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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피티 Mar 15. 2020

내생에 가장 잊지 못할 도시, 피렌체

메디치 가문의 위대한 유산


트랜이탈리아를 타고 로마에서 피렌체로 향했다

로마에서 4박 5일을 지내면서 로마, 바티칸, 남부 투어까지 야무지게 마치고 큰 28인치 캐리어와 함께 트랜이탈리아에 몸을 실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기차 창문 너머로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을 바라보며 ‘와 이탈리아 너무 좋아’를 속으로 백번은 외친 듯하다. 이렇듯 나는 여행중엔 호들갑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태리에 와서 ‘흥 별로야’ 하며 콧방귀 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다.

피렌체의 흔한 길거리

누군가 내게 다녀본 여행지 중 역대급 여행지가 어디였느냐 묻노라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탈리아 피렌체라고 대답할 것이다. 최근에 다녀온 스페인의 세비야는 피렌체와 견줄만한 도시지만 그래도 피렌체는 아마 늘 내 생에 가장 잊지 못할 도시 넘버원일 것이다. 마치 멈춰버린 과거를 걷는 듯 한 도시, 평범한 경험을 특별한 경험으로 만들어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미식가의 나라’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오감을 자극하는 요리들, 렌트카를 타고 피렌체 근교를 나갈 때 보던 푸른 자연경관과 그때 심장 터지도록 설렜던 순간 등등 내 삶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한 순간을 피렌체에서 경험했다. 귀국 후, 그 좋은 기억들을 발판으로 때론 단조롭고 의미 없다고 느낀 일상들을 버텨낼 만한 버팀목이 되었다.  

피렌체는 ‘같은 여행지는 재방문하지 않는다’라는 나의 여행 철칙을 완전히 부셔버렸다. 그렇게 나는 귀국 후 반년 동안 이탈리아를 그리워하다가 ‘겨울의 이태리를 느꼈으니 여름의 이태리도 느껴봐야 한다’라고 외치며 이태리행 비행기표를 또 사고야 만다.

레푸블리카 광장.

피렌체 사진들을 다시 보니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 좋다. 사색에 잠기기 딱 좋은 아르노 강을 바라보며 걷던 다리 폰테 베키오를 걸을 땐 금방이라도 누군가와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이 느낌은 나만의 느낌이 아니었나 보다. 이탈리아의 시인 단테의 사랑이야기에도 폰테 베키오가 등장한다. 단테는 그가 평생을 사모한 여인 베아트리체를 평생 딱 두 번을 마주하는데 두 번 모두 베키오 다리에서 마주한다. 하지만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열렬히 사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서로 결혼은 다른 사람과 하고 몇 년 후 단테는 베아트리체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충격에 빠진 단테는 남은 여생 또한 그녀를 그리며 살았다고 한다.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멋있는 피렌체의 명물 두오모 성당


너의 서른 번째 생일에 피렌체의 두오모에서 만나자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준세이와 아오이의 대화이다. 그들은 정말로 두오모에서 극적인 만남을 하게 되고 그 때문인지 두오모 쿠폴라는 모든 연인들의 성지로 유명하다. 피렌체에 방문하는 한국 젊은이들은 우스개 소리로 그들의 준세이와 아오이를 찾겠다고 심심찮게 말하곤 한다. 그리고 대다수는 마치 관습처럼 영화 속 유명 OST를 들으며 쿠폴로로 향한다.


미켈란젤로는 “성당을 더 크게 지을 순 있어도 더 아름답게 지을 순 없다” 고 말했다고 하는데 이보다 더 화려할 순 없다고 확신할 정도로 크고 웅장한 두오모. 아직도 이름만 들어도 기분 좋아지는 그 이름 두오모.

사랑해요 피렌체, 사랑해요 두오모

피렌체에서 추천하고 싶은 레스토랑이 여러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자자 (Zaza) 레스토랑이다. 피렌체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이 식당은 한국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피렌체의 명물 ‘티본스테이크’ 그리고 자자의 머스트잇 (Must eat) ‘라비올리’를 강추한다. 이탈리아의 손맛을 십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자자 레스토랑이다.


한국에 돌아와서 자자레스토랑의 라비올리가 그립다면 소격동에 위치한 이태리 레스토랑 ‘이태리재’ 를 방문하자. 이태리재의 감자 뇨끼를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데 이태리 현지음식 만큼 맛있고 꾸덕한 라비올리를 맛볼 수 있어서 잠시나마 피렌체로 돌아온것 같은 환상에 빠질 수 있다.

자자레스토랑에서 거하게 한 끼를 먹고 나면 배가 터지기 일보 직전인데 그럴 땐 운동삼아 소화도 시킬 겸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하면 된다. 언덕이기 때문에 경사가 좀 있는 길인데 체력소모를 요하기 때문에 소화도 금방 되고 가는 길 또한 중세시대 느낌의 골목골목을 지나가기 때문에 눈요기에도 충분하다. 미켈란젤로 언덕으로 향하는 여정만큼은 꼭 도보를 권하고 싶다.

미켈란젤로 언덕 야경은 엄지척 1000개다

피렌체는 도시가 굉장히 아기자기해서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타지 않아도 거진 모든 곳을 두 발로 걸어 가기에 무리가 없다. 하도 여러군데를 다녔더니 아직도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Santa Maria Novella, SMN) 역에서 숙소 그리고 유명 관광지들까지의 길이 훤하다. 길치인 내가 유일하게 구글맵 없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 감고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곳이다.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가 많은 도시 피렌체에서 가슴 따뜻한 사랑을 많이 느끼고 왔다. 운전을 할 때 가끔 멍때릴 때가 있는데 그때 이따금씩 미켈란젤로 언덕에서 계단에 앉아 하염없이 석양을 바라보던 때가 떠오를 때면 참 좋다. 가끔 한번씩 꺼내보고 미소지을 수 있는 추억이 있다는건 참 행운인 일이다. 앞으로도 좋은 추억을 많아 쌓아서 내 기억과 추억들을 더 풍요롭게 해 줘야겠다.


고마워 피렌체 너는 나의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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