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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은 Sep 06. 2020

영국, 가을학기 시작

내겐 너무 이상한 학교

큰 아이가 6개월 만에 학교에 갔다. 삼시세끼 차려대며 복작거렸던 생활을 청산하게 되었으니 속이 후련할만도한데 그저, 영, 찝찝하다. 영국에서는 교실 내 마스크 착용이 금지되었다. 내가 여기서 표현한 "금지"의 의미는 학교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공지하는 것, 혹은 교실 내에서는 절대 마스크를 착용하면 안 된다고 지시받는 것, 그리고 담임선생님한테 "지금 네 아이만 교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벗으라고 해도 될까?"라는 전화가 걸려 오는 것. 이 믿어지지 않는 일들이 나를 비롯한 주위 학부모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일이다. 마스크 착용이 의무는 아닐망정 선택권이라도 주어져야할 텐데 큰 아이가 재학 중인 학교에서도 교실에서는 네버! 에버! 마스크를 쓰지 말라고 했단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복도에서는 의무적으로 착용, 교실 내에서는 선택적으로 착용이 가능하다고 공지가 되었는데 그새 바뀐 건지 어쩐건지 좀 혼란스럽다. 마스크를 안 쓰는 대신 그들이 열중한 일은 환기와 손소독제 사용이다. 쉬는 시간마다 손소독제를 뿌려주고, 수업 내내 창문을 열어놓는단다. 아이들이 날씨가 추워지면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선생님이 지금은 안 추우니까 걱정 말고 아마 그때 가면 지침이 또 내려올 거라고 하셨다나? 너무 어이가 없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다음 주부터 등교하는 꼬맹이는 아예 마스크 착용 고려 대상이 아니다. 영국에서는 기본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7세 이상에게만 권장하는데다가, 실망시키지 않고 꼬맹이 학교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금지했으니 말이다. 이쯤 되니 영국인들의 마스크에 대한 저항의식에 박수라도 보내고 싶다. 그깟 마스크 하나 쓰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라는 마음을 담아서. 새로운 등교를 준비하면서 반년 사이 부쩍 커버린 아이에게 교복과 신발을 새로 사입혔다. 금방 또 락다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하루라도 학교에 가려면 우리 이거 사긴 꼭 사야하겠지?라는 서글픈 생각을 하면서. 부디, 괜한 나의 쓸데없는 기우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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