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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의 산책길 Feb 07. 2022

[카페 R]
다이빙을 한 느낌이야!

미스터리 인터뷰 - 카페R 1부

미스터리 산책길은 

도시의 흔적으로 남게 될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상호명과 인터뷰이의 실명은 밝히지 않습니다. 

그럼 산책길 1편을 시작합니다!



오후 7시면 잠이 드는 동네 
노들역 3번 출구,동작구 본동


카페 R의 바리스타 T와 로스터 H (왼쪽부터), 2021.12


2021년 12월 6일 월요일. 그날의 한나는 인터뷰 전, 저녁으로 간단하게(?) 동그랗고 귀여운 만두 5알(6알 인지도 모름)과 잔치국수 한 사발을 먹었다. 그 후 노들역 3번 출구 근처의 또 다른 카페에서 아이스 토피넛 라떼를 홀짝이며, 첫 인터뷰를 위한 질문과 다양한 장치들을 정비했다. 그리고는 깔끔한 인터뷰 자리를 위해 치카치카 이를 닦고, 헐레벌떡 인터뷰 장소인 카페 R로 달려갔다.


7시가 넘어서 올 것 같다고 했던 로스터H는 카페R에 미리 와 있었고 이를 마주한 한나는 조금 당황한다.

아.... 첫 인터뷰인데, 두 명을 동시에? 원래는 바리스타님이랑 일대일로 먼저 얘기하려고 했는데? 어렵지 않을까? 괜찮을까?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한나의 의식 세계가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임기응변과 즉흥성, 낙관주의, 될 대로 돼라가 강한 한나의 무의식은 벌써 긍정 회로를 밝히며 재밌겠는데? 애쓰지 말고, 시작!을 한나의 의식 세계에게 속삭이고 있었다.


저녁은 드셨나요?

인터뷰하기 어느 자리가 편하세요?

아 그럼 이쪽 편한 자리에 앉으세요.

커피 내려드릴까요? 조명은 이 정도면 괜찮으세요?

누구 건지 잘 모르겠는데 가방이 떨어졌네요.

아, 괜찮아요.


섬세하고 배려 섞인, 약간은 조심스러운 대화가 셋 사이에 오고 간다. 카페R의 조명이 참 부드럽고 따스하다. 12월의 첫 월요일 저녁과 참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바깥은 이미 어둑어둑해져 있다.


그날의 조명, 굴비와 트리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멋져부러


저녁 7시쯤! 드디어 우리 셋은 인터뷰(한나 생각으로는 대화에 조금 더 가까운)를 시작했다. 카페 안, 통유리창과 가장 가까운 나무 테이블 자리에 카페 R의 바리스타와 로스터가 차례로 앉는다. 한나는 떨리는 마음을 조곤조곤 누르며, 벽과 가까운 편안한 자리에 미리 앉아 대기중이다. 세 사람은 약간 긴장한 것 같다. 모두 서로를 의식하며,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고 있다. 커피콩이 톡-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이제 정말, 인터뷰를 시작해야 하는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아우 떨려!!!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좋을까?이때 때 한나는 먼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털어놓기로 결심한다.


한나 : (조금 뜸 들이며,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로) 저도..... 실은...상당히.... 어색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사실 이런 분위기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바리스타 

바리스타 T: 그쳐그쳐 

한나 : 제가 여기 단골도 아니었고

로스터 H : 그져그져 

한나 : 저는... 11월에 여기가 정말 제가 찾는 ‘꽃집’인 줄 알고 왔기 때문에...


이 타이밍에 잠시 끼어들자면, 한나는 사실 이번이 카페R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방문이 2021년 11월 마지막 주 토요일이었다. 고등학교 동창E가 노들역 3번 출구에 도예공방을 열게 되어, 도예 원데이클래스를 들으러 왔다가 카페R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날 한나는 친구에게 줄 꽃다발을 사려고 노들역 꽃집을 검색했고, 신묘하게도 그 꽃집이 카페R로 변해있었다. 한나는 이곳에 올 수밖에 없는 아주 럭키한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른다.


마법처럼 카페가 된 (전)꽃집 앞에서 한나는 생각한다. “에라 모르겠다. 꽃다발은 다른 친구가 사오면 되지 뭐~ 나는 커피나 마시자!” 아주 금새 노선을 변경한 한나는 카페R의 유리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2주 후 오늘, 다시 인터뷰를 하러 유리문을 한 번 더 젖힌 것이다. ........그럼 끼어듦이 길어지고 있으니 눈치를 챙기고 다시 인터뷰 초입으로 돌아가보자. 뿅!


