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성장시킨 책
1. 하이라이트 문장 130개. '밀리의 서재' 내 책장에 있는 책 중 가장 많은 밑줄을 친 책. 솔직히 좀 놀라웠다. 책의 저자인 정지우 작가의 인스타그램을 1년 가까이 팔로우하면서 추구미가 비슷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이렇게까지 갈구하는 삶의 구조가 같을 줄이야. 내 삶의 미리보기가 있다면 이런 삶은 아닐지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먼 훗날 정지우 작가처럼 내가 원하는 삶을 좀 더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을 때쯤이면, 나는 왠지 이 책에 나온 것과 거의 유사하게 내 삶을 그려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2. 3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내 삶의 목표는 오히려 단순하고 뚜렷했다. 돈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 그러나 어째선지 30 중반이 넘어가면서 바라는 삶의 모습이 되려 어렵고 손에 잡히지 않는 안개처럼 느껴졌다. 내가 주체가 되는 삶, 나다운 삶이 지금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인데,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이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최근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는 이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정지우 작가의 책에서는 조금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바라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3. <돈 말고 무엇을 갖고 있는가>는 성장이나 성공에 대한 방식이나 노하우를 전하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고 물질만능주의를 비판하는 책도 아니다. 모든 것이 돈으로 통하는 시대고, 물질이 최고로 여겨지는 사회지만, 정지우 작가는 돈 말고도 삶을 지탱하는 자신만의 기준을 찾고자 노력했고 마침내 원하는 삶의 구조를 만들어 살고 있노라고 전한다. 작가 그 특유의 담백하고 건조한 톤으로, 그 어떤 것도 가르치거나 강요하지 않고 그냥 자신은 이렇다고 툭 던지는 것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었다.
4. 작가는 말한다. 남들이 중요시하는 가치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만족하고 충만해지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메타적인 나'에 이르러야만 한다고. 자신이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뭘 싫어하고 좋아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알아채리고 다스리는 것이다. 감정의 뒤에는 내가 진짜 바라는 것이 숨어있다. 다소 낯선 나라도, 내 안에 있는 여러 개의 나를 찾는 노력을 가장 먼저 그리고 끊임없이 해야만 한다.
5. 메타적인 나에 이르는 과정에서 저자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입이 마르도록 강조한다. 저자는 10년 넘게 꾸준히 글을 썼는데, 혼자서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덧 불안이 사라졌다고 한다. 글을 쓰면서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비로소 선명하게 알게 되기도 하였다고. 자신이 어떤 차를 타고, 무슨 옷을 입었고, 어떤 집에 사는지 '소비'로 평가되는 것이 아닌, '생산자'로서 평가받는 삶을 살 수 있게 된 것도 글쓰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생산하는 삶이 곧 자기만의 삶을 사는 길"이라는 것이 작가의 생각이고 가치관이며, 생산하는 삶 그 중심에는 기록하는 삶이 있다.
6. '형식'을 갖추며 살고 있느냐도 삶의 중심을 잡기 위해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 중 하나로 다뤄진다. 즉, 개인에게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이 오듯 책을 읽고, 매일 밤이 오듯 글을 쓰면, 이 삶을 이겨 낼 수 있다."며 "사람은 시스템을 통해 어른이 된다."고 작가는 이야기 한다. 삶은 그냥 두면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어서 흘러가는 강물이 된다는 말에 너무 공감한다. 내가 매일 지켜나가고 있는 원칙과 규칙은 정신없고 혼란스러운 삶으로부터 흔들리는 나를 막아주는 수비수가 되어준다.
7. "삶에서의 마인드 컨트롤이란, 대개 두 가지 관점을 오가는 일이다. 오늘 하루가 못 견딜 것 같을 때는 거대한 시간을 생각한다. 반대로, 이 거대한 시간 속에서의 과정을 못 견딜 것 같을 때는 오늘 하루의 할 일에 뛰어든다. 그렇게 삶을 계속 굴려가야 하는 것이다." 삶을 넓게 보고 좁게 보는 리듬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통틀어 내게 가장 큰 영감을 준 부분이다. 결국 삶이란 것은 현재만 봐서도 안되고, 또 미래만 봐서도 안 되는 것.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은 가지고 있되, 오늘 하루의 의미와 중요성을 인식하며 살아갈 때 "하루의 소중함을 살리면서도 인생 전체를 살릴 수도 있다."
8. 이 관점이 삶의 중심을 잡아가는 데 매우 핵심적인 기준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는 현재 자신의 모습이 초라하고 보잘것없어 보이더라도 거대한 흐름 안에서 오늘 하루를 조금 더 나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실패를 대하는 유연성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삶에서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 언제나 두려운 것을 택한다고 한다. 두렵다는 것은 거기에 자신이 진정으로 더 원하는 것이 있다는 신호임을 거듭 확인해 왔기 때문이라고.
9. 어려운 것을 선택하다 보면 실패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하지만 역시나 삶을 큰 그림 안에서 바라본다면, 실패는 해당 스테이지의 실패지 인생 전체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비록 지금 실패하더라도 최선을 다해 무언가에 몰두했다면 우리는 그로부터 배우는 것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삶에 "완벽히 실패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있는 것은 오로지 '여정' 뿐이라는 것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내게 각인된 메시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