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의 산책길 Feb 07. 2022

[카페 R] 케냐 콜드브루가 이어준
복받은 관계!

미스터리 인터뷰 - 카페 R 2부

미스터리 산책길은 

도시의 흔적으로 남게 될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상호명과 인터뷰이의 실명은 밝히지 않습니다. 

그럼 산책길 2편을 시작합니다!




2년 전 겨울, 파주에 있는 한 로스팅 공장에서 만난 로스터H와 바리스타T는 오늘 카페R에 나란히 앉아 인터뷰를 하는 이 자리를 조금은 새삼스럽고 신기하게 느끼고 있었다. 



두 분의 첫 만남이 기억나나요?

바리스타 T : 첫 만남 순간이 딱 기억이 나진 않지만, H를 질문이 남달랐던 로스터로 기억하고 있어요. 자신의 생각을 또렷이 말하는 그런 사람이요. 그리고 직접 내린 더치 커피를 직장까지 들고 와서 맥여줬었어요. 그러기가 사실 쉽지 않잖아요. 그러면서 제가 좀 더 로스터H에게 호기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일이 고될 텐데도 쉬는 날에도 틈틈이 다른 활동을 하는 동료라고 생각했구요. 직접 내린 더치 커피를 마시면서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커피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사적인 얘기도 하게 되면서 (관계의) 확장이 일어나게 된 것 같아요.
로스터 H : 저는 바리스타T가 정말 배려를 많이 하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몸에 알러지가 좀 있거든요. 집먼지 알레르기요. 그래서 커피 마대자루 같은 거에 피부가 쓸리면 두드러기가 많이 올라와요. 근데 로스팅 공장에서는 마대 자루를 들고 찢고 옮길 일들이, 살에 닿을 일이 정말 많은데 T가 제가 해야 될 것까지도 미리 해주셨어요.

그리고 저는 첫 만남이 (정확히) 기억이 납니다. 제가 다른 동료분에게 콜드 브루를 한잔 내려드렸는데, T가 쭈뼛쭈뼛 다가와서 “저도 한 잔만 주시면 안 될까요”라고 해서 그때 커피 내려드리면서 말문을 많이 텄어요. 그때 콜드 브루가 ‘케냐’입니다.
한나 : (놀라며) 그걸 기억하세요???
바리스타T : 네, 저도 기억합니다. 제 인생 더치거든요.

로스터H: 케냐 콜드 브루 다음에 브라질 에스프레소 싱글로 내려드리고, 브라질(원두)의 편견을 깨드렸던 기억이 나네요.

바리스타 T : (그 커피는) 아직도 맛있는 것 같아요.



서로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리스타 T : 형(兄) 같은 동생, 동생같은 형. 
커피에 관한 조언도 많이 해주고, 사실.... 제가 투정부릴 때도 많아요. (웃음)
로스터 H : 나를 멈춰 있지 않게 해주는 사람.


2021년 12월, 바리스타T와 로스터H


카페 R의 뜻은 무엇인가요?

*카페R은 프로젝트 카페로, 2021년 10월 4일에 처음 문을 열었고, 2022년 9월 말일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바리스타T :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정했어요. 부정적인 단어들은 전 세계에서 아무도 안 쓰시더라구요. (웃음) 그리고 예술도 우연적인 어떤 결과물을 사람들이 알아서 해석하는 게 더 위대하게 나올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냥 이렇게 지어놓고, 사람들이 해석하면 어떻게 될까 한번 지켜보고 싶었어요. 가족들의 반응도 지켜봤는데, “커피 맛이 너무 맛있어서 맛의 무너짐을 경험한다는 건가?” 이렇게 다 알아서 해석을 해주시더라구요.

한나 : 되게 멋지다!

바리스타T : 그래서 그냥 그렇게 ‘열린 결말’로 놔두면 되겠다라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나 : 그럼 저도 제가 해석한 대로 생각할게요! 저는 이 이름이 예쁘다고 생각했어요.

바리스타T : 맞아요! 발음도 귀엽구요.



카페R로 향하는 동작구 본동 골목길, 2021년 12월


왜 노들역, 동작구 본동을 카페 장소로 선택하셨나요?

바리스타 T : 이 동네는 정말 욕심 없이 선택했어요.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곳이니 나에게 ‘복지’를 주자! 라는 생각이었어요. (손짓을 하며) 요렇게 길을 따라 올라가면 전망대(용양봉저정공원 전망대)가 하나 있어요. 한강과 노들역의 전경을 다 볼 수 있는 곳이에요. ‘카페에 사람이 없을 때마다 이 산책로 1시간 걸으면 난 힐링이 될 것 같아!’라는 생각을 했어요. 돈을 떠나서 생각한 거죠. 엉뚱하기도 하고, 무모하기도 해요.
한나: 굉장히 모험적이네요!
바리스타 T : 뭐든지 오래 하려면, 자기 자신도 챙길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그리고 이 동네의 분위기가 좋았어요. 요 앞의 슈퍼도 마음에 들었구요. 숨어있던 서울의 장소들을 만난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재개발 붐이 불고 있는 곳이라 이 동네는 곧 없어질 거라는 정서가 있더라구요. 저희 카페도 1년만 존재하는데, 다 같이 사라지고 모두 다 추억으로 남게 되는 장소의 특성도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나 : 로스터 H 가 느끼는 본동은 어떤가요?
로스터 H : 저는 사실 노들이라는 동네를 창업하기 전까지 몰랐어요. 평소에 다른 동네를 가도 어르신과 젊은이들이 같은 공간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을 좋아하고 아름답게 느끼곤 하는데, 제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동네에서 제가 좋아하는 이런 풍경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카페 R의 non-coffee 추천 메뉴! 크림초코라떼 & 더블레모네이드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만 카페R에 올 수 있을까? nope! 이곳은 커피만 파는 집일까? nope! nope!
바리스타T와 로스터H는 커피 한 모금의 차이를 아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다른 음료에도 진심과 정성을 쏟는다. 두 사람의 최애 non-coffee 메뉴는 두 가지다. 바로, 더블레모네이드와 크림초코라떼! 그중에서도 초코라떼는 바리스타T의 눈을 돌아가게할 만큼 맛있다는데...로스터H의 비밀 레시피 덕분이다. 

로스터H : 몇 년 전부터 메뉴 구성을 해놓은 게 있었어요. 먼 훗날에 매장을 열게 되면 이렇게 만들어야지! 하고요. 여러 곳에서 영감을 받아서 레시피를 만들고, 그걸 집에서 다시 제가 하나하나 만들어봤어요. 그중에 레모네이드랑 초코라떼가 정말 이건 어디에 가져다 놔도 부끄럽지 않을 만한 레시피다! 라는 느낌이에요. 

아주 추운 2월이 될 것 같다는 날씨 소식을 들은 당신, 지금 바로 노들역 카페R로 떠나라! 
신선하고 시원한 더블레모네이드와 얼음도 녹일 달달한 크림초코라떼로 추위를 잠시 잊어보자. 


카페R 메뉴판 (2021년 ver)



매거진의 이전글 [카페 R] 다이빙을 한 느낌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