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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코맨 Jun 26. 2022

음식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가게 이야기

  

메뉴판에는 엔칠라다. 클램 챠우더, 빠에야, 감자 그라땅처럼 낯선 음식들이 많다. 처음 오시는 손님들은 다짜고짜 메뉴 설명을 해 달라고 한다. 어떤 이는 “타코가 무슨 뜻이에요”, “타코가 뭐예요”라는 원론적인 질문도 한다. 사실 질문이야 간단하지만 대답하려 한숨부터 나온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여서 어떤 맛이 나며, 양이 얼마나 되고, 어떤 음식과 비슷한지를 말해야 정답이겠다. 질문하는 사람은 단지 맛이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거나 아니면 알레르기 때문에 무슨 재료가 들어있는지 알고 싶은 이다. 이처럼 질문마다 각기 다른 의도가 있.       


그래도 손님이 “타코가 뭐예요”라고 일단 물어보면  “작은 르티야에 리 프라이드 빈과 토마토, 양파, 할로 피뇨를 넣고 살사 소스와 샤워크림으로 맛을 낸 것입니다”라고 대답한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리 프라이드 빈과 살사 소스, 샤워크림을 알고 있어야 한다.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직접 먹어보고 느끼는 것이  제일 알기 쉬운 방법일 것이다.

설사 내가 작정하여 열심히 설명해 주고 추천까지 해도 “아, 네!”고는 이미 정하고 온 메뉴 주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제일 맛있는 음식은 한여름땀 흘리고 팥빙수처럼 그 순간에 먹어야 맛있다. 나의 메뉴 설명이나 지인 추천보다 현재 먹고 싶은 것을 말사는 것이 효과적이다. 딱히 먹고 싶은 것이 없다는 손님에게 메뉴 설명을 할 때는 마지 벽에다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랜 단골들이나 내 가족이 내가 만든 음식을 좋아하는 이유는 식성을 때문이다. 단골이 오랜만에 오는 이유도 딱 그 음식이 먹고 싶은 때가 돌아온 것이란 걸 안다. 처음 오시는 분도 먹고 싶은 것을 나열하면 좋지만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다. 우리 가게에 처음 들어오는 사람은 지나가다가 무작정 새로운 음식 도전하고 싶은 사람, 갑자기 아주 느끼한 것이 먹고 싶다는 사람. 쭉 늘어나는 치즈가 많이 먹고 싶다는 사람, 독특한 향신료가 먹고 싶다는 사람, 늘 먹는 음식 말고 색다른 것을 먹고 싶다는 사람 등 생각보다 다양한 이유로  온다.  


나는 요리 프로를 보면서도 메뉴 설명과 비슷한 마음을 가진다. 연예인들이 잘 차려진 음식을 시식하고서는 “맛있어요 “라며 좋아한다. 나는 뭐가 맛있는지, 왜 맛있는지가 궁금한데 아무런 말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스페인에서 처음 빠에야를 먹었을 때 토마토로 밥을 볶아도 맛있다는 사실에  감동했고, 프랑스 감자 그라땅이나 미국의 클램 챠우더에서풍부하고 고소한 크림 맛이 너무 좋았다.  나는 주재료와 부재료가 어우러져서 나는 맛이나 색다른 조리법에서 감동할 때 맛있다고 말한다.  

 맛은 한 접시의 음식에서도 시시각각 다르게 느껴진다, 내가 만든 타코를 처음에 한 입 먹으면 설탕이 없는데도 생양파로 인하여 달달한 맛이 난다. 이어서 샤워크림이 주는 부드러움이 느껴지고, 양상추의 아삭한 씹힘이 신선하다. 그리고 매운 고추 맛이 날카롭게 지나가고, 삼킬 때 구수한 콩 맛과 체다 치즈의 크림 맛이 느껴진다. 전체적으로는 차가운 음식이 아닌데도 시원한 맛이 나서 놀다. 역시 적도가 지나는 더운 나라다운 음식이다. 이렇게 맛을 상세하게 말하면 좋지만 일반인으로서는 무리다.

이처럼 맛은 여러 군데에서 다양하게 느낀다. 그중에서 시원한 맛처럼 색다르고 독특한 맛이 있는데  음식의 악센트이자 맛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최소한 ’~ 때문에’, ‘~ 가 맛있다’라고 해야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 것이다.


맛있다는 자동사가 아니다. 5 형식 문장의 타동사다. 목적어나 목적 보어를 이용하여 느낌을 말해야 한다.

영어에형용사로 맛있는 정도로 다르게 표현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어는 yummy이다. 외국 여자들이 야미, 야미 하면서 먹으면 왠지 기분이 좋다. 이외에도 wonderful, great, good, delicious, not too bad 등으로 말하는데 어감이 다르게 전해진.  우리도 진짜, 너무 같은 부사라도 붙여 작은 감정이라도 표현하면 좋겠다.        



일상에서 오고 가는 대화 메뉴 설명처럼 포괄적으로 말하면 안 된다. 내가 하루 동안 제일 많이 하는 말이 ’ 감사합니다 ‘이다.  내가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알려진 이유는 ’~ 때문에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라며 ~ 이유를 짧게라도  말하는 습관 때문이다.

 습관은 thank you  for ~ 때문에 몸에 베였다. 관용어구이기에  for~에 들어가는 내용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땡큐는 단지 감탄사일 뿐이다. sorry to 부정사에  의도담는다.  ‘미안합니다’해도 서로가 무슨 이유인지는 안다. 하지만 자기반성이나 사과하는 이유라도 짧라도 말하면 천냥 빚갚기 때문이다. 다만 자기변명이나 합리화 할 것 같으면 침묵이 더 낫다.

내가 잠시 배달을 다녀온 사이 여자 손님 세 분이 닫힌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무려 10분을 기다렸다고 한다. 물론 내가 기다리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미안했다. 주문한 음식을 만들어주고 서비스를 주면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고 또 기다려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라고 한 것처럼 거창한 사여구가 필요 없다.  마음이 담긴 짧은 말  금방 분위기가 훈훈해졌.

반면에 별로 반갑지 않은 손게는 ’어서 오세요 ‘,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 등 필요한 말만 다. 그러면 일 년을 와도 처음 온 것처럼 서먹서먹한 사이로 지내게 된다. 반면에 1년

 만난 사람이 10년을 사귄 친구만큼 친하게 만들려면  감정을  표현하면 된다. 이처럼 좋은 사람에게는  생각을 말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카톡 이모티콘이 있으면 왠지 미소가 지어지지 않는가. 

      

그러다 보면  사랑할 만큼 친한 사이가 된다. 그때부터는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야 한다. 경상도 남자인 나는 사랑하는 이에게만큼은 말보다 돈이 앞서고, 어려 때는 이유보다 행동이 앞선다. 이처럼 사랑은 로 표현할수록 품격이 떨어다. 사랑은 물심양면으로 퍼주고도 모자랄 때 카드에 적 말이다. 그래서 목적어도 목적 보어도 필요 없다. I love you so much. 여기에는 so much 진솔한 마음이다. 넉넉하게 해 주지 못해 미안해.  그런 마음을  상대방도 알아주니까 사랑하는 사이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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