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스터 킴 Mar 05. 2020

잠수함에서 나를 건져 올리기

숨좀 쉬자. 마스크 쓴 가면무도회도 아니고...

생각지도 않게 깨끗해진 나의 3월 달력 스캐쥴....


내가 원하던 바인가? 심적인 부담은 덜어진 것 같으나, 뭔가 방향성을 잃어버린 것 같아 안갯속을 헤맨다. 코로나 19라는 보이지도 않는 작디작은 것이 전국 사람들에게 패닉을 가져왔다. 발목을 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침에 파바로티 음악을 들으며 상쾌하게 시작한 루틴은 전국 확진자 수를 속보를 통해 확인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출근하면서 직원에게 던지는 가벼운 농담도 사라져 갔다. 마스크를 쓴 엄숙한 분위기에 직원들은 무언가 걱정거리를 가슴에 하나둘씩 갖고 있는 것 같았기에... 함부로 철없이 농을 던지는 걸 주저하게 었다.


보통 업무나 대외 행사는 2-3주 후 스캐쥴이 대부분 미리 정해진다. 그러나 2월 말이 다가올수록 일정은 하나씩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가 된다.

한편으로는 부담을 덜어내는 기분도 있지만, 준비했던 마음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심지어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 지 실수를 하기도 하면서 자책을 한다.


'요즘 내가 왜 이러지. 바보가 된 기분이야.'


전혀 부가가치를 내지 못하는 하루도 있고, 나도 모르게 낮에 졸음이 쏟아질 때도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오해가 생기고 예민해진다. 행복이란 단어가 파묻힌 지 오래됐고 다들 내 얼굴빛이 까칠해졌다고 한다.


난 급하게 휴가를 내고 내일 쉬기로 했다. 주말부부로 오래 못 본 아이들과 놀아주고 대학원 온라인 강의 예습도 해야 할 듯싶다. 무엇보다도 소소한 행복의 빈도수를 늘려봐야겠다. 피부도 까칠하고 성격도 까칠해지니 잠도 많이 자고, 음악도 잔잔하게 리듬 타면서 들어 보자.


그리고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고마운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물으며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해 보련다.


4월에는 다시 달력 스캐쥴이 알록달록 채워지겠지... 그렇게만 된다면 참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악한 욕심,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