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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Apr 02. 2024

미녀와 야수들은 노상에서 맥주를 마신다네


 어제는 베로니카 친구 엠마가 잠깐 서울에 들렀다고, 해서 두 유러피안 친구들을 보려고 당산역 쌀통닭 가게에 갔다. 봄밤이라 그런가, 치킨가게 테라스에선 이삼십대 사람들이 치킨과 맥주를 먹으며 기분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느껴졌다.

 베로니카는 수수한 매력이 있는 스웨덴친구이고, 엠마는 쿨한 매력이 있는 프렌치 힙스터같은 느낌이 있다. 나는 내딴엔 글쓰기 작업한다고 사람들을 못만나서 입에 가시가 돋을 지경이었어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어 너무 너무 기뻤다. 뭔가 행동이 시원시원해보이는 엠마랑 친해지고 싶었는데 그녀는 일본에서 지냈어서 못본지 벌써 일년. 둘은 치킨 한 마리와 맥주 한잔을 두고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기쁘게 자리에 합석했다. 

 우리는 너의 일년은 어땠었는지 소식 업데이트를 간단히 나누고, 유럽이랑 아시아 정세(;; 생활방식의 차이들을 의미함) 이야기를 조금 나눴다. 엠마는 여전히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나도 티셔츠 좋아하는데. 꺄. 왠지 엠마는 나랑 통할 것 같다는 생각에 재밌는 대화가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의 째깐한 영어로 물었다. “emma, what do you think about hipster culture?” 

 엠마는 (내 생각엔) 신이 나서 나라마다 다른데 프랑스에선 힙스터를 부르는 다른 단어가 있고 그들은 오른쪽 심장에 지갑이 있다고 말했다. 악 귀여워. 그러고 치킨을 다먹었기에 우리는 자리를 “생활맥주”라는 맥주가게로 옮겼다. 생활맥주는 프랜차이즈 맥주가게로 뭔가 힙스터들이 가기엔 개성과 희소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었다. 그런데 빠밤! 맥주가 유리비커에 담겨 나왔다. 엠마가 말했다. “This is hipster” 그러게. 짱인데. “This is science class”라고 내가 농담을 덧붙였다.

 그리고 나는 다음 질문을 했다. “When do you feel good as a woman?”.  와우 내가 생각해도 재미있는 질문이었어. 여기에 제일 좋았던 대답은 베로니카의 대답이었다. “거리를 걷는 데 남자들이 자신을 매력적인 여성으로 인식하고 바라볼 때”.

 그렇게 우리는 셋이서 맥주를 마시며 재밌는 대화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반가웠어, 엠마. 그리고 재미있는 생활맥주 최고에요. 

 다음날 나는 즐거웠던 친구들과의 하루를 회고하면서 그리워했다. 그러다가 문득 디제이 하세가와 요헤이씨가 유튜브에 남긴 플레이리스트 중에 dj doc의 노래 “미녀와 야수”를 백년만에 다시 듣게 되었다. 잘은 모르지만 이하늘씨는 즐거운 사람같았다. “미녀와 야수” 노래말이 정말 재밌었다. 단순하고 과격한 이십세기 남성이 여성에게 느끼는 감정을 쓴 가사였다. “난 이제 알아/ 난 느낄 수 있어/ 넌 참 섹시하다라고 말하고 싶어” 어머... 섹시하다는 건 뭘까. 떨리는 설렘을 표현할 길이 없었던 건 아닐까. 미지의 대상에 대한 찬사를 하고 싶은데 그가 가진 최고의 칭찬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봄이 깊어가고 이제 을지로 호프 거리는 설렘으로 가득한 청춘남녀들이 맥주를 마시려고 인산인해를 이룰 거다. 봄밤엔 모두 섞이고 어울려 힙스터가 되는 흥겹고 기쁜 계절인 것 같다. 남녀란 뭘까 정말... 맥주를 마시고 붉어진 얼굴들, 미친 에로스들의 시간벌기, 안 깨끗한 화장실, 통통하고 맛있는 계란말이, 사랑스러운 속세의 미친 봄밤이여... 

 미녀와 야수들은 노상에서 맥주를 마신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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