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7기3
지난 글들을 좋아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대댓글 기능이 없어서 댓글에 반응을 못해드리지만 하나하나 다 읽고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울대를 다니면서 느낀 다음 사항은 생각보다 인생에서 운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는 것이다.
이건 서울대학교를 입학할 때 부터 작용한다.
내 초등학교, 중학교 친구 중 한명은 서울에서 일반고를 나왔고, 고3 때 담임선생님이 서울에 있는 상위 10개 대학을 가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할 정도로 공부를 열심히 안했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고3 여름방학 동안 그 친구의 수학 문제집은 한장도 넘어가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유는 매일 학교에 가서 축구를 하느라 단 한문제도 수학 문제를 풀지 않았다고 한다.
그 친구는 전교권도 아니었지만 서울대학교에 입학했고, 심지어 서울대, 연대, 고대를 모두 지원해서 세개 다 합격했다.
물론 그 학교 전교1등이었던 친구도 서울대에 왔고, 원래 알던 친구 덕분에 그 친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친구는 학부 생활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았다.
학점도 그저 그런 수준이었고 별 다른 스펙도 없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 학과 출신들이 갈 수 있는 가장 좋은 회사에 그 해에 딱 두명이 합격했는데 그 중 한명이 되는 영예를 누렸다.
그 친구가 원래 말을 참 잘해서 대학 면접은 (고등학교 내신이 그렇게 나쁜건 아니었기에) 대학 면접은 잘 봤겠구나 했는데 그 학점을 가지고 그 회사를 붙은게 정말 신기했다.
또 다른 친구는 서울대 학부 중에 그렇게 취직이 잘 되는 학과가 아니었다.
그래서 그 친구 나름대로는 열심히 이것저것 많은 활동도 하고, 복수전공도 했었다.
하지만 그 해 취직시장이 많이 어려워서였는지 모든 회사를 다 떨어졌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남은 회사가 삼성전자였고, 여기까지 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취직 재수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 친구가 여기까지 얘기 했을 때, 취준을 해본적 없는 내 입장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회사는 삼성전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들이 떨어졌으면 당연히 삼성전자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나를 보란듯이 다른 회사들은 다 떨어졌지만 삼성전자를 합격했다.
그래서 지금 잘 다니고 있다.
또 다른 친구는 서울대학교에 편입을 한 친구였다.
다른 학교를 잘 다니다가 학점을 정말 잘 받고 편입을 한 친구였다.
이전 학교에서의 학점이 매우 좋았지만 편입 한 학과랑 관련된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았었고, '그냥 원래부터 그 전공을 배우고 싶었다'가 그 친구의 유일한 지원 동기였다.
그 친구의 말에 의하면 편입 면접을 보기 위해서 정말 많은 사람이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친구는 학원을 다닌적도 없었기 때문에, 서울대학교 편입 과정이 어떤지 몰랐고 전공 시험을 보는것도 몰랐기 때문에 시험 떄 말도 안되는 답변을 쓰고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오후에 면접이 있는 것도 몰라서 원래는 빨리 시험지를 제출하고 집에나 가려고 했었는데, 미리 제출하는 것이 불가하다는 얘기를 듣고, 끝까지 기다린 후에야 오후에 면접이 있는 것을 알게되어 면접까지 보고 나왔다는 얘기를 했었다.
그 친구가 생각하기에는 편입 시험을 본 다른 사람들이 훨씬 필기 시험도 잘 봤고, 면접도 잘 봤을텐데 왜 본인이 합격했는지 모르겠다고 얘기했다.
물론 그 친구가 이전 학교에서 학점이 괜찮았지만, 그것 외에는 별 다른 스펙이 없었기 때문에 참 의아하다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이렇게 서울대학교에 와서 여러 사람들을 보면서, 물론 이런 경험은 꼭 서울대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생에서 참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
나 또한 대학에 올 때 무조건 서울대학교에 갈만한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느정도는 운이 작용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입 이후에 취업, 결혼 등 인생의 참 많은 부분에서 운이 작용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인생에서 어떤 일이 잘 풀릴 때는 그것이 온전히 나의 능력으로 이뤄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또는 인생에 어떤 일이 정말 잘 안풀릴때는 그게 오로지 나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됐다.
인생사 운빨이 작용하는 영역이 너무 크니까 너무 일희일비 하지 말고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