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인생론 - 공짜는 없습니다
나는 인생의 의미에 대해 자주 생각하는 편이다.
사람은 왜 태어났을까.
우리는 왜 일을 하는 걸까.
이렇게 살다가 죽는 걸까,
하는 생각들이 머리를 쉽게 떠나지 않는다.
오늘도 자기 전에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원래 사는 게 이렇게 힘이 드는 걸까? 하루도 편히 넘어가는 날이 없는 거 같아. 피곤함이 덕지덕지 떨어지지가 않아. 사람은 이러려고 태어난 거야? “라고 이야기했다.
평소 같으면 나의 이런 삶투정에 대해, 남편은 “휴대폰 그만보고 일찍 자야 덜 피곤하지.”하고 넘어갔을 것 같은데 그날은 눈을 반짝이더니 이렇게 얘기했다.
“무료로 태어났잖아.”
무슨 소리냐, 무료로 태어났다니. 좀 더 설명을 해줘 봐.
“그러니까 여보가 태어날 때 돈 내고 태어난 거 아니잖아. 무료로 태어난 거야. 인생이 무료로 주어진 거니까 그 대가로 힘든 거는 어쩔 수 없어. 대가를 지불해야 해. 무료로 태어난 값. 그래서 사람들이 다 힘든 거야. 물론 사람마다 그 대가가 적기도 하고 많기도 하고, 그건 전생에 뭘 했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암튼 방금 생각난 건데 왜 인생이 힘든지에 대한 나의 답이야. 여보도 그렇고 여보 친구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다 무료로 태어났어. “
불교의 윤회론과 자본주의가 묘하게 섞인 듯한 남편의 삶의 힘든 이유에 대해 들으니 황당하기는 해도 말이 된다. 인생열차에 올라탄 우리는 열심히 그 열차값을 지불하고 있는 건 가 보다. 그래 나는 무료로 태어났으니…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다더니, 무료로 즐기려면 고됨은 필수값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