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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송곳 Sep 08. 2019

엄마의 도전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

환갑을 맞이한 엄마가 어느 날 나와 언니를 불러 폭탄 발언을 했다.      

“나 학교에 갈래. 중학교 과정부터 다시 배울 거야 '     

60세까지 회사원이던 엄마가 학생이 된다니...     

엄마 어린 시절에는 밭일 때문에 혹은 형제들에게 치여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던 게 한으로 남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게 우리 엄마였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아니? 그 한을 다시 풀게 될 줄이야...     


그렇게 나와 엄마는 봄을 앞둔 2월에 주부학교에 방문했다. 

국어, 수학, 영어로 이뤄진 간단한 테스트를 거치고 

신청서를 제출하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방식인데 

보호자란에 내 이름을 쓰는데 어찌나 어색하고 기분이 이상하던지...     

그리고 더 놀라운 건 테스트를 보는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는 문제는 거침없이 풀어가고 

모르는 문제는 머리를 싸매며 고민하는 모습이 영락없는 중학생이었다. 

물론 문제를 다 맞히지 못했고 

돌아오는 길에 아는 문제였는데 긴장해서 틀렸다고 

아쉬워하는 모습까지 학생 그 차제였다.     

그해 봄, 엄마는 합격 연락을 받아 입학을 했고 

지금은 중학교 3학년이 되었다. 


내가 학교에서 배웠던 교과 과정을 그대로 배우고

시험이 있는 주간이면 밤을 새워 공부하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수학여행도 다녀왔다. (다른 학우들은 장기자랑도 준비했다고 한다)

딱 20년 전 내 모습처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참새같이 재잘재잘 말하는 엄마를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몸으로 실감하게 된다.     


엄마는 반에서 상도 제법 많이 타고 시험 성적도 좋은 우등생에 속한단다.

(덕분에 나와 언니도 영어  회화를 듣고 문서화 작업을 하거나  

글쓰기 첨삭 과외도 하는 등 반 강제 교육에 동참하고 있다.

물론 수포자 집안이기에 수학은 알아서 공부하는 것이 무언의 약속으로 굳어졌다.) 


60이 넘은 나이에 영어 회화를 듣고  

함수 문제를 풀고 사자성어를 줄줄 외울 정도다.     

이제 엄마의 목표는 대학 입학이 되었다. 

분명 원하는 과에 합격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는 엄마가 70이 될 때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한다.      


엄마를 닮아서인지 나도 배우고 싶은 것이 제법 많다. 

취미, 어학, 운동 등 종류도 다양한데 

지금 당장 못한다고 초초해하거나 포기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배움에는 나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 송여사가 몸으로 실천하고 있기에 -      


대학 졸업식까지 엄마의 든든한 보호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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