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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이든 Heyden Aug 05. 2019

1.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혁신

발레 답지 않은 발레에 대하여 소개해볼까 합니다.


“나의 자유는 나 자신에게 부과하는 그 좁은 틀 안에서의 움직임에 있습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1882 ~ 1971)


20세기 음악의 거장,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러시아 작곡가인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는 1882년 6월 17일에 러시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마린스키 극장의 유명한 베이스 가수였고, 샹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여러 예술가와 같이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아버지 서재에서 음악뿐만이 아니라 여러 문학을 접하며 음악가의 꿈을 키운 스트라빈스키는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눈에 띄어 작곡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의 파격적인 곡으로 인하여 호불호가 갈렸던 그의 발레 대표곡 중에서는 “페트로슈카”, “봄의 제전” 또 “불새” 등을 꼽을 수가 있겠다.


이러한 곡들로 인하여 스트라빈스키는 서른밖에 되지 않았을 때 혁신적인 모더니스트가 될 수 있었지만, 조국에서는 러시아 혁명으로 땅을 빼앗기고, 양차 세계대전을 피해 유럽에서 망명 생활을 하다가 1945년 다시 미국으로 귀화했다. 이처럼 끊이지 않는 혁신과 전통의 조화를 적절하게 이룬 그의 곡들로 20세기 음악의 거장이 된 그는 1971년 4월 6일에 세상을 떠났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봄의 제전”에 대하여 이야기해볼까 한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한 부분 - 객석


스트라빈스키는 자신의 작품 중 “봄의 제전”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다.


“내가 봄의 제전을 발표한 때를 무슨 혁명이 실현된 시대처럼 바라보는 시각도 있는 줄 압니다. 그 시각에서는 지금 우리가 그 혁명의 성과들을 소화하는 과정에 있다고 보지요. 나는 이러한 견해에 오류가 있다고 봅니다. 나를 무슨 혁명가로 간주한다면 단단히 잘못 본 거로 생각해요.”


1913년 초연 장면


이 말을 들어보면 스트라빈스키는 혁명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트라빈스키는 혁명을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혁명의 본래 의미는 어떤 동체가 폐곡선을 따라 움직이다가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혁신과 혁명은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그의 음악에는 전통과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담겨있었다.



그가 1939년에 하버드 대학에서 했던 강의, “음악의 시학”의 강연 내용을 들어보면 그의 음악에 담긴 이념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예술은 그 본질성 구성적입니다. 혁명은 균형의 파괴를 뜻합니다. 혁명을 말한다는 것은 일시적인 혼돈을 말하는 거예요. 그런데 예술은 혼돈의 정반대입니다. 혼돈에 자신을 내맡길 때에는 반드시 그 사람의 살아있는 작품들, 그 자신의 삶 자체에도 즉각적인 위협이 닥치게 마련입니다.”



음악의 시학 - 스트라빈스키 (출판사: 민음사)




그럼 본격적으로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왜 그렇게 혁신적인가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겠다.


https://youtu.be/5UJOaGIhG7A


먼저 스트라빈스키가 이처럼 대단한 발레 음악을 작곡하게 된 계기는 러시아의 예술 매니저 디아길레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디아길레프는 러시아 예술을 유럽에 소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또 봄의 제전의 안무가인 니진스키는 아름다운 발레라는 편견을 부수고 새로운 발레의 세계에 손을 뻗었다. 즉, 혼자서 이루어 낸 걸작이 아닌 니진스키, 디아길레프, 스트라빈스키의 협동작이 된 셈이다. 


하지만 강열한 원시적인 리듬, 파격적인 소재... 그 무엇과도 발레와 멀어 보이는 이 작품의 가치를 누가 제대로 봐주었을까? 스트라빈스키가 예상한 대로 관중들은 이 "봄의 제전"의 공연이 시작되자 조롱하며 웃고 날뛰기까지 했다. 관중들은 스트라빈스키, 니진스키, 디아길레프의 예술 혁신에는 관심이 없었다. 관중들은 그저 아름다운 발레를 보며 살아왔고 그 당시 나온 이 "봄의 제전"이라는 작품에는 익숙하지 않았던 것이다.

 

“초연하는 밤 서주의 처음 몇 마디가 연주되자마자 조롱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나는 역겨웠다. 처음에는 개별적이던 이 시위가 점차 퍼지면서 나를 지지하는 사람의 응수를 도발했고 곧 굉장한 소란으로 퍼졌다.”


https://youtu.be/YOZmlYgYzG4


1913년 파리에서 초연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봄의 제전”은 본격적으로 현대음악의 문을 연 작품으로 평가된다. 이 발레 음악은 봄의 화사함, 꽃,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와는 다르게 ‘봄을 맞이하여 처녀를 희생물로 바치며 벌이는 제전, 결국 희생되어 바닥에 쓰러지는 제물’을 주제로 하여 대체적으로 다른 발레 음악과는 달리 아름답지도 않으며 오히려 혼란스럽고 원시적인 느낌을 준다.


그 이유로는 그의 발레곡 들은 주로 러시아의 전통음악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러시아 음악을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선율이 짧고 좁은 음역에서 움직이며 장조와 단조 조성이 아니라 교회 선법의 사용이 있다.



https://youtu.be/wZtWAqc3qyk


악보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봄의 제전” 안에서 여러 가지 리듬 변화가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치 신이 내려와서 재물을 가져가는 듯한 격렬한 리듬이 생명력을 부각하는 것처럼 들린다. 극단적이고 동일한 리듬의 반복, 그것과는 대조되는 단순한 선율적 화성들이 보완하며 다소 혼란스러워 보일 수도 있는 곡을 균형 있게 바꾸어 놓았다.


쇤베르크의 불협화음의 해방과 비견되는 스트라빈스키의 리듬의 해방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그는 리듬의 강조와 멜로디의 단순화를 통해 인위적이고 섬세한 낭만주의적 아름다움과는 대립하는 새로운 혁신을 불어 일으켰다.


“음악의 목적은 인간이 자기 이웃, 나아가 존재와 화합하고 영적 교감에 이르도록 돕는 데 있습니다.”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음반 추천)


참고 문헌

두길 서양 음악사 2 - 홍정수, 김미옥, 오희숙

음악의 시학 - 스트라빈스키, 이세진 옮김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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