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직원공제회 전문가 칼럼 시리즈로
매달 <이주현의 푸드레터>를 연재합니다.
이번달 주제는 "발렌타인데이 "입니다.
즐겁게 읽어주세요 :)
- 푸드 칼럼니스트 이주현 -
발렌타인데이의 역사를 알기 위해서는 고대 로마 제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로마 제국은 잦은 전쟁으로 많은 병사들을 필요로 했다. 그러나 이미 결혼을 한 병사들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전쟁에 참전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자 당시 로마의 황제 클라우디스 2세는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급기야 결혼 금지령을 내렸다. 모두가 낙심과 절망 속에서 비관하던 도중에, 당시 발렌티노 주교가 젊은 연인들이 몰래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시간이 지나 이 사실을 안 황제는 분노하였고, 결국 발렌티노 주교는 안타깝게도 사형을 당했다고 한다. 훗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젊은이들을 도왔던 인물로서 발렌티노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발렌타인데이’를 기념하게 된 것이다.
발렌타인데이는 중세 시대에 유럽으로 전해지면서 더욱 발전했다. 이웃, 친구, 연인에게 사랑과 애정을 표현하고, 작은 선물과 카드를 교환하는 전통이 형성됐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사랑하는 남녀가 초콜릿과 함께 마음을 전달하는 특별한 기념일로 자리 잡았다.
발렌타인데이=초콜릿?!
초콜릿을 주고받는 한국의 발렌타인데이는 사실 일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결과물이다. 1930년대에 일본의 한 제과점이 발렌타인데이에 초콜릿을 판매하는 광고를 펼치면서 일본 전역에서 큰 붐이 일어났다. 이어 1960년대에는 일본의 제과점에서 발렌타인데이에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으로 고백하게끔 장려하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발렌타인데이 = 초콜릿’이라는 공식이 정착했다.
이런 일본의 풍습이 198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에 그대로 유입되었다. 지금은 도를 넘은 판매 상술로 발렌타인데이의 가치가 많이 훼손되었다는 우려도 있지만, 남녀가 서로의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특별한 날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최근에는 이러한 흐름에 따라 초콜릿 대신에 다양한 디저트나 음식으로 마음을 전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정성과 마음이 담긴 음식이야말로 더욱 빛이 나는 것이 아닐까.
제철 맞은 '봄의 전령사' 딸기
1월부터 5월까지 딸기는 제철을 맞아 맛과 영양이 더욱 좋아진다. 작은 딸기 한 알에는 영양성분이 무척 풍부한데, 그 중 비타민C가 압도적으로 많이 함유되어 있다.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환절기에 딸기 몇 알만 챙겨 먹으면 하루치 비타민C 섭취량을 채울 수 있다니 반가운 소식이다. 또한 꾸벅꾸벅 졸게 되고 무기력증을 동반하는 봄의 불청객 ‘춘곤증’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 거칠어진 피부에도 도움을 준다. 주의할 점은 딸기의 비타민C 성분은 물에서 쉽게 녹기 때문에 장시간 세척하면 영양성분이 손실될 수 있다.
발렌타인데이를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이색 딸기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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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는 새콤달콤한 맛뿐만 아니라 새빨간 비주얼로 요리의 화룡점정 역할을 해준다. 어느 식재료와 섞여도 그 존재감을 잃지 않기에 어디에서나 당당한 주인공이 된다. 식탁 위를 화사하게 만들어주는 딸기 요리 두 가지를 소개한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하여 초콜릿 대신에 딸기 요리로 건강과 맛을 모두 잡아보는 건 어떨까.
1. 요리 초보자도 손쉽게 만드는 <딸기 부르스케타>
불을 쓰지 않고 간단하게 만드는 디저트이다. ‘부르스케타’는 납작한 빵 위에 다양한 토핑을 얹어 먹는 이탈리아의 전채 요리이다. 먹기 직전에 바로 완성해야 눅눅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레시피에서 소개한 토핑 재료 외에 블루베리, 잘게 부순 초콜릿, 허브 잎 등을 얹으면 인증샷을 절로 찍고 싶은 화려한 디저트가 탄생한다.
<필요한 재료>
바게트, 크림치즈 2큰술, 꿀 1작은술, 시나몬 가루 1꼬집, 딸기, 견과류, 토핑용 채소(선택)
<만드는 과정>
STEP 1. 크림치즈, 꿀, 시나몬 가루를 취향에 맞게 분량을 가감하여 섞는다.
STEP 2. 바게트 위에 1의 크림치즈를 듬뿍 바른다. 냉동 보관한 바게트라면 기름을 살짝
뿌려 마른 팬이나 오븐에서 구워 바삭함을 살린다
STEP 3. 바게트 - 크림치즈 - 딸기 - 다진 견과류 순서로 얹어 완성한다. 취향에 따라 토핑용 채소(루꼴라, 새싹채소), 베리류 등의 재료를 추가한다.
2. 디저트와 식사 사이 <딸기 또띠아 피자>
바삭바삭한 식감의 또띠아와 상큼한 딸기의 조합이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드는 피자이다. 또띠아가 부서지기 쉬우니 조심스럽게 다룬다. 치즈를 녹인 뒤에는 한 김 식힌 후에 루꼴라와 딸기를 올리면 눅눅해지지 않는다.
<필요한 재료>
또띠아 한 장, 피자 치즈 한 줌, 루꼴라(새싹채소로 대체 가능) 한 줌, 견과류, 딸기, 발사믹 드레싱
<만드는 과정>
STEP 1. 또띠아 위에 피자 치즈를 뿌려 170도의 오븐에서 치즈가 녹을 때까지 구워준다. 피즈가 녹으면 한 김 식혀준다.
STEP 2. 견과류는 잘게 다지고, 딸기는 슬라이스하여 준비한다.
STEP 3. 1의 또띠아 위에 루꼴라 채소를 듬뿍 얹고 발사믹 드레싱, 견과류, 딸기를 얹어 완성한다. 취향에 따라 꿀이나 메이플 시럽을 뿌려도 잘 어울린다. 다른 종류의 치즈를 얹으면 더욱 감칠맛이 살아난다.
스파이도 사랑에 빠뜨린
치명적인 딸기의 매력
요즘 우리가 즐겨먹는 딸기는 사실 자연 그대로의 딸기가 아니다. 16세기까지는 관상용 야생딸기가 있었을 뿐이고, 야생 품종을 교배해서 만든 현재의 딸기는 불과 그 역사가 200년 밖에 되지 않는다. 1712년에 ‘아메데 프랑수와 프레지어’라는 이름의 프랑스 소속 스파이가 남미 칠레에서 식물학자로 신분을 위장하고 야생 딸기를 관찰했다. 사실 수첩에 빼곡히 적혀 있는 야생 딸기 정보는 군사정보를 위한 기록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스파이가 그만 진짜로 야생 딸기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임무를 완수한 후 고국 프랑스로 돌아오며 칠레의 야생 딸기 종자를 들여왔고, 이후 여러 품종 교배 과정을 거쳐 현재 우리가 먹는 딸기 품종이 탄생하게 됐다고 한다.
딸기의 거부할 수 없는 향기로움과 달콤함에 스파이도 속수무책으로 빠져버렸다니, 다가오는 발렌타인데이에는 우리도 딸기 요리로 더 달콤하고 맛있는 시간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 본 칼럼은 한국교직원공제회 포스트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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