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TNR을 다시 생각하자.
* 경고: 이 글은 혐오스런 사진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의 목적상 사진을 그대로 게재하되 과도한 혐오감을 막기위해 흑백으로 처리하였음을 확인드립니다.
준야생고양이 개체군을 적극적으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국내에선 비교적 최근에야 도입된 접근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저런 정책 집행상의 제약도 많이 존재한다. 준야생 고양이 집단의 생태적 특성이나 위치 및 역할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을 떠돌이 개의 경우처럼 적극적으로 포획하고 살처분하는 조치는 그리 타당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방된 넓은 지역에 존재하는 개체군의 규모를 줄이기 위해 100이라는 비용이 투입되면 이 자금은 곧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지역에 존재하는 개체군의 숫자가 줄어들더라도 그 빈 공간을 다른 지역에서 온 개체군이 채우거나 평소 같으면 자원 부족으로 죽었을 새끼 고양이들의 생존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른바 진공효과이다. 다른 지역으로부터의 이주를 완전히 통제할 수 있고 동시에 전 개체군을 동시에 중성화시킬 수 있는 작은 도서지역이 아닌 다음에는 이러한 접근방식이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준야생 고양이 개체군의 규모를 통제하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식은 이른바 TNR 즉, 포획하여 중성화한 후, 다시 원래 있던 자리에 풀어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국내의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이러한 방식으로 준야생고양이의 개체군을 통제하고자 노력 중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TNR은 정책학적 측면에서 중요한 맹점을 지니고 있다. 그 맹점은 다름 아닌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비인도적인 결과가 초래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상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 현재 TNR은 각 지역의 캣맘이나 포획전문업자에 의해 포획된 개체에 대해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때 시술된 개체는 한쪽 귀를 잘라 원래 포획된 구역에 돌려보내게 되는데(재수술을 막을 목적으로) 이러한 개체의 수술 후 생존 및 적응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관리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러다 보니 시술 후 방사된 개체가 정상적으로 원래의 환경과 사회구조에 적응하여 살아남는지 아니면 적응 실패나 기타 다른 시술 과정의 문제로 폐사하는지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수술 후의 감염이나 또는 통증으로 인한 생존력의 저하이다(통상 수술 후 수컷은 1-2일, 암컷은 1-3일 후에 방사된다. 사람의 경우를 고려할 때 여전히 상당한 수준의 통증과 활동상의 제약이 남아 있는 시기이다). 더불어 아직 혈중 성호르몬의 농도가 중성화 수술 전과 차이가 없는 상태에서 방사된다면 결국 방사 초기단계에는 기존 개체들과 영역다툼을 지속할 수밖에 없고 이는 심각한 부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게 될 것이다. 만약 영역에서 밀려난다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각 개체의 영역 틈바구니로 배회할 수밖에 없게 되며 이 과정에서 도로를 건너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일 가능성을 높일 것이다. 먹이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런 모든 변화는 결국 비참한 죽음을 의미한다.
TNR 정책의 효율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바로 TNR이 시행된 개체에 인식표를 부착하는 것이다. 현재 기준으로는 TNR 된 개체가 얼마나 사는지, 영역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할 방법은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술된 개체를 관리하는 대장이 없기 때문이다. 무슨 대단한 기록관리 시스템을 새롭게 만들자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개당 불과 수천 원도 되지 않는 작은 귀 부착용 인식표만으로도 시술된 개체에 대한 추적이 가능하다. 기존의 마이크로 칩은 체내에 삽입하는 형태로 가격도 비싸고(개당 2만 원 내외) 무엇보다 해당 칩을 삽입한 채 폐사하였을 때, 그 칩의 존재 및 세부 데이터에 대한 확인을 위해서는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기에 데이터 수집의 효용성이 매우 떨어진다. 비용은 높은데 효과는 떨어지는 것이다.
반면 가축류의 개체 동정에 사용되는 귀 부착형 인식표의 경우 중성화 수술 과정에서 간단하게 부착할 수 있고 떨어져 나갈지언정 생체에 위험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을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낮출 수 있으며 폐사된 개체의 인식표 부착 여부를 누구나 별다른 장비 없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비용도 저렴하다. 캣맘이나 고양이에 우호적인 대중들을 통해 귀에 인식표를 부착한 채 폐사한 개체의 인식표 정보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폐사한 고양이가 어디서 포획되어 언제 수술되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수술 후의 생존기간과 영역의 변화 등에 대한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한마디로 해당 수술의 효율성 더 나아가 TNR정책의 효율성과 안전성에 대한 확인 가능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준야생고양이 1마리를 중성화하는데 들어가는 각종 비용은 10여만 원 수준이다. 사실 이건 정부 지원금일 뿐 여기에 들어가는 캣맘의 노력 등을 고려하면 더 큰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데 그 정책의 효율성이나 그 정책의 시행 대상이 된 동물의 안위에 대한 검증된 자료가 없이 진행된다면 이건 납세자의 바람에 반하는 잘못된 정책 집행이라 할 수밖에 없다. 수천 원 수준의 비용 지출로 TNR정책의 실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확인이 가능하다면, 향후 동 정책을 확대하고 발전시켜 준야생고양이와 사람이 큰 트러블 없이 공존하는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정책 집행의 효율성과 안전성은 제고될 것이다.
주요 지자체의 전향적인 접근을 촉구하는 바이다.
심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