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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Jun 18. 2020

룩셈부르크, 지하세계에 진짜 사람이 산다.

돌아다니면 돌아다닐수록 신기한 공간이었다. 그야말로 "아랫마을", "윗마을"이라는 단어가 정확하게 문자 그대로 표현되는 곳. 내가 밟고 서 있는 곳이 집과 건물이 들어차 있는 "사람 사는 공간"인데, 내 옆으로 분명 사람과 자동차가 지나다니는데, 그 밑에 또, 세상이 있다.


그룬트(Grund): 아랫마을

"아돌프 다리" 아래 펼쳐진 또 하나의 마을

룩셈부르크에는 다리가 많았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사이에 40m 깊이의 계곡이 있어서 두 군데를 잇기 위해 수많은 다리가 지어졌다고 한다. 그중 하나인 "아돌프 다리"는 건축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아치형 석조 다리로 세상의 이목을 끌었는데, 숲의 향연 위에 우뚝 선 거대한 아치는 룩셈부르크의 대표 명소이자 "우아한 다리"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에 오른 것도 아니고 몇 시간씩 등산을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서 있는 땅 밑으로 "숲"이 보였다. 지하에 왜 산이 있지? 그냥 딱 그런 느낌이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내려간 곳엔 내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공간이랑 똑같이 나무가 울창했고, 강물이 흘렀고, 그 사이로 집과 상가들이 들어서 있었고, 사람들과 자동차가 북적였다.


헷갈렸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지상일까, 지하일까, 아니면 고원인 걸까, 절벽 아래인 걸까? 어디가 진짜 세상인 걸까?

그룬트(아랫마을)로 내려가면서 찍은 사진
노이뮌스터 수도원을 중심으로 펼쳐진 또 다른 세상
알제트 강 주위에 자리 잡은 중세 시대 풍의 건물들

지상으로 올라가면서 바라본 그룬트 마을의 모습은 더욱더 인상적이었다. 제법 가파른 언덕 위로 가지런히 나열되어 있는 집들과 마을 전체를 휘감고 있는 보크 포대, 그리고 내가 서있는 곳에 따라 높낮이를 달리하는 아랫마을과 윗마을은 볼수록 신기했다.

그룬트(아랫마을)에서 지상으로 다시 올라가는 중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가는 내내 눈에 띄었던 보크 포대
노이뮌스터 수도원을 중심으로 아랫마을에서 윗마을로 오르는 높이에 따라 뷰를 달리하는 풍경

여기가 아래인 걸까 저기가 위인 걸까, 백화점도 아닌데 왜 층층이 건물과 사람들이 존재하는 걸까, 어디로 나가야 나의 세상과 통하는 지상 1층인 걸까? 레고로 만들어낸 2단, 3단의 상상의 도시처럼 룩셈부르크는 그저 놀랍고도 놀라웠다.

지하세계에 진짜... 사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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