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충남 정보화 농업인대회에 같이 안 가볼래요? 삼거리공원에서 하는데 이것저것 볼거리도 있고, 점심도 준대요."
어느 날, 같이 교육을 받던 귀농인 한 분이 제안했다.
농업인 전진대회? 뭐지? 궁금했지만 그렇다고 내 스케줄을 포기하고 가보고 싶을 만큼은 아니었다.
그러나 거절할만한 마땅한 스케줄도 없었다.
노숙자도 아니면서 점심 한 끼 뭐라고, 밥 준다는 말에 솔깃해서 잠시 고민하는 척, 가겠다고 했다.
농업인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귀농하겠다고 천안으로 내려왔을 때가 42살이었다. 사십 년 넘는 시간을 도시에서만 살았던 나는 농업은 TV 속에서나 접할 수 있었던 생경한 직종이었다.
태풍이나 장마로 하천 물이 불어 농작물 침수피해를 입은 농민이 울음을 삼키며 인터뷰하는 것을 보고 '어이쿠, 큰일 났네. 저 사람 어떻게 하냐.'라는 말로 안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다였다. 농업 뉴스 외에 내가 농업을 알아야 할 이유는 없었다. 혹은 폭염이나 냉해, 우박, 중간 유통의 문제 등으로 농작물 값이 폭등했다거나 폭락했다는 뉴스를 통해 장바구니 물가만 걱정하면 그뿐이었다.
내게 농업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딱 그만큼이었다.
그랬던 내가 귀농으로 농업인이라는 어정쩡한 타이틀을 달게 되니 농업인이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무엇을 하는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생각한 농업인은 태양을 머리에 이고, 땅에 엎드려 마디가 굵어진 새카만 손으로 무언가를 심거나 캐는 사람이란 이미지였기에 그들이 모여 무슨 행사를 한다는 건지 궁금했다.
그렇게 도착한 행사장에는 엄청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무슨 시상식들도 연달아 있었고, 상패와 더불어 꽃다발을 받는 사람들이 여럿이었다. 기자들이 와서 사진도 찍는 꽤 큰 행사였다. 수상자들 중 최우수상을 받은 사람은 오백 명도 훨씬 넘는 사람들 앞에서 20분이나 성공사례 발표를 했다.
수많은 관중 앞에서 위풍당당하게 발표하는 그 농업인이 참 멋져 보였다.
'나도 내년엔 꼭 저 자리에 서야겠다.'
그 발표자를 보며 나는 결심했다.
나도 내년엔 저 자리에 서서 상과 꽃다발을 받으리라. 그리고 저 자리에 서서 내 성공담을 발표해야겠다.
결심처럼 1년 만에 쉽게 꿈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닐 거라 생각했다.
농사는 젬병이었지만 블로그는 좀 할 줄 알았기에 자신감을 가졌다.
농업인 전진대회의 수상 분야는 IT와 블로그 활용 부분이었다.
사실, 귀농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아무 계획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3살, 5살이던 무렵부터 기록 차원에서 육아 블로그를 하고 있었고 블로그의 공동구매를 통해 미니오븐이나 블랜더, 그 외에도 자질구레한 물품들을 사본 경험이 있었기에 내 물건도 블로그를 통해 팔 수 있을 거라 확신했었다.
확신이라기보다는 계획에 가까웠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랬기에 귀농한 그 시점부터 <꼬꼬맘의 귀농이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고, 귀농에 대한 에피소드를 기록하고 있었다.장차 블로그로 유정란을 팔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절묘하게 딱 들어맞는 타이밍인가!!
내가 타깃으로 삼고 운영 중이던 블로그로 잘하면 상도 탈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
목표가 설정된 만큼 나는 진정성을 담아 열심히 블로그를 운영했다
그 결과 다음 해에 우수상을, 그다음 해는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드디어 나도 500여 명의 농업인 앞에서 블로그 마케팅 사례발표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