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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음악이 있다

음악 혐오 - 파스칼 키냐르

by 김꼬마





안녕하세요 :0)

음악과 여행을 사랑하는 김꼬마입니다.

오늘 소개해 드릴 책은

『음악 혐오』- 파스칼 키냐르입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음악 혐오』는 제목에서부터 도발적입니다. 그러나 그는 말 그대로 "음악을 미워한다"라고 선언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음악에 대한 절절한 사랑이 언젠가 고통으로 전도되는 그 지점, 즉 음악이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닿았을 때의 언어 이전의 충격을 다룹니다.


키냐르에게 음악은 언어보다 먼저 존재하는 것입니다. 말로 다다를 수 없는 것, 태초의 혼돈과 고요를 음악은 건드릴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음악은 위대하지만, 바로 그 비언어적 속성 때문에 위험하기도 합니다. 음악은 우리를 "말하게 하지 않고 느끼게" 합니다. 이때 음악은 사유를 마비시키고, 개인을 어떤 공동의 감정으로 휩쓸리게 할 수 있습니다. 키냐르는 그 지점을 혐오합니다.


키냐르의 혐오는 어떤 면에서는 음악의 파괴적 힘에 대한 경외입니다. 예컨대 그는 나치가 수용소에서 연주한 음악을 예로 들며, 음악이 인간을 무장해제시키고 수동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그는 음악을 단지 "악의 도구"로 단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는 오히려 그 음악이 음악 아닌 것으로 변질되었기에 혐오한다고 말합니다. 즉, 음악이 그 자체의 존재론적 위엄을 벗어나 정치적·권력적 도구로 타락했을 때, 그것은 더 이상 음악이 아니게 됩니다.


『음악 혐오』는 에세이 형식이지만, 일종의 메타 음악론 혹은 문학적 음악철학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침묵을 깹니다. 그러나 음악은 침묵 위에 놓입니다. 그렇다면, 글로 음악을 말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도는 아닐까요? 키냐르는 바로 이 불가능성에 대한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는 음악을 말하면서 음악을 해체합니다. 그리고 이 해체 속에서, 그는 오히려 음악을 부활시킵니다


『음악 혐오』는 사실 음악을 너무 깊이 이해했기 때문에 생긴 혐오, 즉 언어가 침범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두려움이 담긴 책입니다. 이는 단지 "음악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인간 존재의 모순, 침묵과 언어, 사유와 감각 사이의 간극을 음악이라는 렌즈를 통해 조명하는 실험입니다.

이 책은 음악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에게 라기보다,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한 번이라도 깊이 고민해 본 이들에게 필요한 책입니다. 혐오라는 단어는 여기서 비판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얼굴로 등장합니다. 키냐르의 음악혐오는 결국 음악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에 대한 절규이며, 동시에 그 마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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