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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매 Apr 22. 2024

편안하게 넘는 곳 영월

이슬아 생활집 - 영월편


꽃이 만발했던 봄이 지나고 연둣빛 새싹이 가는 곳마다 돋아나는 봄과 초여름 사이 지금의 계절과 잘 어울릴 책을 만났다. 바로 <이슬아 생활집 - 영월 편> 이다.

이 책은 이슬아 작가가 2021년에 강원도 영월에서 한 달 정도 지내며 남긴 사진과 레시피와 글 한 편이 담겨있다.
(영월군에서 무료로 배포했다고 한다.)


강원도 하면 바다도 멋진 곳이지만 진짜 아름다움은 산인 것 같다. 그중 영월은 산도 산이지만 계곡이 특히 아름다운 지역이다. 무릉도원면, 김삿갓면의 계곡은 규모도 크고 한 여름에도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갑고 깨끗해서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다. 나도 여행과 캠핑을 종종 가는데 영월의 풍경과 계곡은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곳이다.


이슬아 생활집은 엄마 복희씨와 함께 만들어 먹은
'이스레시피'로 시작된다. 지천에 널린 산나물들로 만든 다양한 채소식은 간단하지만 그 어느 음식보다 푸짐한 한 끼 식사를 채워준다. 나도 비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는데 영월에서라면 얼마든지 비건식으로 채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산나물 부침개와 동강 막걸리는 특히나 군침이 돌았다. (동강 막걸리 맛있지!)


영월의 아름다운 자연과 어우러진 이슬아 작가의 모습이 담겨있는 사진들은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떠오른다.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잠시 낯선 곳에서 머무는 느낌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창작을 하는 작가에게 낯선 곳에서의 경험은 아마 많은 자극을 줄 것 같다.


유일하기 때문에 저절로 최고가 되는 것들이 영월에는 있다. 하나뿐인 문학 서점. 하나뿐인 서점 주인. 하나뿐인 기와집 숙소. 숙소 근처에 하나뿐인 편의점. 읍내로 나가는 하나뿐인 길. 읍내의 하나뿐인 영화관. 하나뿐인 천문대. 하나뿐인 터미널... p.108


이슬아 작가의 어릴 적 추억으로 시작하는 영월에 대한 글 한편. 유일한 것들이 드문 곳에서 산 넘고 강 건너 놀러 온 엄마와 친구들과의 나눈 유일한 이야기들은 이슬아 작가에게 좋은 자양분이 되어 아마 멋진 글들을 독자들에게 보여주지 않았을까. 나도 언젠가는 낯선 곳에서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해외도 좋지만 우리나라 '영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어디든 좋겠지... 꼭 해보길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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