고 거친 공격을 펼쳤고 한국은 1승의 각오로 이들을 맞섰다. 한국은 후반 3분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33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지소연이 드리블로 수비수 세 명을 제친 뒤 패스를 했고 이를 유영아가 골로 연결했다.


 후반전이 추가 득점 없이 끝나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한국은 키커로 나선 지소연, 유영아, 박희영, 정설빈, 조소현이 차례로 골을 성공시켰고, 벨기에는 네 번째 키커가 실축했다. 승리를 챙긴 한국은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월드컵 대비 예방 주사


 1년 만에 다시 마주한 유럽 팀들은 강했다. 네 경기에 모두 출전한 조소현은 거친 경기에 “만신창이가 됐다”고 말했다. 조소현은 “월드컵에서 우리가 이겨야 할 상대는 더 강하다. 이름 있는 한두 명의 선수를 가지고 이길 수 없다. 상대는 11명이 (박)은선 언니 같은 선수들이다”라며 앞으로 각오를 더 단단히 해야 할 것을 강조했다.


 조직력 역시 부족했다. 한국은 전반 초반과 후반 초반 실점을 통해 조직력과 집중력의 빈틈을 확인했다. 이번 대회에서 많은 선수가 부상을 당하고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것은 그만큼 개인적으로 준비가 안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선수들 스스로 내린 평가다. 지소연은 “저희는 반성 많이 해야 돼요”라며 자책했다.


 몸에 좋은 약은 쓴 법이다. 이번 대회의 패배들은 선수들에게 쓴 약이 됐다. 세계 무대의 벽은 높다. 이번 대회는 월드컵으로 가기 전,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승부욕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그녀들이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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