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을 하자
때로는 지나고서야 기회임을 깨닫기도 한다.
얼마 전 전 회사에 같이 일하던 후배를 만났다. 우리 둘 다 외국계 제약사에서 영업부서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나는 9년, 후배는 13년 이후 다른 부서로 업무 이동을 하였다. 영업은 자영업과 같이 내가 시간과 에너지, 리소스를 계획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는 반면, 내근을 하면서 쌓이는 OFFICE SKILL, 영어, 발표, 보고 스킬을 누적하는 데는 아쉬움이 있다.
처음 영업에서 마케팅 직무로 옮겼을 때, 흔한 엑셀작업도 잘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지금이야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루틴 한 작업들도 몇 시간씩 시간이 걸리고, 그 때문에 야근을 밥먹듯이 하곤 하였다.
후배는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하는데, 외국계 회사의 내근의 경우, 요즘은 조직이 슬림해져서 아시아 오피스 혹은 헤드 오피스에 바로 보고 하는 경우들이 많아졌다. 그만큼 영어는 그냥 이메일을 읽는 수준을 넘어 줌등의 화상회의에서도 바로바로 의견을 내고, 토의할 수준으로 쓰이고 있다. 후배는 누구나 가고 싶어 하는 명문대 출신이지만, 10년 넘게 손 놓은 영어가 입에서 줄줄 나올 리 만무했다.
암튼 결론은 우리는 다 늦게 30대 중반에 다시 마케팅으로 메디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주위에서는 편한 영업에서 오래 있었으면, 그냥 남아 있는 게 낫지 않냐고도 했고, 더 일찍 옮기지 그러냐고 하나마나하는 소리를 하는 이들이 있어 안 그래도 뒤숭숭한 마음을 힘들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시간은 또 흐른다. 일이라는 것은 일단 새로운 영역을 배우고, 익히면 또다시 익숙해지기 나름이다. 오피스스킬이나 영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첫 몇 해는 쪽팔림과 이불킥을 각오해야 하지만, 그 시간도 언젠가는 지나가게 되어있다. 쪽팔림과 이불킥의 시간은 분명 추억이 되고, 나의 얼굴을 두껍게 한다.
20년 가까운 회사생활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어느 한 분야에서 일을 잘하는 사람은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그런 사람들은 어디를 가던지... 결국은 자기의 강점을 살리고 일을 잘하게 된다. 시간의 문제다.
링크드인을 보면, 30대인데 업무 전환을 해도 되는지, 아님 다른 회사에서 이직해서 새로운 업무를 찾을지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내 생각은 무작정 이직하는 것보다 내가 다니던 회사에서 업무전환의 기회가 있다면, 잡는 것이 훨씬 커리어와 나의 정서에 이로운 것 같다. 내가 익숙한 환경에서는 내가 맡은 직무 외에도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많기 때문에, 자기 효능감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새로운 업무로 확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배와 나는 이제 다른 분야에서 자리를 잡았고, 또 넥스트 스텝을 고민하고 있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고, 조직 생활도 길어질 수 있다. 긴 조직 생활동안 천천히 찾아보면, 조직 내에서 다른 업무를 할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기회가 오면(내가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 잡으면 된다. 누군가 너무 늦었다고 이야기하면, 그렇게 말해라...'건강관리 잘해서 몇 년 더 살면 되지 않겠냐고... 노인에게는 30살도 35살도 모두 젊은이다. 우리에게 80세나 85세가 모두 노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