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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효민 Jul 29. 2023

하나의 시절이 지나갑니다

sm5 보내고 셀토스 데려온 이야기

 차와 운전이라는 것에 크게 로망이 없던 나는 수능을 치고 나면 유행처럼 등록하던 '자동차 운전학원'에도 등록하지 않았다. 운전면허증은 운전할 때, 따야 효율적일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내가 운전면허증을 발급받게 된 건, 수능을 치르고 약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2015년 사회생활의 초입에 있던 나는, 운전면허증이 없으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길로 바로 자동차 운전학원으로 향했다.

2015년은 내 인생에서 큰 변화가 많았던 해로 기억한다. 본격적인 커리어의 시작, 7년간의 연애 종결, 운전면허 취득과 첫 차 구매 등 꽤나 큰 사건들이 이어졌다. 

경주의 동과 서, 남과 북을 종횡으로 바삐 움직여야 하는 첫 직장의 특성상, 운전은 필수였다. 면허를 취득하고 아버지의 '싼타페'로 도로주행 연습을 많이 했던 터라 운전을 하는 것에 걱정은 없었지만, 문제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차종이 정말 다양했다는 것은 부담이 되기도 했다. 첫 직장에서 내가 몬 차량만 해도 원장님의 '싼타페'를 필두로 '모닝', '아반떼', '스타렉스', '포터'로 5대에 이른다. 

경주의 논밭을 가로지르는 함한 길을 운전하고, 시골마을의 좁은 골목길을 드나들면서 운전 실력은 일취월장 늘어갈 수밖에 없었다. '추억의 경주 수학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는 관광버스를 먼저 출발시켜놓고 승용차로 버스를 앞질러 목적지에 먼저 도착해서 미리 프로그램 준비를 해야 했기에 경주의 모든 지름길이란 지름길은 전부 터득하게 되었던 기억도 난다.

한 번 차를 몰기 시작하니, 내 차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때마침 이모부의 중국 발령으로 온 가족이 중국으로 출국하는 이모가 타던 차를 중고로 구입할 수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엄청 싼 가격에 차를 파셨는데, 주셨다고 봐도 무방할 금액이었다. 그렇게 2005년식 sm5와의 긴 인연이 시작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


2015년에 내 명의로 등록하게 된 첫 차 sm5는 2023년 7월 새로운 차를 구매할 때까지 8년간 나의 발이 되어주었다. 2015년부터 2022년까지가 내 인생 최대의 격동기였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sm5는 나의 가장 어려운 시기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해 준 정말 고마운 친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sm5는 말 그대로 나와 전국을 함께 누볐다. 내 거주지가 경주-부산-인천으로 옮겨 다니는 동안 낯설고 외로운 도시에서 유일하게 마음 편히 한숨 돌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었다. 너무 힘들고, 억울하고, 외롭고, 서러울 때면, 차 안에 앉아서 노래를 틀어놓고 울기도 하고,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기도 하고, 잠시 눈을 감고 명상에 빠지기도 했다. sm5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기계가 아니라 내게 있어 내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내 편이었다.

그랬던 내 유일한 편이 2021년부터 본격 조금씩 탈이 나기 시작했고, 이상하리만큼 많은 사고가 나기 시작했다. 

3차선으로 저속 주행하던 내 차를 2차선에서 그냥 받아 버리지를 않나, 가만히 주차라인에 주차해 둔 내 차를 후진하면서 받아 버리지를 않나, 똑같이 주차해 있는데 옆 차가 나가면서 내 차 오른쪽 차 문과 범퍼를 다 긁어 놓지를 않나, 술 취한 미친놈이 소주 병으로 내 차 앞 유리를 박살 내놓지를 않나, 킥보드를 탄 아이가 그대로 내 차로 돌진해 기스를 내지를 않나... 



2005년에 생산된 차니, 고장이 나고 소모품을 교체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지만, 내게 과실이 전혀 없는 사고들이 자꾸 일어나는 것을 보고 이 친구가 나에게 일종의 경고를 보내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2021~2023 인생 최악의 사건인, '전세사기'를 당하면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너무 많이 입었기에 차를 바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계속 이 차를 운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 차는 계속 사고가 나고, 허리 수술까지 겪게 되면서 정말 인생의 가장 끔찍한 순간을 위 기간 동안 맞이했던 것 같다.

다행히 2023년부터는 상황들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고, 전세 문제 해결과 신축 아파트로의 이사로 모든 것들이 안정되기 시작했다. 이제 내게 마지막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자동차' 문제였다.

때마침 아파트 입주민 중에 자동차 판매 쪽 일을 하시는 분과 친분이 생겼고, 2023년 4월에 그동안 눈여겨 봐왔던 '셀토스'를 주문했고, 라오스로 여름휴가 떠나기 하루 전에 차량을 인도받게 되었다.



그렇게 새 차를 제대로 운행해 보지도 못한 채로 라오스 여행을 다녀왔고, 지금 열심히 신차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글을 쓰는 현재 시점인 오늘. 정들었던 'sm5'를 해외 수출로 정리했다.

어제 '헤이딜러' 어플을 사용해 내 차 가격을 내봤는데, 그중에 견적가와 구매가 차이 없이 인수하는 딜러를 통해 최종적으로 판매하게 되었다.

탁송하시는 분이 오셔서 차의 이곳저곳을 촬영했고, 회사의 승인이 떨어져서 내 계좌로 차량 대금이 입금되었다. 그리고 기사님이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가는데 괜히 시원하고 섭섭한 마음이 휘몰아쳤다.


차를 처분하고 나니, 그래도 무언가 이제 지난날들이 정리되는 것 같고, 조금 더 앞을 향해 나갈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물론 지난 추억들을 잊거나 지우겠다는 마음은 아니다. 'sm5'와 연결된 수많은 소중한 순간들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내 소중한 친구를 보내며, 마지막으로 글을 정리하고 싶다.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외롭고 힘든 세상에서 맘 편히 울고 웃을 수 있도록 공간과 시간을 허락해 줘서 고마워. 함께 했던 수많은 추억들 잊지 않을게."

혹시 신차, 중고차, 장기렌트 등 차량 구매에 관심 있는 분들은 제가 믿고 맡겼던 분은 소개해드립니다. 4월에 주문하고 9월에 나오기로 되어 있던 차였는데 판매하시는 분이 애써주셔서 7월 초에 받았고, 해외 여행 일정 때문에 차량 등록부터 용품점에서 선팅, 블박작업 등 너무 애써주셨어요! 완전 완전 강추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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