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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렌디피티 Apr 02. 2020

나의 첫 유럽 여행지, 비엔나

유럽의 경제·문화·교통의 중심지 오스트리아 빈


많은 사람들에게 무언가의 ‘처음’ 은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첫직장’ ‘첫키스’ ‘첫사랑’ 등등 처음이 반드시  ‘최고’를 의미하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각별한 기억으로 남는 것은 사실이다. 이번 글은 나의 ‘첫 유럽 여행지’ 였던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대해 써보고자 한다.


날씨가 아주 화창하기 짝이 없던 그 해 5 월, 나는 비엔나 인 프라하 아웃 일정의 첫 유럽여행을 결심했다. 관종기가 있었는지 남들 다가는 상투적인 유럽여행 코스 ‘영프스이’ (영국,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를 첫 유럽 여행지로 삼고 싶지 않았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덜 가던 동유럽에 가서 내가 늘 ‘아름다운 이국적인 랜드마크의 끝판왕’ 이라고 여기던 부다페스트의 국회의사당을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겠노라 다짐하고 동유럽으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유럽여행의 ‘첫단추’ 를 잘 끼웠음 참 좋았으련만 어디 인생이 내 뜻대로만 되던가. 나는 그날 공항에서 울면서 집에 가는 ‘첫경험’을 했다.


사정은 이랬다. 내가 타야 하는 비행기의 결함으로 자꾸 비행 지연이 뜨더니 나의 간곡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당일 비행기는 캔슬되고 다음날 비행기로 나는 비엔나에 가게 되었다. 어쩔 수 있나 속상한 마음을 부여잡고 불과 몇 시간 전 나를 공항으로 데려다준 친구에게 전화해서 지금 당장 다시 공항으로 픽업 와달라고 엉엉 울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내가 참 여렸고 실망감이 굉장히 컸었구나 하며 피식하게 된다


예기치 못한 일로 비엔나의 일정은 짧아졌다. 하지만 그로 인해 비엔나를 한번 더 가야 할 타당한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비엔나에 무사히 도착했다. 비엔나 여정 이후에 오스트리아 철도 OBB를 타고 잘츠부르크로 향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편리성을 위해 중앙역(Wien Hauptbahnhof) 에서 도보로 이동이 가능한 숙소를 이용했다.

비엔나의 랜드마크 ‘게른트너 거리’


어릴때부터 원인불명의 독일동경이 있었다. 오스트리아는 독일과 밀접하게 위치해서 그런지 제1 언어로 독어를 쓴다. 아침인사로 구텐 모르겐 (Guten Morgen) 그리고 상점에서 무언갈 사면 당케(Danke)라고 말하는 그들의 언어가 왠지모르게 멋져보였다. 그저 그들의 언어를 구사했을 뿐인데 역시 무언갈 좋아하는데 이유 없고 싫어하는데는 더더욱 이유가 없음이 분명하다. 아니나 다를까 나는 귀국 후 독어를 배워보겠다고 한동안 설치곤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비엔나의 랜드마크는 게른트너 거리, 성 슈테판 대성당, 시청이다. 서울에 명동이 있다면 비엔나에는 게른트너 거리가 있다. 많은 상점들과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구경하며 눈요기를 하기 제격인 곳이다. 다만 메인거리라 그런지 소소한 기념품을 사기엔 다소 가격이 사악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다. 마그넷과 같은 기념품을 사고자 한다면 게른트너 거리가 아닌 골목에 있는 작은 상점을 이용하자.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주얼리 브랜드 ‘스와로브스키’는 비엔나의 특산물이라고도 불리는데 가격이 더 저렴하고 오스트리아에서만 살 수 있는 주얼리들이 있어 인기가 많다.


음식 이야기를 하자면, 우리나라의 돈가스와 몹시 흡사한 ‘슈니첼’ 은 비엔나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다. 돈가스랑 크게 다른점은 못 느꼈지만 차이가 있다면 슈니첼은 레몬즙을 뿌려먹는다는 점이 달랐다.


비엔나에서 먹은 슈니첼

비엔나에서 좋은 인연을 만났는데 그곳에서 만난 언니 오빠랑 일정이 맞아서 헝가리에서도 여정을 함께했었다. 날 귀여워해 주던 언니 오빠가 고민상담도 해주고, 헝가리에서 늦은 저녁에 나 먼저 호텔에 들어간다고 역까지 바래다주고, 비엔나에서 같이 저녁 먹기로 한 날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에서 길이 엇갈렸는데도 연락도 안 되는 나를 끝까지 기다려주고, 내가 길치라 구글맵을 볼 줄 몰랐는데 구글맵 못 보면 힘들다고 빙글빙글 돌면서 맵 보는 법을 알려주는 등등 좋은인연 덕분에 마음 따뜻하고 유쾌한 여행을 했다.


여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구글맵을 완벽히 숙지하는 데는 몇 번의 추가적인 유럽여행 이후에나 겨우 가능 해졌다.꽤나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언니랑은 아직도 연락하는 거 보면 이 부분에 있어서 내 첫 유럽여행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할 수 있겠다.


쇤부른 궁전

쇤부른 궁전은 오스트리아에서 가장 큰 궁전이라 그런지 한눈에 보아도 몇십만 평은 돼 보일 정도로 매우 넓고 웅장하다. 오스트리아의 왕족들이 여름휴가를 이 곳에서 지냈다고 한다. 당대를 살지 않았어도 그들의 삶이 매우 화려했을 거라고 느꼈고 함부르크 왕국의 왕권을 자랑하기에 합당한 궁전이라고 생각했다. 바로크양식으로 지어진 이 왕궁이 보이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위상은 세계를 제패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비엔나 시청

여행을 하다 보면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이 여행의 8할을 차지한다고 느낀다. 비록 출발 전에는 여행에 설레서 이만큼 부풀어있던 내 기대감을 저버려 눈물을 쏙 뺐지만 비엔나에서의 좋은 경험과 좋은 사람들로 나의 ‘첫 유럽여행’ 은 참으로 기쁨으로 충만했다. 그렇게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다음 도시에 대한 또 다른 기대감에 안겨 아침 7시 OBB를 타고 모차르트의 도시 잘츠부르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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