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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 킴 Oct 22. 2020

사악한 욕심,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다.

솔직히 가짜가 되기가 망설여졌다.


없는 데 있는 척하고, 작은 걸 큰 걸로 포장하고,

적어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분명 작년과 똑같은 기회가 왔는데 그때처럼 피가 끓지는 않았다. 그때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였으니까.

내적 갈등이 오래갔다. 하겠다고 공표했다가 다시 접었다를 반복했다. 마음속이 그렇게 복잡할 수가 없었다.


내 것이 아닌 걸 분명히 알면서 체면 술을 쓰면서까지

 내 것인 양 막연한 일치를 조장했다.

지나 보니 불필요한 번뇌의 시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객관화시키는 눈을 찾았다.


동료와 쌍방 간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서...

선배들의 살아온 히스토리를 보면서...

후배들의 순수하고 값진 고군분투를 보면서...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눈을 갖지 못했던 것이다.

조직에게 상처 받은 지난 경험을 여태껏 지우지 못하고,

나 자신의 열정 하나만 단단히 믿으면서

 정확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은 숙연하게 발효시킬 시간이다.

좀 더 깊은 맛이 나도록 푹 묵혀둘 필요가 있는 시간들이다.

아직 익지도 않은, 쓴 맛 나는 열무김치를 눈치도 없이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아내 입에 들이대 보았다.

내 입장에서는 애정 표시임에 분명하지만, 상대는 맛을 보고 인상을 찌푸린다. 소통이 어긋나는 순간이다.


엉덩이를 붙이고 더욱 크레디트를 쌓아가야지.

마일리지도 쌓아놔야 제주도라도 다녀오는 거지.

준비도 안 된 사람이 올레길을 걸어봐야 무슨 철학을 하겠는가... 억새풀이 흔들리는 저녁노을에 목덜미의 땀을 닦으며, 진정한 등산에 기특해하며

콧노래라도 불러야 지 않을까.


적어도 가짜로 살지는 말자.

내 것이 아닌 것을 내 것인 양 포장해서

이름 세 글자 쓰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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