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호코 커피농장
한여름 더위의 기세가 맹렬하다.
아스팔트 위로 뿜어 나오는 열기는 숨막히는 만달레이보다 더한 듯하다.
한국으로 유학 온 미얀마 청년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그들도 한국의 여름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젓는다. 바람 한점 없어서 학교를 오가는 아침에도 매우 힘들다고 한다.
커피를 심은 해에 누군가가 옥수수를 같이 심으면 좋다고 하여 커피나무 옆에 옥수수를 심었다. 옥수수를 심으면 그늘이 생긴다고 하여 심었는데 옥수수를 좋아하는 놈은 따로 있어서 흰개미가 엄청나게 늘어나 옥수수는 옥수수대로 못쓰게 되고 흰개미를 없애기 위해 남은 옥수수를 다 없애버리기로 했다.
한 사람의 일손도 아쉬워서 나도 들어가 옥수숫대를 발로 눌러 자빠뜨리고 옥수수를 따는데 한낮의 태양이 어찌나 뜨겁던지 30분도 못되어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숨이 막혔다. 옆에 있던 직원들이 만류를 해서 밭에서 나와 샤워를 하는데 옷을 두 겹이나 입었는데도 등이 다 익어버렸다.
그런 뙤약볕 아래서 매일 일을 해야 하니 어리고 뽀얀 얼굴의 아가씨들도 한 달이면 새까맣게 눈만 반짝거린다.
따나카나무껍질을 돌에 갈아 얼굴에 바르면 엄청 시원하고 얼굴도 덜 타서 아침이면 집집마다 벼루같이 생긴 돌판에 물을 적시고 따나카를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따나카를 가는 여인들의 모습은 한가롭고 편안해 보인다.
마땅한 화장품이 부족한 여인들은 따나카를 바르고 농장으로, 벽돌공장으로, 주유소로 일하러 간다.
나도 몇 번 따나카를 발라봤는데 시원하면서 피부를 당겨줘서 팩의 효과가 난다. 미얀마 여성들이 주름이 별로 없고 잡티도 없는 것이 따나카 때문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한국 여성들은 성형에 , 값비싼 화장품에 돈을 많이 들이지만 미얀마 여성들보다 오히려 피부는 더 좋지 않은 거 같으니 말이다.
한국이 이렇게 뜨거울 때 미얀마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6월부터 본격적인 우기가 시작되어 10월 정도까지 비가 많이 내린다.
농장의 나무를 베고 나니 부쩍부쩍 올라오는 잡초들로부터 커피나무를 지키는 일이 제일 급한 일이다. 쏟아지는 비와 강렬한 태양은 누구나에게 공평하므로 잡초는 금방이라도 커피나무를 잡아먹을 듯이 달려든다.
매일 모니터링을 하고 매일 현장과 대화를 한다.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마음이 타들어간다.
요한은 새로운 변화를 찾았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석가모니말씀을 듣고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틈틈이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요한이 만나는 석가모니. 나름 철학적이다.
농장에 처음 불이 났을 때 우리는 농장에 들어갈 수만 있길 바랐다. 농장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나무가 죽어도 괜찮다. 지뢰만 없으면 괜찮다. 그거면 됐다.
농장에 지뢰는 없었고 나무는 살았다.
그러니 욕심이 생긴다. 불에 타지 않았으면 올해도 편안하게 커피를 가져올 수 있을 텐데 하고,. 참으로 어리석은 욕심이 발동한다.
휴일 아침 우연히 유홍준 교수 강의를 듣고 있는데 유홍준 교수가 어디 어디 깊은 산속에 있는 탑을 찾아갈 때, 너무 멀고 지쳐 밭일을 하던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 저기 저 산속에 탑이 있지요? , 얼마나 가야 돼요? 하고 물으니 그 아주머니 왈 “ 잊어불고 가소!” 하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맞아, 그래 , 저거야!” 정신이 번쩍 난다.
잊어불고 갈 거다.
맞는 것도 없고 틀린 것도 없다. 나의 길이다.
그냥 잊어불고 가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