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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A Oct 16. 2024

이름을 불러 주세요

북악도예가회 동문전

<naMe tag>   2024. 10. 15 - 10. 20   갤러리 반포5


올해는 유난히 바쁜 것 같다.

Yoon이가 고3임에도 불구하고,

동문행사를 두번째나 하니 말이다.

참, 감사한 것은

Yoon이 엄마이기 이전에

나는 도예가이다.

'이름을 불러 주세요'

내가 대학에 갓 입학했을 때, 조교를 할 때,

대학원 다닐 때, Yoon이 엄마가 되었을 때.

30년이라는 세월을 함께한 사람들이 있다.

물론, 나에게

작업을 잘한다는 둥, 작품이 좋다는 둥

뭐 이런식으로 말해준 사람은 없다.

다만 나는 이 그룹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이상욱 作                                                                 

아침마다 과사무실에 들러

뜨거운 물을 받아가던 선배가 있었다.

나의 잔소리에도 꿋꿋하셨던.

논문을 다 쓰고 졸업할 때

문제의 주병을 선물로 주셨다.

나는 청자상감 버드나무 정병을 좋아하는데,

아마 선배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정용 作

오랜만에 만난 대학원 졸업동기는 교수님이 되셨다.

우리집 책장 한 구석에 멀뚱하니 놓여있는 옛날 작품을 아닌척 깨끗이 닦아 놓았다.


나는 더이상 심오한 작업을 논할만큼

대단한 사람이 되어있진 않지만,

많은 걸 기억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이게 내 역할이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조미라 作

나는 여전히 Paperclay를 만들고, 코일링을 하며,

그 위에 그림도 글씨도 아닌 어떤 것을 넣는다.

음, 특별히 알아주는 사람이 있는건 아니지만,

조용히 흙을 만지고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여전히 큰 즐거움이다.

무엇보다 가장 반가운 것은

오랜만에 아저씨를 만난 것이다.

binn이오빠가 친히 초대하고,

한달음에 아저씨가 오셨다.

(도예과에는 가마, 전기물레, 토련기 등의 기자재 관리를 위한 기술직 직원이 한 분 계신다. 정식 명칭은 주임, 과장, 부장이지만, 우리는 다 도자아저씨다)


저마다의 20대를 기억해 주시는 분이다.

날마다 아저씨의 잔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학교밥을 먹었다.

백발이 되셨지만, 여전히 건강하시고,

나역시 그 옛날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다시금 청춘의 한 페이지를 기록하고 싶다.

여전히 마르지 않은 내 손으로

좀더 멋진.


우리들은 도예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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