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밤의 중세시대를 만나다.
"유럽"과 "여행"이라는 두 단어의 설렘처럼 일주일간의 여행 일정은 매우 낭만적이고 분에 넘치도록 아름다운 시간이었지만, 이따금씩 아이들로 인해 신경이 곤두서고 짜증이 나는 현실적인 문제들도 늘 함께했다. 그리고 피곤했다. 특히 벨기에 "브뤼헤"에서 시작한 여행을 마무리하며 다시 벨기에 "겐트"로 돌아온 마지막 날 밤이 딱 그랬다.
겐트 야경이 유명하다지만 뭐 별거 있겠어? 그냥 안 보고 숙소에서 쉬면 안 될까? 매일 매 순간을 과도하게 감탄하며 예쁜 뷰를 바라보는 것도, 유명 여행지라면 한 장면도 놓치기 싫어서 발버둥쳤던 조급함도, 그냥 다 내려놓고 싶은 무기력해지는 순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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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또 언제 벨기에에 와보겠냐며 피곤한 다리와 무거운 고민을 견디고 힘겹게 일어선 겐트의 밤.
와~ 겐트는 야경이 다..했다..!
칠흑같이 깜깜한 하늘과 운하 사이에 성냥갑처럼 생긴 중세풍 건물들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물속에 그대로 투영된 거리는 흐트러짐 없이 선명했다. 온 세상을 적막 속에 가둔 채 차분하고 기품있는 모양으로 존재를 드러낸 겐트의 밤은, 촌스럽게 휘황찬란한 놀이동산의 일루미네이션만큼 과하지 않으면서도 깨끗하고 영롱했다.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내리는 비가 귀찮지 않았다. 오히려 습한 공기에서 느껴지는 이 도시만의 내음이, 촉촉한 유럽 감성을 만끽하며 중세시대의 야경을 보고 돌아온 이 극적인 시간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잊히지 않을 것 같았다.
유럽의 숨은 보석이라는 겐트. 고즈넉한 중세 시대로의 진정한 시간여행자가 되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야 한다. 겐트의 야경은 말문이 막힐 정도로 훌륭하고 또 훌륭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