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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리 Sep 06. 2019

소금사막이 볼리비아 우유니에만 있는 건 아니다.

두 번째 이야기


몇 해 전에 볼리비아 우유니 소금사막을 갔다.


끝이 없어 보이는 소금사막.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포인트로 데려다준 여행사 덕분에 사진으로만 보던 장관이 펼쳐진다. 우기가 막 시작되어 물이 발목 정도 차오른 소금사막, 땅에 하늘이 거울 같이 비춰 온통 하늘밖에 없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모습. 대충 카메라를 갖다 대도 환상적이다.


세워둔 지프차들 주 무리에서 멀리 떨어져 혼자 사색에 잠긴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애써 피해 가며 마치 우유니에 나 혼자듯 열심히 인생샷을 찍고 있는 사람들. 저마다 그 아름다운 광경을 눈으로, 카메라로, 온몸으로 담으려 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우유니에 환호할까.


우유니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소금사막 깊숙이 다니면서 온갖 반영샷을 찍고 라면을 먹는 투어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그저 그들의 재미인 것을, 혼자 다니는 맛을 즐기 나는 그게 꽤나 보기 싫었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투어가 더 재밌을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


하지만 여전히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따로 있다. 해발 4000미터 가까 우유니는 고산병을 앓기 쉽다. 당시 동행 역시 심하게 어지러워 황급히 저지대로 내려었고, 아는 분은 비싼 돈 주고 여행한 우유니를 고산병 때문에 거의 기억조차 못한다. 하지만 여행사 이런 것에 대해서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자신이 고산병이 있는지 미리 체크하는 것은 힘들겠지만, 단지 우유니의 멋진 모습에 포토샵을 더한 사진들만 내세우며 환상을 조장하는 여행사의 행태는 옳지 않아 보인다.






소금사막이 우유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재작년엔 에티오피아 다나킬 소금사막 갔다.


먼 옛날 바다였던 이 곳은, 화산 활동과 뜨거운 햇빛에 바닷물이 말라버리 대신 백만 톤이 넘는 소금 남았다. 지역 주민들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낮에는 60도가 넘는 이 뜨거운 곳에서 소금을 채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정부가 자연 보전을 이유로 차량 이용을 금지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예나 지금이나 낙타 당나귀 행렬을 이끌고 더위 속을 오가며 소금을 캔다. 그렇다면 '쌩쌩' 다니는 여행사 지프차들은 뭘까. 돈 없는 주민보다 돈 많은 이방인을 반기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하지만 이 곳은 우유니만큼 유명하지도 않고, 초현실적인 반영 대신 초현실적인 더위만 있을 뿐이다. 제대로 된 길도 없으며, 다양한 투어 옵션도 없다. 게다가 민족 간 내전 가능성과 접경 국가와의 적대적 관계 등으로 치안마저 좋지 않다. 여러모로 여행자를 위한 곳은 아닌 듯하다.





아무래도 이 곳은 그저 여기서 태어나 뜨겁디 뜨거운 삶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땅이다.


거기다가 지프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대는 관광객들은 어떻게 보아도 초대받지 않는 손님 같아 보인다. 하지만 그런 무례함 조차 매일같이 내리쬐는 햇볕처럼 무뎌진 듯, 상관 않는 그들의 모습에 괜히 혼자 미안해졌다.


자신에게 어떤 삶이 주어진다는 ,

불행일까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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