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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뉴요커를 사로잡은 한식의 비밀은?


한국교직원공제회 전문가 칼럼 시리즈로
매달 <이주현의 푸드레터>를 연재합니다. 

이번달 주제는 "한식 "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


< 이주현의 푸드 레터 1월호>

까다로운 뉴요커를 사로잡은 한식의 비밀은?

미국 뉴욕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에서는 고추장과 토마토를 버무린 소스의 새우 요리에 한국 소주 한 잔이 곁들여 나온다. 일곱 가지의 한식 요리마다 막걸리, 청주 등 한국 전통주가 적절하게 짝을 이뤄 나오는 이 레스토랑의 한 끼 가격은 얼마일까? 무려 40만 원 정도이다. 꽤나 높은 금액임에도 불구하고, 레스토랑은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뉴욕에서 한국 음식은 단순히 유행하는 현상을 넘어 고급스러운 미식의 영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드라마, 영화, 음악을 넘어 음식으로까지 한국 문화가 날개를 달고 미국 땅을 질주 중이다.


2023 뉴요커가 인정한 한식은?!


뉴욕타임스에서는 연말마다 올해 최고의 요리를 선정한다. 2023년에는 뉴욕에 위치한 ‘옥동식’ 이라는 한식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한국식 ‘맑은 돼지곰탕’이 뉴욕의 최고 음식 중 하나로 뽑혔다. 과거에는 외국에서 한식이 관심을 받으려면 이국적인 요소를 가미한 퓨전 요리가 필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의 변형 없이 고유의 한식 메뉴 그 자체로 인정받은 것이 주목할 만하다.


외국 기사에서는 맑은 돼지곰탕을 두고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라고 평했다. 여기에는 자꾸만 손이 가는 담백한 맛이 기본으로 깔려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담백하기만 해서는 까다로운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순 없을 터. 이 뜨끈한 돼지곰탕 안에는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린 깊은 맛이 담겨 있다. 화려함으로 가릴 수 없는 진짜 내공이 담겨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맑은 돼지곰탕은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먹으면 기분이 좋은 음식’이라는 기사가 실렸는데, 옥동식 레스토랑의 셰프 역시 이 평을 읽자마자 소름이 돋았다고 한다. 한국인이 국밥을 먹고 느끼는 치유의 정서를 지구 반대편에 있는 뉴요커들도 그대로 전달받은 것이다. 음식이 가진 맛, 영양과 같은 기능성의 영역을 넘어 정서적 영역까지 공유되었다는 점이 인상 깊다. 이제 돼지곰탕은 한국인만을 위한 힐링 푸드가 아니라 세계적인 힐링 푸드로 한 걸음씩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최상의 품질로 인정받는 한국 전통주


한국 소주를 이용해 만드는 각종 칵테일 역시 순식간에 매진된다는 기사가 나온다. 청주나 막걸리를 한식뿐만 아니라 양식과 함께 페어링 하는 코스도 인기가 좋다. 그야말로 한국 전통주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쏟아진다. 해외에서 날개 돋친 듯 판매되고 있는 ‘원소주’를 제조한 가수이자 사업가 박재범 씨의 인터뷰를 살펴보면 우리 전통주의 인기 비결을 짐작할 수 있다.

해외에서 선보이는 한국 전통주는 맛과 향이 매우 뛰어난데, 이는 양질의 원료로 술을 빚어내기 때문이다. 아예 원료 자체가 품질이 좋으니 그 어떤 칵테일에 활용해도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다. 한국이라는 이름표를 떼고 보더라도 우리 전통주는 결과물 자체가 이미 높은 퀄리티를 지니고 있다. 때문에 꼭 한식이 아니더라도 다른 문화권의 음식과 페어링 하기 좋은 도화지 같은 매력을 보인다. 이처럼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기에 까다로운 뉴요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식 속에 담긴 빛나는 유산


우리는 과거부터 한국 음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대부분 한국 전통 음식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한 퓨전 형태였다. 하지만 지금 뉴욕타임스에서 맑은 돼지곰탕이 인정받은 현상을 곰곰이 살펴보면, 한국의 전통 요소를 그대로 살리는 것이 오히려 세계적으로 대중화될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 수 있다. 우리 음식 속에 담긴 과학적이고 지혜로운 요소를 오히려 더 부각시키고 강조하여 그 정수를 다른 문화권에서도 그대로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한식은 맛뿐만 아니라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영양식으로도 그 가치가 높다. 그렇다면 한국 음식 문화가 갖고 있는 자랑스러운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

