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츄리닝소년 Nov 20. 2021

서울대에서 느낀 점

간판이 부끄러워지는 순간

한번은 이런 적이 있었다.


서울대를 다니면서 집이 너무 멀어서 한학기동안 서울대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특정 요일은 수업을 집 근처 대학에서 들었었다.


잘 찾아보면 서울의 학교 뿐 아니라 전국의 대학에서 계절학기, 심지어는 정규 학기도 다른 학교에서 학점교류를 통해서 들을 수 있다.


학교가 너무 멀어서 가는게 귀찮아 집에서 뛰면 10분만에 강의실에 도착할 수 있는 학교에서 학점교류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수학과가 아니었기에 기초적인 수학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수학과 수업을 들었었다.


강의 첫 날에 교수님이 수업 시작 시간이 훌쩍 지난 후에야 오셨고, 화장실이 너무 급했던 나는 출석을 부르자마자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리고 조용히 강의실에 들어가는데, 내가 들어가니까 강의실이 조용해졌다.


한가지를 짚고 넘어가자면 내가 예전에 다녔던 학교에서나 서울대에서나 학점 교류로 수업을 들어러 온 학생이 있었지만 단 한번도, 어떤 교수님도 그 학생에게 어느 학교에서 왔는지 묻지 않았었다.


나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는데, 그 교수님은 달랐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자리로 돌아가려는 나를 세워두고 어느 학교에서 왔는지, 집은 어디에 사는지, 고등학교는 어디서 나왔는지 등등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어느 학교에서 왔냐는 질문에 너무나 그러기 싫었지만 서울대라고 대답하자 강의실에 있던 모든 학생의 시선이 나에게 꽂히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게 스펙터클한 첫 수업시간이 지나고 첫번쨰 중간고사였나 두번째 중간고사 때 또 일이 발생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수학과는 아니었지만 수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수학과 관련 수업을 들었었는데 내가 중간고사에서 1등을 했었다.


앞에 몇 글자만 봐도 알듯이 교수님이 매우 괴팍하신 분이었기 때문에 수학과 학생들도 차라리 이 수업을 내년에 듣고 말지 라는 식이여서 수학과 학생도 몇 없는 작은 수업이었기에 1등이 가능했었다.


그 시험이 끝난 후 교수님은 다른 학생들 앞에서 나를 가리키며 저 학생은 수학과도 아닌데 1등을 할 동안 너네는 무얼 했냐, 쟤는 서울대에서 와서 저렇게 1등 한거다, 너네가 저 학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열심히 해야한다 등등 전형적인 꼰대가 할법한 이야기들을 했다.


세번의 시험 끝에 최종 1등은 아니었지만 하필 딱 내가 1등을 한 시험만 꼬집어서 교수님이 다른 학생들에게 핀잔을 주었었다.


그 학기에 들었던 다른 수업은 그렇게 이상한 교수님이 아니었기에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한 학기 내내 다른 학생들과도 얘기를 섞을 일이 없었기에 서울대인것을 잘 숨기고 다닐 수 있었다.



요즘도 가끔 그 교수님은 뭘하실지 궁금할때가 있다.


작가의 이전글 서울대에서 느낀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