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RA Apr 02. 2024

고3 엄마

비가 주적주적 오는 날,

내 마지막 학부모 총회를 위해 Yoon이 학교에 갔다.

이렇게 벌써 고3 엄마가 되다니....

세월, 참.

중학교를 바라보고, 우린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

나름 교육열이 높은 동네라 그런가.

오늘도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는 긴 사다리가

우리 집 베란다 앞에서 열일하고 있다.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그저 볕 좋은 베란다에서 식물을 기를 뿐이다.

지난주에는 난생처음으로 대치동을 다녀왔다.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넓지만 낡고 먹을 거라곤 김밥집 밖에 없더라. 

참, 삶이 무엇이더냐 소리가 절로 나온다.


Yoon이 책상에 꽂힌 무수한 문제집들을 보면

신기한 점이 하나 있는데,

아주 깨끗하다는 것이다. 

우리 아들은 문제집도 아주 곱게 푼다.

절대 구겨지면 안 되고, 이물질이 묻어도 안된다.

보기엔 새것처럼 보이지만, 

한 장 한 장 아들의 고뇌가 묻어있다. 


11살 소년은 벌써 19살이 되었고,

사진 속 Messi도 돌고 돌아 마이애미에 가있다. 

정말 세월, 참이다. 


아들아,

내가 너의 다리가 되어 줄게.

그저 잘 이겨내기만 하면 된단다~

작가의 이전글 가나다라마바사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