 

1. 한식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발효 식품’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한국의 발효 식품으로는 간장, 된장, 고추장 등의 장류와 젓갈 그리고 빼놓을 없는 김치가 있다. 한식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맛’은 이 발효 식품들의 역할이 굉장히 크다. 오랜 시간 세월의 깊이가 더해진 장류로 간을 맞추고 맛을 더하기 때문이다. 특히 간장, 된장, 고추장은 음식의 맛을 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영양학적으로도 균형을 맞추는데 꼭 필요한 요소이다. 장류는 단백질 함량이 높은 ‘콩’을 주재료로 하기 때문에 곡식이나 채소만으로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해 준다. 육류를 먹기 어려운 시절에 영양식으로 탈바꿈해 준 고마운 음식들이다. 또한 장류를 만드는 과정에서 단백질이 분해되는데 이때 생성되는 아미노산의 요리의 감칠맛을 더해줄 뿐만 아니라 체내에 이로운 기능까지 한다.

유산균과 식이섬유 등 영양학적으로 우수성으로 크게 주목받는 김치는 재료와 맛의 특성에 따라 그 종류가 무려 350여 가지로 나뉜다. 같은 김칫거리라도 계절에 따라 그 모양과 맛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발효 식품이 지니는 독특한 매력이다.



2. 음식이 곧 약이다 ‘약식동원’

한식은 음식의 맛을 내는 과정에서 여러 종류의 천연 조미료를 사용한다. 이것은 ‘양념’의 형태가 되기도 하고, 또한 음식 위에 올리는 ‘고명’이 되어 요리 전체를 완성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재료를 배합하거나 조미료를 사용할 때, 단순히 맛을 내는 데에만 목적을 두지 않고 ‘약식동원’의 이념을 실현하는데 우선순위를 둔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입으로 먹는 음식이 몸에 약이 된다’는 약식동원의 개념을 실천해왔다. 양념의 옛말은 ‘약념’인데 몸에 이로운 약이 되도록 염두에 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오경의 하나인 예기(禮記) 기록을 보면, 해당 계절의 맛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위한 방편이라 여겼다. 그래서 ‘봄에는 신맛, 여름에는 쓴맛, 가을에는 매운맛, 겨울에는 짠맛을 많이 내야하고 단맛으로 맛을 조율한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한식 양념의 주요 재료인 고추, 마늘, 파, 생강 역시 맛뿐만 아니라 몸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건강 식재료이다.

 

3. 다양한 맛과 고른 영양섭취를 동시에 ‘반상차림’

한국은 서양 음식과 달리 한 상에 여러 종류의 음식을 차려낸다. 밥, 국, 간장, 나물, 생선구이 정도로 차린 일반 밥상부터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수십 가지의 음식을 올린 교자상까지 있다. 이렇게 밥과 반찬을 동시에 올리는 것을 ‘반상차림’이라고 한다. 주식인 밥과 여러 반찬을 곁들여 맛의 조화뿐만 아니라 영양 균형까지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한식의 특징이다. 외국에서 제공되는 한식은 코스로 제공되면서 약간의 변형을 거칠 때도 있지만, 밥과 반찬을 동시에 먹는 ‘반상차림’은 개인의 기호를 존중하고 영양까지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한식의 특징이다.



한 국가의 음식에는 그 민족의 과거, 현재, 미래가 담겨 있다. 음식 안에는 과거 선조들이 물려준 생활의 지혜와 삶의 철학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 한식이 뉴욕에서 뜨겁게 관심을 받는 현상은 굉장히 뜻깊게 여겨진다. 음식 자체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그 안에 녹아있는 한국 문화의 정수까지 자연스럽게 공유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향후 한식이 어떠한 형태로 우리 문화를 전파하는 통로가 될는지, 우리 음식 속에 숨겨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숨죽여 지켜보려 한다.




▼ 본 칼럼은 한국교직원공제회 포스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aver?volumeNo=37244900&memberNo=40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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