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ham Castle, Sunrise, 1845
시간을 조율하는 중
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Norham Castle, Sunrise, 1845
지독한 새벽의 안개는 나를 일찍부터 커다란 공항에 가둘 만큼 충분했다. 바쁜 연말 사이에 낀 여행은 출발에서부터 중력이 정해 놓은 시간들에 의해 조율당했다. 금세 나는 근처로 시선을 움직일 시간이 의도치 않게 마련되었다.
자욱한 안개는 농도가 짙지 않은 우윳빛이다. 안갯속으로 바라보는 두 눈앞의 가시거리는 한 걸음만큼으로 짧으나, 떠오르는 생각의 범위의 끝은 아득하기만 했다. 향해가는 방향을 확인할 나침반은 무엇으로 대체될 수 있을까. 무엇으로 이 길로가 유일하다고 판단할 수 있을까. 흐르는 유속을 자연스레 따라가면 그 끝엔 초록빛 바다가 있을까.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자연스레 기다림의 시간을 주어준다. 덕분에 느려진 시선, 짙어진 생각, 깊어진 들숨과 날숨이 이 시간에 공존한다. 시간이 느려진다고 하여 목적지에 다다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밀도가 있었다. 도착지는 아마도 선명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