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것이 나의 휴직을 펌프질 했는가
바야흐로 2000년대 중반 나의 대학시절은 웹툰의 전성기가 막 시작될 시점이었다. 야후, 네이버, 다음 등 포털 뿐 아니라 개인사이트에도 본인의 웹툰을 연재하는 작가들이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 흐름을 놓칠 새라 재능도 없는 그림을 억지로 그려보며 웹툰작가의 꿈을 잠깐 꿔보기도 했다.
마린블루스, 낢이 사는 이야기, 루나파크.. 나는 일상툰을 주로 보았다. 무거운 스토리가 있는 웹툰 보다는 생활에 스며든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들이 나에겐 더 위대해 보였다. 그들은 그냥 무미건조하게 지나칠 수도 있을 일상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때로는 웃기게 때로는 슬프게 표현할 줄 아는 마술사였다.
그 중 루나파크의 루나 작가는 웹툰 뿐만 아니라, 작가 본인이 살아가는 삶의 방향에 있어서도 내가 닮고 싶은 모습이 많았다. 광고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직장인이자 퇴근하면 웹툰을 그려 올리는 투잡러. 아무것도 이뤄놓은 건 없이 꿈만 큰 대딩에게 그녀의 존재는 부럽고 동경이 가는 그런 존재였다.
그렇게 그녀의 웹툰을 비롯한 여러 웹툰을 보며 시간을 죽이던 10여년 전, 한 책이 출간이 되었다. 그 책의 제목은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이 책은 웹툰작가 루나파크가 회사를 잠시 휴직하고 1년여 동안 영국 런던에 머무르며 일어났던 에피소드를 쓴 책이었다. 여행기라고 칭할 수도 있겠지만, 일종의 런던에서의 1년동안의 생활기를 다룬 에세이 집이라고 할 수 있다.
“1년 동안이나 회사를 쉬고 해외에 갈 수 있게 하다니.. 대체 어느 회사지?”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부러웠다. 1년 동안 회사를 쉬어도 돌아올 수 있도록 해준 그녀의 능력, 1년이나 해외에서 아르바이트도 하지 않고 살 수 있는 그녀의 재력이 그저 부럽기만 했던 것이다. 이제 대학 4학년을 앞두고 앞길이 캄캄했던 나에겐 그저 그녀의 책이 부러움의 결정체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고, 나는 공무원이 되었고, 어느덧 일한지 7년차가 되가던 작년 어느 가을날 갑자기 이 책이 떠올라 정독을 시작했다. 한번 읽어본 책이라 3시간도 안 되서 금방 다 읽었는데, 다 읽고난 후의 결론은
“아 나도 떠나야겠다.”
였다.
자기개발휴직으로 어학연수정도는 떠날 수 있기 때문에 돌아올 직장이 있었고, 엄청난 재력은 아니지만 6개월 정도는 쉴 수 있는 여유자금도 조금 있었다. 그리고 어릴 때 읽었을 땐 눈에 보이지 않았던 제목이 나를 너무나 이끌었다.
지금 나의 36세라는 나이가 떠나기엔 더없이 적당한 나이인 거 같았다. 아직 건사할 가족이 없는 것이 더더욱 지금이 적기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한 번씩 생각해오던 외국에서의 생활을 이뤄낼 기회가 지금이었다.
그래서 결정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