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쿤에서 완벽한 대학생 봄방학 즐기기
미국에서 보낸 대학생활은 단연코 내 인생에서 가장 재미있었고, 가장 철없고, 가장 속 편하게 걱정 없이 해맑았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내가 시니어가 되던 해에 졸업이 다가옴과 동시에 상당한 불안함도 함께 엄습해왔음을 기억한다
20대 초반 찰나의 순간은 다시 오기 힘든 특별한 순간이라는 것을 그때의 나도 잘 알았기 때문이었을 수도 아니면 미국 생활이 끝나면 미국에서 느꼈던 내 행복도 끝나버릴 수도 있다는 어리석은 20대 초반의 귀여운 고민이었을지도 모른다.
졸업이 다가왔기에 미국에서의 생활을 하루하루 더 의미 있게 보냈고 더 많은 추억을 남기게 되었다. 그 기세로 공부를 더 열심히 했어야 학생의 본분에 어울렸을 텐데 어찌 된 영문인지 놀기에 바빴다.
소소하게는 언니 오빠들과 오리지널 브로드웨이팀의 ‘라이언킹’ 뮤지컬 보러 가기, 우리 학교에서 열렸던 시카고 불스와 르브론 제임스 농구게임 보러 가기, 킹왕짱 우리 학교 풋볼 게임을 폭풍 응원하러 가기를 했다. 그 밖에도 칸쿤 여행, 우여곡절 9시간 운전의 애틀랜타 로드트립, 난생처음 타본 그레이하운드와 뉴욕시티 로드트립, 여름과 겨울 두 번의 유럽여행, 캘리포니아 여행 등등. ‘아 인생은 아름다워’ 소리가 절로 나오곤 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정말 알차게 보낸 한 해였고
‘아, 그때 그걸 해볼걸’이라는 아쉬움 따위 없는 유종의 미를 잘 거둔 뿌듯한 한 해였다. 수많은 재밌었던 일 중 이번 글은 칸쿤 여행에 대해 써내려 보고자 한다.
엄마, 나 이번 봄방학 때 칸쿤 여행 갈거야!
미국 대학생들은 3월에 짧은 봄방학이 주어진다. 기억에 오래 남을만한 여행지를 고민하다가 미주 유명 여행지는 대부분 가봤고 유럽은 한국에서도 직항으로 쉽게 갈 수 있지만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간다면 멕시코를 놀러 가기엔 여러모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어 칸쿤으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서 칸쿤은 허니문의 성지라고 불린다. 아무리 허니문 is 뭔들 이겠지만 개인적인 느낌으로 칸쿤은 허니문보다 다수의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와 지상낙원 카리브해의 낮과 밤, 자연친화적인 액티비티, 밤엔 코코 봉고에서 신나게 노는 게 더 칸쿤을 100배 즐기기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멕시코는 사실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한 나라이다. 하지만 칸쿤은 아주 유명한 관광지이고 그 관광지를 끼고 있는 호텔들이 밀접한 지역을 ‘호텔존’이라고 부르는데 호텔존에 머문다면 (머물 수밖에 없다) 늘 관광객들로 붐벼 치안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는게 개인적인 사견이다.
따사로운 햇살 아래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모래에 누워있던 그때는 정말 하루하루가 러블리 했다. 매일 내가 좋아하는 과카몰리에 나초를 찍어먹고 저녁으론 타코와 피나콜라다 콜라보를 만끽한 칸쿤에서의 시간은 황홀함 그 자체였달까.
칸쿤을 방문한다면 셀하 (Xelha)라는 유명 천연 워터파크를 추천하고 싶다. 고대 마야 언어로 ‘물이 탄생되는 곳’이라는 뜻인데 천연 워터파크여서 그런지 개인 선크림을 못 바르게 하는 특이점이 있다. 화학성분으로 해양생물들이 죽을 수 있어서 반드시 셀하에서 제공하는 선크림만 바를 수 있었다.
자연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기꺼이 지켜주는 방문객들 덕분에 셀하는 정말 자연이 아름답게 잘 보존되어있었다. 셀하 입장권은 여러 경로로 구입할 수 있지만 나는 호텔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70-80 USD 정도를 지불한 기억이 난다. 셀하에서 집 라이닝 (Zip lining), 동굴 투어, 스노클링, 스킨스쿠버 등등을 했고 지나가다 목마르면 피나콜라다를 물처럼 마셨다.
멕시코 음식을 예나 지금이나 너무 좋아하는 나는 스스로에게 ‘나는 전생에 멕시칸이었나’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해보곤 한다.
칸쿤에서 또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바로 ‘코코 봉고 (Coco Bongo)’ 다. 칸쿤 최대 규모의 클럽인데 일반적인 클럽과는 달리 클럽 노래와 여러 공연들을 하는 곳이다.
음악들이 신나고 눈을 뗄 수 없이 화려한 의상과 완벽한 퍼포먼스 등이 눈과 귀를 모두 사로잡는 곳이다. 코코 봉고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멕시코인에게 눈뜨고 코 베이듯 60 USD에 티켓을 샀는데 멕시코 물가를 고려했을 때 나는 사기를 당했음이 분명하다고 아직도 생각한다.
하지만 경험은 돈을 주고 살 수 없고 그날 신나게 놀았던 하루는 칸쿤여행의 하이라이트였기 때문에 당연히 후회는 없다. 고작 60불로 만끽한 정말 ‘재밌었던 칸쿤의 마지막 밤’ 이라는 수식어가 십분 어울린다.
The best is yet to come
‘The best is yet to come’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늘 행복한 순간에는 그 행복이 다신 오지 않을 것 같고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치의 행복일 거라고 착각한다. 가령, 칸쿤에서도 이보다 더 좋은 여행지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미국에 살 때는 이곳이 내가 살 마지막 외국나라 혹은 제일 행복한 시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칸쿤보다 좋은 곳은 많았고 미국 이후에 생각지 못했던 해외생활을 두 번이나 더 하게 되어 나라별 다른 기쁨을 느꼈다.
‘The best is yet to come’이라는 위의 말처럼 늘 더 좋은 나날들이 찾아왔는데 이처럼 앞으로도 내 인생에서 ‘최고’는 계속 업데이트될 것이라고 굳건하게 믿는다. 그때도 좋았지만 지금은 더 좋은 사람들과 더 나은 환경에서 심적으로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 지금도 나는 그저 너무 좋다.
몇년이 흐른 지금,
칸쿤처럼 더워지고 있는 5월의 어느 날
잊고 살던 칸쿤을 다시 한번 가게된다면
정말 너무 좋아서
나는 날아갈 수도 있다는 마음을 비춰본다.