한나 : 그래서 말인데, 이걸 같이 해보고 싶었어요. (주섬주섬 가방에서 미리 준비한 쪽지들을 꺼내 테이블 위에 펼쳐놓는다.) 제가 TMI 질문들을 좀 좋아해요. 저도 오늘 인터뷰 문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다섯 가지 정도를 적어봤어요. 요 다섯 가지를 다 생각 해봐주셔도 좋고, ‘난 진짜 아무것도 없는데?’ 이러면 아예 딴말을 해주셔도 좋고 아니면 한두 가지만 선택하셔도 좋아요. 선택은 완전 자유예요.



모두가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떠오르는 것을 생각과 글로 옮겨보는 시간을 가진다. 배경음악으로 고요한 밤이 흐른다. 트럼펫 소리가 너무 크지 않게, 은은하게 깔린다.잠시 후, 바리스타T가 먼저 운을 뗀다.



바리스타 T의 쪽지 Pick : 당신이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요?

바리스타 T: 예전에는 겉모습, 그러니까 어떤 형태나 모양을 보고 아름다움을 종종 느꼈어요.근데 요즘은 ‘사람’에게서 아름다움을 관찰하게 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만났을 때, 서로 공감되는 지점이 느껴지고, 서로 인정해 주는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답더라고요. 요즘은 이 카페 공간 안에서 손님들이랑 그런 교감을 느끼고 있어요. 저희 카페 커피를 좋아해 줄 때도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 보여요. 솔직히. 요즘, 이 안에서 되게 감동하면서 일을 하고 있어요. 저 개인적으로 영화를 할 때보다도 더 감동의 순간이 많더라고요.(그는 영화를 전공했다.)

아침에 항상 오시는 할아버지 두 분이 계세요. 딱 10시가 되면, 저희 카페 오픈 시간을 알고 들어오시는 순간도 저한테는 감동이에요. 맨날 정확한 시간에 와주시는 거랑 제가 밥을 제대로 못 챙겨 먹을 때, 그걸 아시니까 마가레트나 이런 봉지 과자를 가져다주시는 그런 순간들도, 저한테 감동이에요. 맨날 오시는 단골분들이 나름 많이 생겼는데 그분들도 제가 (바리스타로서) 어떤 커피를 추천해드려도 저를 믿고 (메뉴를) 골라주시는 그런 '믿음' 같은 것도 저한테는 되게 감동이고요. 그냥 이 공간 자체, 여기에 들러주시는 많은 분들과 만날 때가 정말 좋아요.
한 나 : 커피에 관해서 손님들과 얘기 나눌 때나, 사실 (바리스타님이 일하는)거의 모든 순간들이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요.
바리스타 T : 맞아요. 맞아요. 요즘은 그래서 너무 행복하게 일해요. 장인어른, 장모님한테도 "저 요즘행복합니다."라는 말씀을 자신있게 드릴 수 있어요! 



뱃머리를 돌려 로스터H의 첫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로스터 H의 쪽지 Pick : 나는          보다                     를 더 좋아한다

로스터 H : (써 놓은 문장을 읽는다.)나는 꾸미는 것보다 날것을 더 좋아한다. 
한나 : 그럼 생두를 더 좋아하시나요?! (농담)
로스터 H :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에요. (진심이 느껴졌다!)
로스터 H : 항상 원재료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원재료에 대해) 커피를 하면서 좀 많이 느꼈어요. 앞에서 바리스타T가 얘기했던 것처럼 저도 쉽게 얘기하면, 사람을 만나더라도 표면적인 걸 많이 따지기도 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마냥 행복했던 순간보다, 뭔가에 부딪혔을 때 ‘이 사람이랑 나랑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음식도 원 재료 자체가 좋지가 않으면 좋은 음식의 시작이 될 수가 없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저는 갈수록 점점 더 ‘플랫’(flat : 평평한, 고른)해지는 것 같아요.점점 더 (어떤 것의) 내면을 보려고, 날 것을 좀 많이 보려고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들에게까지 이 기준을 적용하려고 하지는 않아요. 


첫 인터뷰의 문을 열고 나서 한나는 생각했다,나 지금, 다이빙을 한 느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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