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turtiums, E Phillips Foxcirca, 1912
독서
Nasturtiums, E Phillips Foxcirca, 1912
몰두하는 행위는 어떠한가. 고되었거나 생각의 한계를 넘기 위해 늘 우리는 머리를 쥐어짜왔다. 시간에 숙성된 고민, 노력, 결과물들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방식은 그 무게에 비해 터무니 없이 가벼웠다. 앞을 요리조리 피해가는 겁쟁이들은 현재를 늘 외면하며 꾸며진 미래를 세상에 팔고 있다. 낭만주의자들은 그 꿈을 지켜내고자 현재를 단련하여 미래를 대비한다.
초록 정원 한 가운데 책을 읽는 여인. 강한 향신료이자 꽃, 네스트리움의 발랄한 빛 사이 연보라색과 검은색은 그 모든 색을 머금고 흡수한다. 코를 찡그리게 만든다는 어원을 가진 이 꽃은 어지간한 감기가 병에 탁월한 효능을 가진다고 한다. 치유를 넘어 더 이상의 해는 사라지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종이에 나열된 글자들 속에서 단 번에 그녀는 알아차렸다. 이내 여인의 미소는 편안하고 안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