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아버지의 권유로 가족들과 함께 임종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누군가는 가족에게 미안함을 전하고, 누군가는 남은 이들에게 간곡한 부탁을 남긴다.
나는 나를 원망한다.
사는 동안 왜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는지, 하지 못했는지. 왜 그리 열정을 다 쏟지 못했는지.
그래서일까. 선 잠에 들 때면, 꿈속의 나는 나를 원망한다.
하고 싶은 일을 지금 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것을 지금 하지 않을 이유는 그 무엇도 없다고.
(2019. 04. 11 일기장 발췌)
삶의 마지막 순간을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상상한 그 순간의 나는 '떠나지 않음'을 후회했다. 매년 버킷리스트 첫 순서에 '세계일주'란 네 글자를 채워넣는 것이 익숙하다. 심지어 마음 한 구석이 편안하기까지 하다. 그래서인지 그 목록을 지우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언젠가 꺼내 먹을 나만의 마지막 한 입의 간식처럼 꽁꽁 숨겨놓을 뿐이다.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 생을 붙든 유일함.
죽더라도 세계일주는 하고 죽어야지.
그래서 시작한다. 내 삶의 가장 큰 숙제이자, 가장 간절히 소망했던 일.
세계일주.
대신 일을 그만 둘 순 없다. 나는 나를 먹여살리는 가장이고,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팀원들의 리더니까.
노트북 하나를 배낭에 쑤셔 넣고, 첫 걸음을 내딛는다.
'돌멩이 하나가 던져진 강물은 잔잔한 강물과는 무언가 다르겠지. 변화가 있겠지. 떠나지 못했던 지난 날들보다는 한 걸음 더 그 꿈에 가까워지겠지.'라고 중얼거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