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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vivi May 28. 2024

나는 죽을 때까지 빛나는 사람이고 싶어

내 이름의 시작이 그리하였듯.

미숙아로 태어나 숨소리부터 은은했던 나에게

우리 부모님은 빛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셨다.

원래는 첫째 딸로 태어난 언니의 이름이었지만,

아빠의 변덕으로 인해 언니의 이름이

빛나가 아닌 다른 이름으로 지어졌기에 어찌 보면 나는 이름마저 물려받은 둘째였다.

그러나 이것은 내가 고등학생 이후로, 처음 들은 비하인드이고..

내 이름을 특별히 기억하게 된, 첫 기억은 이랬다.


엄마, 왜 나는 이름이 빛나야? 애들이 자꾸 빛나리라고 놀려.


빛나는 세상을 빛낼 거라 빛나야.

빛나의 세상도 빛내고, 그 빛으로 나라도 빛내고, 큰 사람 될 거야.

빛나야.



.

.

.


빛나리가 대머리가 되기도 하고,

빈라덴이 되기도 하며

이름을 바탕으로 한 별명은

때에 따라 있고 또 없기도 했지만


엄마의 말 때문이었을까,

나는 내 이름이 특별하고 좋았다.


비록

내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순간이 있더라도

안에서는 은은히 빛나고 있는 것 같아 좋았고,

내가 두각을 나타내는 순간에는

이름처럼 반짝 빛나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래서 내 이름은

나에게 희망이 되기도 했고

가능성이 되기도 했고

사랑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늘 내 이름을 사랑했다.


.

.

.


언제부턴가 내 삶에서 리즈라고 부를 만한 순간도

어느 정도 정해진 것 같고,

때때로의 우울로 빛이 바래진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느 때는 마치 블랙홀에 들어가

모든 빛을 빼앗긴 것처럼 암흑같을 때도 있었다.

부모님의 생각과 기대와 달리

세상을 빛낼만한 사람이 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색이 달라지고 채도와 명도만 변했을 뿐,

나는 여전히 빛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먹고 싶은 음식이 뭐야?를 논하고

시시콜콜 웃다가

앞으로 어떻게 살 것 인가 라는 주제에

내가 환히 웃으며 말했단다.


나는 죽을 때까지 빛나면서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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